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문수
오는 8월 15일에 펼쳐질 올스타전의 '별' 이관우를 지난 8월 1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6월 14일부터 7월 31일까지 실시한 팬투표 1위에 올라 지난해 월드컵 스타들을 제치고 당당히 프로축구 최고 스타 선수임을 입증했다.

이관우는 '시리우스'란 애칭을 지니고 있다. 별명처럼 가장 빛나는 별이지만 매번 그의 앞길엔 가지각색의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었다. 한때 한국 최고 유망주로 한국축구의 기둥이 될 거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어려서부터 너무 일찍 스타가 된 탓일까.

97년 청소년대회 2차 라운드 실패 후유증을 온 몸으로 감수해야 했고, 대학시절 교통사고, 드래프트 파동으로 인해 일본진출 실패, 대전 시티즌에 입단하지만 매년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헌데 올 해는 다르다. 느낌이 좋다. 마치 긴 터널을 빠져 나온 것처럼 이제 잔잔히 오랫동안 빛을 발산할 태세다. 스스로도 꾸준히 자신의 실력을 맘껏 뽐낼 수 있을 것이라며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다.

다음은 이관우와의 일문일답이다.

시리우스, 역시 최고의 별

-올스타전 팬투표 1위의 소감은.
"여러면에서 생각을 해봤다. 이렇게 1위를 한다면 더 잘 해야 하고, 못 했을 경우 좀더 부담이 간다. 더 잘하라는 격려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부담되기도 하다. 4번 연속 올스타에 뽑혔지만 제대로 경기를 뛴 적은 없다. 이번 만큼은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올스타전 목표와 잠깐 홍보를 한다면.
"개인 욕심 부리면 욕먹을 것 같고(웃음). 팀플레이 위주로, 그날 만큼은 즐겁고 재미난 축구를 선사할 수 있다. 1년에 한번 자기가 평소엔 할 수 없었던 개인기도 발휘할 수 있고, 좋은 경기가 될 것이다. MVP 욕심은 전혀없다. 팬투표 1위 한 것만으로 감지덕지다."

묻혀두고 싶은 3가지 이야기

-이관우 하면 불운의 선수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옛날 생각은 하기 싫다. 옛날 생각은 좋았던 일과 않좋았던 일로 나눠지는 것 같다. 주로 좋았던 일이 생각난다. '내가 그때는 이랬는데' 하면서 회상하지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지금 모습이 너무 초라해 보이니까."

-97청소년대회, 교통사고, 일본진출 실패, 연이은 부상 등 여러 사건들이 있었는데.
"말레이시아 가기 전…. 97청소년대회에서 남아공과의 경기는 절대 얘기 안한다. 누가 그 당시 얘기 좀 해달라고 하면 절대 안한다. 그 일로 인해 한순간에 '꺾인' 기분이다. 선수가 살고, 죽는 건 언론으로 인해 이뤄지는 것 같다.

교통사고는 한양대 시절 전지훈련 때문에 버스로 이동 중 당한 것이다. 뒤에 있던 친구가 많이 다쳤고, (김)남일이는 충격을 많이 당했었다. 나 또한 뒤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프로 첫 경기에서 들어가자 마자 부상을 당했다. 그 이후로 계속해서 부상을 달고 살았다. 아직 기회가 있으니까. 기회 왔을 때 잡느냐 못 잡느냐가 문제다."

-매년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항상 부상을 달고 사니 힘들다. 그래도 올 해는 23경기 뛰었다. 최근 3경기는 풀출장 했다(웃음). 전북현대와의 경기에서 수비수와 부딪혔는데, 몸상태가 좋지 않아 어제 경기에선 75분 뛰고 나왔다."

-어두컴컴한 '터널'에서 막 빠져 나온 느낌인데.
"터널 참 길다. 힘들다. 다쳐 본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 마음을 알 수 없다. 한번 다치고 나면 나도 모르게 좀 자연스러워 진다. 복귀하면 보다 좋은 플레이를 하기 위해 애를 쓰지만 수비수가 다가오면 나도 모르게 위축되고.

