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오틸리아가 죽은 태아를 가방에 넣고 버릴 곳을 찾아 캄캄한 밤을 헤매는 장면은 관객의 불안을 극대화 하고, 함께 공포에 떨게 한다. 가비타의 상태에 죽음을 예감하며 불안을 느끼던 관객은 마지막 장면에서야 비로소 안도한다.
주인공 오틸리아가 매우 섬세하게 분노와 공포 등의 감정을 연기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에 빠져들어 함께 호흡하도록 하였다.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은 영화에서 낙태 자체보다는 여성들을 그런 상황으로 몰아가는 세상과 궁극적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0월 7일 저녁 <4개월 3주… 그리고 2일> 상영 후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다음은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 내용이다.
- 영화를 보면 시나리오가 꼼꼼하게 잘 짜인 영화 같은데?
" 간단하고 쉬운 영화를 만들기를 원했으나 전혀 즉흥적인 상황이 있지 않은 영화다. 시나리오를 기획하고 꼼꼼하게 써서 시나리오 대로 만든 영화다."
-영화음악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마지막 엔딩 부문에서만 음악을 사용하였는데?
"그렇다. 감정을 세밀하게 전달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 음악을 사용하지 않았다. 클로징 음악에서 밝은 음악을 쓴 것은, 밝은 음악을 틀어서 관객이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다."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이라는 제목을 선정한 이유는?
"임신 개월수인 4개월 3주와 2일 동안의 낙태 과정에 대해 관객들이 강박관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선정했다."
-가비타가 누워 있는 침대 뒤에 걸려 있는 그림의 의도는 무엇인가?
"아무런 상징이 없다. 굳이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보아도 된다."
- 배경이 1980년대인데, 굳이 공산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찍은 이유는?
"루마니아에서 낙태금지법이 풀린 것은 1996년이었다. 1989년까지 불법 낙태를 하다 죽은 사람이 50만 명이나 된다. 공산주의 법에 얽매이지 않고 산 세대에게 그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여주려고 만들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만들었다. 굳이 공산주의를 배경으로 이야기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낙태금지법이 풀린 지 1년만에 100만명이 낙태를 하였다."
- 다소 건조하나 압도하는 느낌을 주는 오틸리아 역의 배우는 어떻게 캐스팅 했나?
"100% 루마니아인을 원했다. 캐스팅하기 전에 출연한 드라마를 보고 오디션에 초대하였다. 아나마리아 마린카는 강하면서도 섬세한 퀄리티가 있었다. 기대한 대로 영화에 잘 반영되었다."
- 오틸리아가 낙태 수술을 하기 전에 무면허 의사의 가방에서 칼을 꺼내 숨기는 장면이 있어 사건이 생기리라 예측했는데 사건없이 지났다. 왜인가?
"관객의 그런 예측을 기대한 장치다. 오틸리아의 분노에 찬 심정을 표현했다고 보면 된다."
-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루마니아의 반응은?
"루마니아에서 대단한 환영을 받았다. 루마니아 예술계, 특히 영화계가 힘을 얻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은 루마니아 이아시 출생으로 이아시 대학에서 영문학을, 부쿠레슈티 영화학교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 교사와 저널리스트를 거쳐, 루마니아에서 촬영한 해외 영화들의 조감독으로 활동했으며 모브라 필름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하다. 연출작으로는 <내겐 너무 멋진 서쪽 나라>(2002), <로스트 앤 파운드>의 한 에피소드인 <터키 소녀>(2005)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