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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수위를 달리고 있는 전북현대 모터스의 수장(首長) 조윤환 감독을 만나봤다. 자신감 넘치는 억양과 행동이 여전했다. 그가 팀을 맡은 이후부터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한 이야기. 조윤환 본인에 관한 이야기까지 시종 끊임없이 고조된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갔다.

사실 축구계 내부에서 조윤환 감독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히 크다. 막상 만나보니, 기대치를 넘어선다. 감독으로서 경기의 전술, 전략은 이보다 좋을 수 없고. 전체 클럽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이 뚜렷하고 열린 생각을 가지고 있다.

2시간 동안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팀 전력 변화의 과정과 미래의 조윤환 감독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런 변화를 줬습니다"

뭔가 보여줄 기세다. 전북현대 모터스의 약진이 눈에 띈다. 2001시즌 10월부임하며 전북을 이끌고 9위로 최하위를 겨우 모면했고, 지난 시즌 7위를 거둔 이후 올 시즌 현재(16) 2위 며칠 전에는 성남을 제치고 나흘동안 1위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전력이 급상승한데는 '변화'라는 키워드가 존재했다. 변화와 변화를 거듭한 전북은 실제로 조윤환 감독이 부임할 당시 주전으로 뛰던 최진철, 서혁수, 김경량 등 3명을 제외하곤 베스트11이 모두 물갈이 됐다.

공격진엔 에드밀손, 마그노, 보띠, 페르난데스 등 브라질 용병들이 주를 이루고, 수비와 허리에는 최진철, 김현수, 전경준 등을 중심으로 박동혁, 박재홍, 서기복 정도가 신진급 선수다. 그리고 추운기, 조진수, 최영훈 등 80년대 생 신인들이 대거 뒤를 받치고 있다. 부임하면서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발자취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일단은 부임해서 팀을 맡으며 처음 느낀 건 선발로 출전해 뛰는 선수와 리저브 선수들간의 기량 차이가 많다는 것과 젊은 선수들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느꼈고요. 선수들의 개인위주 플레이가 최고 문제점으로 느껴졌죠.

젊은 선수들을 꾸준히 영입해서 팀 전력을 강화시키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지금 커가는 선수들이 6, 7명되고, 이적해온 선수들이 중심을 이뤄 작년보다 많이 좋아졌고, 치유하는 중입니다.

선수들에게 팀을 먼저 생각하고 동료를 자기보다 먼저 챙기도록 강조했고, 지금은 작년보다 많이 좋아져 선수들이 팀 동료를 먼저 생각합니다. 위에서 말한 2가지를 먼저 치유했고요. 속된 말로 부임해서는 꼴찌 안 하려고, 작년엔 하위권 벗어나려고, 올해는 우승하려고 발버둥 치는거죠.(웃음)

올해, 내년이 우승을 할 수 있는 기회에요. 구단에서도 지원을 잘 해줘, 이적 선수와 젊은 선수들이 많아져 갈수록 더 좋아질 것입니다. 선수들이 동료의식 더 느끼고 있으며 지금은 변화중인 과정이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져 올해, 내년쯤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젊은 선수 6, 7명 정도가 올해 지나면 기량명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내년에 더 기대되죠. 남궁도, 김연건, 최영훈, 조진수, 주기환, 김태진 등이 이에 해당하고. 김태진 같은 경우는 작년에 고교 랭킹 1위였습니다.

