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하지?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행사 관계자들과 대책을 상의하고 있다.
어떡하지?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행사 관계자들과 대책을 상의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욕을 먹고 있다. 해마다 불만이 없었던 적은 없지만 중반부터 이렇게 된통 욕을 먹는 경우는 사실 드물었다.

PIFF가 언론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기 시작한 것은 6일 영화 <M> 기자회견 직후부터다. 이날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강동원을 취재하고자 국내외 많은 언론이 모였고 이를 예상치 못한 영화제 측이 협소한 장소를 준비해 놓으면서 기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 때문에 기자회견은 30분 넘게 지연됐고 김동호 집행위원장까지 나서 사태 해결에 나섰다.  그 뒤 신속하게 PIFF 측은 공식 홈페이지와 프레스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며 다시는 이런 잘못을 하지 않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언론은 앞다투어 PIFF의 무능한 운영을 질책했고 여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것이 바로 <M>의 기자 회견에 대한 내용이었다. '기자님'들을 잘못 건든 PIFF는 이렇게 혹독한 시련을 치렀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기자들의 항의에는 발 빠르게 집행위원장까지 나서 신속한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사과문까지 올렸던 PIFF 측은 관객들의 불편에는 별다른 말이 없다. 말로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진정한 주인은 관객이라고 하지만 관객들에 대한 처우는 아주 실망스럽다.

기자들 항의에는 바로 사과, 관객들 불만에는 "환불해줄까?"

개막식이 열렸던 수영만 야외상영장에는 당일 꽤 많은 비가 내렸다. 하지만 게스트들의 입장이 지체된다는 이유로 개막식 행사는 무려 1시간 가까이 늦어졌고 비를 맞고 앉아있는 관객들은 추위에 떨어야 했다. 장내 스피커를 통해 "행사가 지연되어  미안하다"는 안내멘트만이 전부였다.

개막식 날 엔리오 모리꼬네가 비를 맞고 레드카펫을 걸어 들어갔다며 불을 뿜은 언론과 이에 대해 "그렇다고 모리꼬네가 공식적인 항의를 하지 않았다"며 부인하는 PIFF 뒤에는 2시간 넘게 비를 맞고 서 있던 관객도 있었다. 그것도 5000명씩이나.

관객과 감독이 만나 영화에 대한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관객과의 대화' 행사는 당일 예고도 없이 취소되기 일쑤였고, 감독과의 만남을 위해 전국에서 모여들었던 영화팬들은 허탈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부산극장 1관에는 예매 시스템 오류로 1층과 2층의 객석이 바뀌었으니 그냥 그 자리에 앉으라는 말과 함께 미안하니 환불을 원하면 해주겠다는 문구도 붙어 있었다. 배짱이 두둑해진 부산국제영화제엔 말없이 성원해왔던 관객들의 불만이 높아져 가고 있다.

하지만 기자들의 30분을 빼앗은 것에는 확실한 사과를 한 PIFF가 정작 진짜 주인공인 관객들에게는 묵묵부답이다. 혹 그 목소리가 안 들려서 그런 것인지  성하훈·정민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PIFF를 찾은 관객들과 만나 영화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제 측은 <M> 기자회견이 끝난 뒤, 공식 홈페이지와 프레스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불편을 겪는 관객에 대한 사과는 발견하기 어려웠다.
영화제 측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공식 홈페이지와 프레스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불편을 겪는 관객에 대한 사과는 발견하기 어려웠다.PIFF

사실 이 자리는 PIFF 고수들로부터 영화제에 대한 팁(TIP)을 들어보고자 기획된 자리였지만 그들에게서 영화제에 대한 불만만 가득 듣고 돌아왔다. 지난 7일 오랫동안 영화제를 찾았던 영화팬 2명과 올해 처음으로 영화제를 찾은 영화팬 2명이 모였다.

- 부산영화제에 대한 느낌이 어때요?

원호성(이하 원, 27) "자원봉사자들이 너무 불친절해진 것 같아요. 상영이 시작되니 빨리 입장하라는 말이 꼭 예비군 훈련에서 '선배님들 지금 빨리 들어가셔야 영화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투와 비슷한 거 있죠."
최주용(이하 최, 25) "난 그게 더 편하던데?"
김경민(이하 김, 26) "넌 제대한 지 얼마 안 되니깐 그런 거지! 나도 사실 깜짝깜짝 놀라."

- 비용은 얼마나 들었나요?
최 "전 5박6일에 35만원 정도 들었어요."
김정훈(이하 훈, 20) "저는 40만원 정도 들었어요."
"영화비 빼고 6박7일에 20만원 정도 들었어요. 관객숙소가 함지골과 아르피나로 나눠져 있는데. 아르피나는 대부분 자원봉사자들 위주고 관객 숙소는 별로 없어요. 함지골은 시설이 안 좋아요. 그런데 경치 하나는 좋죠. 2003년도에는 11월에 영화제를 했는데 함지골에는 찬물 밖에 안 나와서 샤워하다 감기 걸렸었죠."

"이 동네 저 동네... 극장 옮겨다니는 것도 힘들어요"

- 개선 사항이 많나 보죠?