이러다 보니 게임 들어가면 부상이 신경 쓰인다. 수비수와 부딪히면 순간적으로 넘어지고, 겁나고 그런다. 매년 겪으니깐 체념하기도 한다. '기'좀 피고 살아야 할텐데. 재활 훈련때는 볼 차는 사람들이 부러울 뿐이다."

ⓒ 배문수
악몽이여 안녕! K-리그를 발판으로 도약

-올 시즌 아직까지 부상 없고, 좋은 흐름인데.
"스타일을 바꾸려는 중이다. 감독의 전술에 따라 가운데 보다 측면에 많이 활동하길 바란다. 아무래도 측면이 부상위험이 덜 하기도 하다. 좋은 선수는 감독의 스타일에 빨리 적응해 자신의 진가를 발휘한다."

-올 시즌 새로 부임한 최윤겸 감독의 주문사항은.
"이태호 감독님은 개인플레이를 주로 얘기 하고, 지금 최윤겸 감독님은 팀 플레이를 자주 주문 한다. 예를 들면 드리블 할 때는 과감히 하되, 패스 타이밍을 놓치면 안된다. 감독님이 원하는 건 한번씩 중요한 순간에 패스를 하라는 것이다.

내 스타일이 수비수 한 명도 안붙은 상태에서 플레이하면 재미없다. 이런 습관을 고치고 있는 중이다. 최 감독님 바뀌고 적절한 타이밍에 어김없이 패스하라는 주문을 계속해서 듣는다."

-테크닉이 좋은 선수 중 한 명이다.
"내가 테크닉면에서 남들보다 특별히 나은 건 없고, 프로선수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의 기술은 있다. 다만 판단력이 빠를 뿐이다. 최 감독님 또한 순간순간 임기응변 능력이 좋아야 한다고 한다. 여기서 '뜨고, 못뜨고' 판가름 나는 것 같다."

-이관우 하면 '체력' 얘기도 빠질 수 없다. 언론에서 매번 체력과 수비력을 문제 삼는데.
"체력이 약하다는 이야기는 잘못된 이야기다. 그라운드 들어가면 순간적으로 흥분을 많이 해서 체력안배를 못한다. 상황상황 타이밍이 있는데 주체 못하고 남들보다 조금씩 더 뛴다.

수비력도 그렇다. 체력이 약해 수비 가담을 못한다는 것도 잘못된 이야기다. 동료 선후배들이 지적해준다. 수비시 위치선정이 잘못됐다고. 지나치게 치우치거나 그렇지 않거나 한데 이것 또한 고쳐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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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목표는 2006월드컵

-지난 5월 동아시아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에 선발됐는데.
"2박 3일간 짧은 기간이었지만 얻은 게 많다. 여러면에서 배운 점도 있고 2002월드컵에 출전했던 선수들과 같이 뛰어본 결과 자신감을 얻었다. 같이 해보니까 '나도 아직 할 수 있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감독의 스타일에 빨리 맞추는 게 좋은 선수의 자질이라고 했는데, 대표팀의 코엘류 감독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 것 같은가.
"수비력 좋은 선수를 좋아하는 것 같다. 감독님이 원하는 걸 짧은 기간동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내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실망보다 얻은 게 많다."

-앞으로 3, 4년 계획과 목표가 있을텐데.
"첫째는 해외진출이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다른 무대에서 경험하고, 좋은 기량을 갖춘다면 자연적으로 따라오는 게 대표팀의 부름이 아닌가. 아무래도 해외진출 선수들이 우선 대상이 되니. 내 위치에 대해선 욕심없다. 남들한테 인정받고, 떳떳하게 대표팀에 발탁되고 싶다."

-최종 목표는 2006월드컵이겠다.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월드컵 무대를 밟아보고 싶을 것이다. 월드컵과 내가 인연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평생 지금처럼 살지, 또 다시 어두컴컴한 긴 터널 속을 달려야 할지 모를일이다.

프로에서 팀이 잘나가면 기회는 온다. 팀 플레이를 위주로 충실히 경기에 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나는 대표선수가 안되도 프로에서 내 플레이를 보기 위해 많은 관중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3-08-12 14:11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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