영화 <야간열차> 스틸 컷

▲ 영화 <야간열차> 스틸 컷 ⓒ Piff

 

장링링은 자신에게 매춘행위를 수년간 강요해온 남자를 살해한다. 그러나 그녀가 남성에게 당한 가혹한 행위에 대해서는 어떠한 처벌도 없는 반면, 장링링은 계획적이고 악질적인 살인의도가 인정되어 사형이 언도된다. 그러나 사회의 시선은 감옥으로 호송되어가는 장링링을 향해 ‘살인범’이라고 부르며 정신적 육체적인 린치를 가할 뿐이다.
 
여성 법 집행관인 유홍옌은 장링링의 사형을 집행하게 된다. 장링링이 사형을 언도받는 순간에도 지루하다는 듯 하품을 하던 홍옌은 아무런 감정없이 사형을 집행한다. 그리고 사형의 순간 방아쇠를 당겼던 장갑을 태우며 남아있는 죄책감을 무표정하게 떨궈버리려 한다.
 
댜오 이난 감독의 <야간 열차>는 여성 법 집행관인 홍옌과 홍옌이 사형을 집행한 여인의 남편 리준의 만남을 담은 영화이다. 감정이 메말라버린 홍옌은 결혼소개소를 다니지만 정작 남자를 만나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사형당한 장링링의 남편 리준은 아내를 죽인 홍옌을 죽이기 위해 그녀를 미행한다.
 
홍옌은 리준이 자신을 미행하는 것을 눈치채지만 그에게 묘한 이끌림을 느끼고 잠자리를 함께 한다. 그리고 리준의 근무지인 댐의 경비실에 가게 된 홍옌은 그가 자신이 사형을 집행한 여인의 남편임을 알게 되고 그가 그녀를 죽이려고 하는 현실을 알게 된다.
 
댜오 이난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여성의 주체성에 대한 부분이다. 사회적 피해자인 장링링은 자신을 괴롭히던 남성을 살해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녀의 피해에 대해서는 말도 해보지 못한 채 사형을 언도받는다. 홍옌에게 마술을 보여주던 남자는 그녀가 마음을 여는 것 같자 바로 그녀를 강간하려고 덤벼든다. 중국 사회에서 여성은 여전히 사회적 약자에 불과하다.
 

영화 <야간열차> 스틸컷

▲ 영화 <야간열차> 스틸컷 ⓒ Piff


홍옌은 그런 가치관을 바꾸고자 한다. 돈을 주고 젊은 여자의 몸을 사는 중년의 남자에게 그녀가 돈을 주며 섹스를 하는 것은 수동적인 존재에서 능동적인 존재로 변하고자 하는 작은 몸부림이며, 리준에게도 먼저 섹스를 제의한다. 그리고 자신을 죽이려는 리준의 의도를 알고도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해버린다. 댜오 이난 감독은 이런 홍옌의 심리에 대해 ‘인간은 위험에 처했을 때 위험 속으로 스스로 걸어가서 자신을 찾으려 한다’라고 말을 하였다.
 
또 하나 댜오 이난 감독은 <야간 열차>를 통해 산업화된 중국에서 삭막해지고 소외되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쇳물이 쏟아져내리는 거대한 공장이나 크기를 짐작하기 힘든 거대한 댐과 같이 영화에 등장하는 거대한 산업화의 이미지는 초라한 인간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감독의 말에 의하자면 거대한 풍경 안에서 인간은 더욱 고독해지는 법이고, 이것이 <야간 열차>가 말하고자 하는 현대 중국의 모습일 것이다.

2007.10.09 15:16 ⓒ 2007 OhmyNews
부산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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