세대교체 하나씩 이루는 과정이고, 얼굴만 바뀌었지 팀을 만드는데는 과정이 필요하죠. 젊은 선수들이 클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줄 만 한 용병이 필요해요. '조윤환이 떠나고 나서 팀 망가졌다' 그런 이야기가 제일 듣기 싫어요. 되도록 '조윤환 감독이 떠나고 우승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이렇게 변했습니다"

조직력 강화를 위한 정식적인면 치유와 전력강화를 위한 용병영입 등 단기적 체질개선과 장기적인 전략인 유망주 영입까지 하나하나 팀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설명해줬다. 전북은 이제 만천하가 다 아는 수준급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헌데 종종 쉽게 무너지거나 골이 쉬 터지지 않는다. 특히 올시즌에도 지난 4월30일 성남에 0-3으로 패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전북은 그 경기에서 시종 밀어붙이며 경기를 주도했으나 김도훈의 벼락같은 중거리슛에 선취골을 내주더니 아쉽게 홈에서 대패했다. 경기내용은 좋았으나 결과적으로 패했는데. 올 시즌을 앞두고 공격진에 전부 용병을 배치한 것에 대한 질문을 더해 함께 던졌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크게 질 수도 있는거고. 근데 좋은 팀이라면 그런게 한, 두 번이면 족하죠. 반대로 많이 넣어서도 이길 수 있는거고. 용병같은 경우 비에라, 호제리우는 기량 있고, 좋은데 우리팀에 그만한 선수들이 생겼어요. 박재홍, 서기복 등이 그 예죠. 궂이 용병을 쓸 필요까지 없는거죠.

(공격에 용병이 주를 이루는 것은) 저희 팀이 안고 있는 문제입니다. 그 자리 선수를 키워야 되는데 공격에 측면과 센터포워드로 종종 출전하는 최영훈선수 같은 경우 급성장을 하고 있고요. 몇몇 축구팬들이 우리팀을 나쁘게 얘기해서 브라질 선수들이 다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는 팀이나 그 팀의 취약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죠.

그 자리(공격)에 외국 선수의 성과가 좋은거고. 그 선수들이 일시적인겁니다. 내년이면 전방에 남궁도, 최영훈, 조진수, 김연건 등 4명이 성장하면 (용병을) 쓸 필요 없어지겠죠. 브라질 선수들은 임시방편이죠."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 같고 부임한 이후 변화에 대한 궁금증은 충분히 푼 듯 해서, 지나온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접기로 했다. 이제 조윤환식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웃음)재미있는 축구랄 것까지는 따로 없습니다. 특히 지도자가 어떤 형태의 축구를 하느냐. 누구든 수비, 공격 등 자신이 추구하는 색깔의 축구를 하기 마련인데, 저는 공격 지향적인 생각을 갖고 1골 먹으면 2골 넣는다는. 그러다 보니 저희 축구가 재밌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결과가 실속 없다며 관계자들은 안 좋아하기도 하죠.(크게 웃음)

조직적, 기술적인걸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넣는 거에 비해 흥미를 많이 느껴 그런 이야기가 나온 듯 합니다. 처음 부임할 당시 전북현대 하면 따라오던 나쁜 수식어 '뻥축구, 힘만 갖고 하는' 이런 이야기는 이제 없어졌죠. 조직적이고, 세밀함이 높아져 뿌듯합니다."

중·고등부 지역 선수 키워야

그렇다면, 전북현대의 미래가 궁금했다. 만약 조윤환 감독이 나간 후에 몇 차례 상위권에 랭크된다 하더라도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데, 유소년 클럽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지역 중, 고등부 축구부와의 관계에 관한 얘기도 덧붙였다. 특히 올해부터 초·중·고 대학부 팀에 물품 지원을 시작했다는 것으로 운을 띄웠는데….

"지금 이 팀에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예요. 우리팀의 경우 지역색이 강한데. 지역의 고등학교, 대학교 등에 있는 좋은 선수가 당연히 와야되는데 그게 안돼요. 지역 고등학교, 대학교 외면하고, 다른팀, 대학으로 가고. 일시적인게 아니고 예전부터 그래왔다는 게 더 안타깝죠. 전북에 유망주는 이왕이면 전북으로 와주고, 구단에서도 같은 값이면 지역 선수들을 뽑아야 되요.

유소년 클럽 시작한 것도 계약 할 때 조항에 있었어요. 제가 와서 창단 한 겁니다. 우리는 지역팀이고, 앞으로 우리가 사는 방법입니다. 가면 갈수록 용병 영입하는데 돈 더들어요. 무한정 지원은 안되요. 지역 선수 키우는 방법밖에 없어요.

