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하지?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행사 관계자들과 대책을 상의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욕을 먹고 있다. 해마다 불만이 없었던 적은 없지만 중반부터 이렇게 된통 욕을 먹는 경우는 사실 드물었다.
PIFF가 언론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기 시작한 것은 6일 영화 <M> 기자회견 직후부터다. 이날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강동원을 취재하고자 국내외 많은 언론이 모였고 이를 예상치 못한 영화제 측이 협소한 장소를 준비해 놓으면서 기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 때문에 기자회견은 30분 넘게 지연됐고 김동호 집행위원장까지 나서 사태 해결에 나섰다. 그 뒤 신속하게 PIFF 측은 공식 홈페이지와 프레스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며 다시는 이런 잘못을 하지 않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언론은 앞다투어 PIFF의 무능한 운영을 질책했고 여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것이 바로 <M>의 기자 회견에 대한 내용이었다. '기자님'들을 잘못 건든 PIFF는 이렇게 혹독한 시련을 치렀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기자들의 항의에는 발 빠르게 집행위원장까지 나서 신속한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사과문까지 올렸던 PIFF 측은 관객들의 불편에는 별다른 말이 없다. 말로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진정한 주인은 관객이라고 하지만 관객들에 대한 처우는 아주 실망스럽다.
기자들 항의에는 바로 사과, 관객들 불만에는 "환불해줄까?"개막식이 열렸던 수영만 야외상영장에는 당일 꽤 많은 비가 내렸다. 하지만 게스트들의 입장이 지체된다는 이유로 개막식 행사는 무려 1시간 가까이 늦어졌고 비를 맞고 앉아있는 관객들은 추위에 떨어야 했다. 장내 스피커를 통해 "행사가 지연되어 미안하다"는 안내멘트만이 전부였다.
개막식 날 엔리오 모리꼬네가 비를 맞고 레드카펫을 걸어 들어갔다며 불을 뿜은 언론과 이에 대해 "그렇다고 모리꼬네가 공식적인 항의를 하지 않았다"며 부인하는 PIFF 뒤에는 2시간 넘게 비를 맞고 서 있던 관객도 있었다. 그것도 5000명씩이나.
관객과 감독이 만나 영화에 대한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관객과의 대화' 행사는 당일 예고도 없이 취소되기 일쑤였고, 감독과의 만남을 위해 전국에서 모여들었던 영화팬들은 허탈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부산극장 1관에는 예매 시스템 오류로 1층과 2층의 객석이 바뀌었으니 그냥 그 자리에 앉으라는 말과 함께 미안하니 환불을 원하면 해주겠다는 문구도 붙어 있었다. 배짱이 두둑해진 부산국제영화제엔 말없이 성원해왔던 관객들의 불만이 높아져 가고 있다.
하지만 기자들의 30분을 빼앗은 것에는 확실한 사과를 한 PIFF가 정작 진짜 주인공인 관객들에게는 묵묵부답이다. 혹 그 목소리가 안 들려서 그런 것인지 성하훈·정민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PIFF를 찾은 관객들과 만나 영화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