 "예! 공사 중인 CGV 대연이 상영관으로 되면서 또 공사판 영화제가 됐어요. 2002년도 때도 메가박스가 공사 중이어서 공사판 영화제였는데 올해도 역시네요. 사실 CGV가 상영관을 바꾸는 게 새로 오픈하는 지점을 홍보하기 위한 방편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뿐만 아니에요. 셔틀버스는 얼마나 불편한데요. 남포동과 해운대를 바로 연결하는 셔틀은 없고, 남포동에서 대연동, 대연동에서 남포동만 연결한다니깐요."

- 자기가 스태프라면 어떻게 해보고 싶은데요?

: "일반 관객을 위해 인기작은 주말을 비워놓은 거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주말에는 사람이 많으니깐 비인기작을 몰아놓고, 인기작은 극장별로 1· 2개 정도 하는데다 그것도 다 흩트려놔서 동선도 안 잡히게 해 놨잖아요."
"부산극장 1관이 크니깐 거기에 화제작을 배치해서 조금이라도 많은 관객들이 볼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물 보충 할 수 있는 곳도 없어요. 영화를 보면 물을 많이 먹는데 은행에 가서 양해 얻고 조금씩 받아 온다니깐요."

 7일 밤 남포동 PIFF 광장에서 만난 영화팬들은 관객에 대한 배려가 없는 영화제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7일 밤 남포동 PIFF 광장에서 만난 영화팬들은 관객에 대한 배려가 없는 영화제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정민규

- 그래도 인터넷 예매는 괜찮았죠?

이구동성  "네, 이번에 인터넷 예매는 좋았어요."
 "부산은행은 수수료가 비싸고 피프 캐시 환불 받기도 힘들었는데 올해 네이버로 바뀌고 나서는 편해졌어요."
 "그런데 조금 아쉬운 건 네이버 가입 안 된 사람은 들어갈 수 없어요. 휴대전화결제를 했는데 승인 번호가 안 와서 놓친 표도 많았어요."

- 프로그램은 어때요?

: "영화제에서 재미있는 영화 찾기가 쉽지 않은데 부산은 그게 안정적이에요. 부천 같은 경우에는 널뛰기죠."
 "(하하) 맞어. 부천은 팜플렛을 보면 반 이상이 '수작'이죠. 어찌된 게 다 '수작'이야."
 "듣고 보니 그렇네. 부산은 '수작'이라는 말을 잘 안 써요.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수작이라는 말을 붙이는 건 그건 90% 이상이 진짜 수작이에요."
 "매진된 표를 구하면 그것도 수작인 경우가 있어요. 표가 안 나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죠."
원 "그런데 좋은 영화가 많으면 뭐해요. 셔틀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 밖에 없죠. 관객기준에서 본다면 버스를 늘려야 해요. 영화제 기간에 버스 한두 대 늘리는 건 사실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관객에 대한 배려의 문제죠. 저는 물어보고 싶은 감독 영화라서 관객과의 대화(GV) 행사를 무척 기대했는데 예고도 안 하고 취소됐더라고요."

"경쟁 영화제 물리치니까 자만하게 된 거 아닌가요?"

- 좋은 건 전혀 없었나요?
"전주나 부천 같은 경우는 분위기가 한적하고, 부산에 오면 축제 분위기가 난다고  해서 왔는데, 이게 무슨 축제예요? 차라리 예전이 더 축제 같았어요. 지금은 축제 분위기가 전주영화제보다 못해요."
"예매 못하면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것도 힘들어요."

- 그래도 별점을 매겨 보신다면요?
 "종합해서는 힘들고요. 영화와 운영으로 나눠서 할게요. 영화는 부산은 별점 네개, 부천은 예전에는 넷반까지도 주겠는데 지금은 두 개 정도. 운영은 부산은 지금은 두개 반 주고, 부천은 예전 같으면 다섯 개 줬겠는데 지금은 두 개 정도 줄래요. 그러고 보니 부천은 다 떨어졌네요. 사실 부산이 도쿄영화제를 추월하면서 자만하기 시작한 거 같아요. 도쿄영화제 망해가면서 부산이 정점을 치고 이제 내려가고 있어요. 오히려 전주가 상승하고 있죠. 부산하고 부천요? 둘 다 내려가는데 부천은 좀 더 급격히 추락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나도 비슷해. 부산은 프로그래밍이 좋아 장점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그것만으로 용서된다고 하면 다 자만이죠. 프로그램은 퍼센트의 문제고 고르는 사람의 몫이니깐. 올해는 사실 실망 많이 하고 가요."
 "저는 프로그램은 네 개 정도 주고요, 전주영화제는 셋반, 부천은 예전이라면 네 개 반은 됐을텐데 지금은 그냥 안 매길래요. 운영은 전주랑 부산은 3점 줄래요. 그런데 부산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인데 외국인에 대한 고려가 없어요. 티켓팅도 어려워서 외국인 관객들도 힘들어하더라고요. 일반 외국인 관객은 무시되고 게스트 외국인만 강조되는 느낌이에요. 한국 감독 좋아해서 영화제 찾아오는 외국 관객들도 있는데 말이죠."
 "전주는 영화 보기는 편했는데 영화를 잘못 골랐어요. 운영은 전주는 네 개고, 부산은 두 개. 프로그램은 전주는 한 개, 부산은 세 개 반 줄래요."

부산국제영화제 P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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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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