지금 우리 클럽에 있는 유소년 애들이 중학교 입학했는데, 혹자는 "언제 걔네들이 성장하냐'고 하지만 첫 술엔 배부를 수 없어요. 시간이 말 해 줍니다. 수원, 안양은 청소년, 올림픽, 국가대표에 가장 많은 선수들이 있고, 갈수록 그런 팀은 경쟁력이 높아지겠죠.

대둔산쪽 방향 경천에 있는데, 초등학교 폐교된 곳을 사서 교실을 먹고 자고 할 수 있게끔 합숙시설을 완벽하게 해놨고. 운동장은 천연잔디 깔고, 나이트 시설까지 완비해 놨습니다. 언제 한번 구경 오세요.(웃음)"

유소년 클럽이야 대부분의 클럽이 구축되어 있다. 고등부 선수들이 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야 할 터. 선진국에는 구축되어 있는 유스클럽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며 지역 연고지 정착과 선수 발굴 측면에서 꼭 필요한 게 아니냐며 말을 이어갔다.

"U-17 클럽을 만들어야 하는데 시설, 여건 등이 아직 미흡해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또 계속 키워서 갈 데가 없죠. 개인적인 생각으론 현대에서 자체적으로 중, 고등부를 창단해서 용인FC처럼 선수들 계속 키워야 하고. 필요하죠. 우리 실정에는 구단 자체에서 창단해서 우리 선수출신이 코치하고, 우리가 초, 중, 고 창단된 팀을 흡수해서 학교측에선 재정 부담 없고, 팀에선 애들 시합 나가서 잘 하면 좋고

"유소년 문제는 구단에서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긍정적이에요. 그리고 지금 초, 중, 고 감독들이 저보다 한, 두 살 많거나 적고, 같은 시기 뛰었기 때문에 생각도 비슷해요. 점차적으로 좋아질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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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부의 메세지

"근데 아직 우리나라 프로 선수들은 행동, 생활, 운동장에서 보여주는 건 프로에 모자라요. 운동장에서 안좋은 모습 보이곤 하는데, 팬들 무섭다는 생각 해야돼. 지금 일부 이름있는 선수들이 팬들 있든지 없든지 행동하곤 하는데. 프로 선수라면 항상 좋은 모습,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줘야 돼죠. 생각, 행동, 생활 등이 더 바뀌어야 돼요."

조윤환 감독이 인터뷰 도중 한 말이다. 선수들의 행동, 생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팬들을 위해 더 성숙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현재 선수들은 그렇다 치고. 한번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게 있었다. 젊어서부터 프로에서 오랜 시간 코칭스태프로 활약했는데, 조윤환 감독이 보기엔 젊은 선수들이 프로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어떤 조건이 있을지.

"일단은 성격, 기술이 중요하죠. 프로는 가장 중요한게 자기와 싸움에 이길 수 있는 성격이고. 요근래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잘하며 올라온 선수들이 있는데, 아무리 잘해도 1, 2년 고생 할 각오 가져야 하고. 성격적으로 강인한 선수여야 합니다. 못하면 프로에선 견디질 못하죠.

프로에서 통하는 선수는 2가지. 정신적 강인함, 머리로 경기하는 선수. 예전엔 덩치 좋은 선수들이 프로에서 각광받았는데, 지금은 월드컵 이후에 사철 잔디로 바뀌면서 가면 갈수록 체력만 믿고 뛰는 선수는 힘들어요."

조윤환 감독은 위에서 말한 선수들은 물론 지도자들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전한다. 감독들간에도 한 층 수준높은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며 본인이 앞장서 노력한다고.

"우리나라 대표하는 프로 감독 김호, 이회택, 김정남, 차경복 등이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 많으신 분들이에요. 대전 최윤겸, 포항 최순호 등처럼 40대 갓 넘은 지도자들이 공부 더 할 수 있고, 젊은 감독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돼요.

자랑일지는 모르겠지만 경기전 상대팀 벤치가서 인사, 악수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거 제가 원조에요. 그런 문화가 생겼는데, 더 좋은 부분이 많이 생기도록 신경써야죠. 승부만 내려 하지 말고. 젊은 사람들이 신경쓰고, 노력해야 됩니다.

최윤겸 감독같은 경우 같이 선수, 코치 생활 했기 때문에 원래 친하기도 한데, 많이 통화하고 여러 얘기 나누면서 공감대가 많이 생겼어요. 또 감독들도 선수들한테 대하는 태도들도 고쳐야 돼요. 항상 다독거리고 감독과 선수간의 진솔한 대화가 오갈수 있도록 해야죠."

회상 "니폼니시는 평생의 은인"

창 밖을 응시하더니 누군가 생각이 나나 보다. 사실, 조윤환 감독을 두고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전 부천SK를 이끈 니폼니시 감독. 그에 대해서는 조윤환 감독이 너무 많이 이야기를 한 바 있어 마지막까지 말을 아껴뒀는데.

"니폼니시 감독 밑에 있을 때 안양에게 0-3으로 진적이 있어요. 그때 나한테 그러시더라고요. '조 코치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 바깥에서 내가 하는게 안된다라며 떠들지?'라며 물어보시는데, 그 상황에 내가 뭐라고 합니까. 웃으면서 가만히 있었죠.

내 생각에도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애들좀 바짝 긴장시키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나랑 6개월만 같이 있어봐 너도 한국처럼 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시는거에요.

니폼니시 오른팔로 따라다니면서 팀이 한층한층 좋아지는 거 보면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됐죠. 정말 많이 배웠죠. 그래서 여기서도 3년 안에 우승한다, 2년 계약인데, 확신이나 자신감 있게 말하는 거에요. 작년 70% 올해 90% 팀 전력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니폼니시 감독님께는 2가지를 배웠어요. 하나는 체력축구가 아닌 기술축구를 배웠고. 또 하나는 어느날 나를 부르시더니, '조 코치 왜 한국의 젊은 감독들이 실패를 많이 하는지 아느냐'고 물으셨는데. 뭘 뭐라고 그랬겠어요. 그냥 또 웃고만 있었지.

(한국 감독들은) 산 정상만 보고 생각한다는 거야. 젊은게 재산인데 왜 꼭대기만 보냐는거냐면서, 위험하고 낭떠러지로 떨어질 가능성도 많은데. 넌 절대 그러지 마라면서 니가 한가지만 명심해라 하시는거에요. '넌 카리스마도 있고 내가 볼 때 재능도 있다. 그러니 산꼭대기를 올라갈 때는 천천히 돌아 올라가라'는 거에요.

니폼니시 밑에서 4년동안 코치로서 옆에서 보고 배운게 엄청났어요. 최윤겸 감독도 엄청 배웠고. 최 감독은 내가 한국식으로 하는 것도 보고 배웠죠. 지금 니폼니시 감독은 중국에 계시는데, 제가 기회가 된다면 그런분 기술고문으로 모시고 싶어요. 감독이 때론 답 안나오고, 답답할 때 있는데, 그럴 때 그런 경력 많으신 분 계시면 큰 도움이 되죠.

그 분은 유소년,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지도하셨고, 마치 우리 옛날 선비처럼 아주 친절하고 인자한 분이세요. 화낼일 있으면 화 안내고 더 친절하고, 그런분들 계시면 정말 도움 많이 되죠. 그런분은 프로, 대표팀 감독도 좋지만 인자함이 많아 17세 이하 정도 감독 맡으시면 딱이지. 나한테는 애정이 각별해요. 소림사 사부처럼 모셨는데. 나도 원래 성격 불같은데, 그분 덕분에 성격 많이 고쳐졌죠. 화낼거도 더 다정하게 선수들을 대합니다."

조윤환 감독의 미래

마지막으로 조윤환 감독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지난해 월드컵직후 언론에서는 그를 작은 히딩크라며 치켜세웠다. 이것 말고도 조윤환 감독은 몇몇 평론가로부터 최고의 감독이란 호평을 듣고 있다. 조윤환 감독으로부터 미래에 대한 계획을 들어봤다.

"제가 축구지도자를 어린 나이에 시작해서 프로감독도 어린 나이에 시작했거든요. 나이가 많지 않은데, 벌써 (코치부터)10년 넘게 생활했어요. 음. 3가지 목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룬거지만 프로 감독이고, 그 다음 국가대표팀 코치스태프의 일원으로, 또 주제 넘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해외에 나가서 감독 생활을 해보고 싶습니다.

프로는 너무 빨리 됐고, 사실 대표팀 제의도 2번 정도 들어왔어요. 장고 끝에 거절을 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압박과 정신적 육체적 괴로움을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았고. 그 때 많은 분들에게 전화로 물어봤어요. 김호 감독님, 전 부천 이계원 단장님, 또 많은 기자분들에게 어떻게 해는게 좋겠냐 조언을 구했어요. 10중에 6, 7명은 대표팀에 가지 마라. 너무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울 거란 말씀을 하셨습니다.

물론 그때 제가 한다고 해서 되는건 아니었고, 프로팀을 맡고 있었고, 할 일도 있고해서 2번 고사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2006독일월드컵을 앞두고는 코치나 감독의 보조자 정도로 일하고 싶고요. 2010년이면 나이가 50인데 그때는 한번 대표팀을 맡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에피소드를 하나 알려줬다. 너무 일찍 감독자리에 오른 탓에 자기보다 어린 감독이 없어 재미난 일화가 있었다고.

"2000년 올스타전 감독을 맡게 됐는데, 감독은 물론 나보다 어린 코치도 없는거야.(웃음) 자기팀 코치는 안돼고, 어쩔수 없이 김학범 코치한테 전화해서 '형 코치좀 해줘'라며 허락을 받아놨는데. 근데 다음날 다시 전화와서 '야 1년 후배가 감독하는데 이상하다'면서 못 해주겠다는 거에요.(크게 웃음)"

40대 젊은 기수 조윤환. 그는 축구 말고도 다른 꿈이 있는 듯 했다. 가족 이야기를 하니 서슴없이 아들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아들 이야기에 눈에서 더욱 빛이 났다. 아들이 올 해 대학에 진학해 축구 전문기자가 되기 위해 학업에 전진 중이단다. 조윤환 감독은 아들이 축구계의 좋은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오매불망 소망하고, 도와주려는 모습이다.

"아들이 대전대학교에 입학했어요. 한달 전에 서대전 입구로 이사해서 현재는 출퇴근 중이에요. 걔는 어릴때부터 아버지가 어울리는 사람들이 기자다 보니깐 어렸을 때부터 축구기자 하겠다고 했어요. 내가 그래서 아는 기자분들한테 뭐를 해야 되냐고 물어봤더니 언어를 해야 한다더라고.

(아들이) 지금 영어는 영국 연수 갔다와서 곧잘 하는데, 스페인, 포르투갈어를 배우려고 공부하고 있어요. 올 해 1학년 마치고 바로 군대 보내고, 나오면 23살에 스페인이나 브라질쪽으로 3, 4년 정도 유학 보내주려고요. 30세 될 때까지는 뒤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뒤에는 자기가 방송, 신문 기자를 하든 에이전트를 하든 알아서 하겠지."

당당하고 민첩하게 행동하되 쉬어갈 줄 아는 사람이다. 여러 이야기를 나눴지만 역시 축구에 관해선 눈에 불이 켜진다. 기대 이상으로 멋진 사람이다. 인터뷰가 끝날 때 쯤 물어봤다.

본인이 인터뷰하면서 무슨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한 줄 아냐고.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바로 '젊음'이란 단어다. 젊은 생각을 지닌 조윤환 감독과 2시간의 긴 대담은 그렇게 마무리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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