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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팅 어플에서 가볍게 만났는데, 끔찍한 결말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연인, 스토킹, 살인>

24.03.25 17:28최종업데이트24.03.2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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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연인, 스토킹, 살인> 포스터. ⓒ 넷플릭스

 
정비공으로 일하며 동료와 사랑에 빠져 아이 둘을 낳은 데이브 크루파는 현재 헤어진 상태다. 그는 35세 싱글로 새출발하기 위해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로 향한다. 자동차 업체에 취업해 데이팅 사이트를 마음껏 즐기고자 한다. '플렌티 오브 피시' 사이트를 이용한다. 진지한 만남은 별로, 자유롭고 쿨한 연애를 원했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고, 이 사람 저 사람 동시에 만나고.

데이브는 34세 리즈 골리어와 만나기 시작한다. 청소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고 쿨하고 소박해 보였다. 동물도 좋아해 몇 종류의 동물을 몇 마리 키웠다. 이밖에 여러 취미가 겹쳤고 자녀가 2명 있는 것까지 똑같았다. 둘 다 외로운 것도 같았다. 빠르게 이어졌고 즐겁게 연애를 이어갔다. 그럼에도 데이브는 리즈에게 확실하게 말해두길, 절대로 한 사람에게 정착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데이브는 정비소에 찾아온 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러곤 못 볼 줄 알았는데, 몇 주 후 데이팅 사이트에서 그녀를 다시 만난다. 37세의 캐리 피버였다. 탄탄한 직업을 가졌고 똑똑하고 섹시했다. 그리고 아이가 있었다. 그들은 빠르게 이어진다. 그런데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캐리를 집에 데리고 가던 상황에서 리즈가 찾아와 둘이 조우한 것이다. 그래도 캐리는 쿨하게 대했다. 하지만 곧 돌변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연인, 스토킹, 살인>은 데이브와 캐리와 리즈의 믿기 힘든 처참한 관계의 민낯을 들여다본다. 제목이 이야기의 거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데, 연인 관계에서 스토킹과 관련된 역대급 반전이 세상을 뒤흔들었고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막장 결론에 이른다. 영화도 이런 식이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인데, 보다시피 실화다.

믿을 수 없이 악랄하고 치밀한 스토킹
 

넷플릭스 <연인, 스토킹, 살인> 스틸 이미지 ⓒ 넷플릭스

 
돌변한 캐리는 데이브에게 문자 폭탄을 날리기 시작한다. 처음엔 진지하게 만나자는 식으로 말하더니, 데이브가 거절하자 욕설로 바뀐다. 데이브가 캐리를 찾아갔지만 그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한동안 연락이 없다가 다시 더 잔인하고 무례하며 위협적인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데이브는 곧 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캐리의 엄마가 캐리의 실종신고를 해서 보안관이 데이브를 찾아오기도 했지만, 캐리의 문자 폭탄은 계속되었다. 급기야 리즈의 차를 열쇠로 긁은 정황이 있었고 기어코 리즈의 문자와 이메일로 캐리의 위협적인 연락이 시작되고 있었다. '내가 가질 수 없다면 아무도 데이브를 가질 수 없어'라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처음엔 캐리의 번호로 문자가 왔다가 이후 수십 개의 번호로 문자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데이브가 언제 어딜 가서 무얼 하든 따라다니는 듯했다. 리즈에게도 똑같은 짓을 했다. 믿을 수 없이 악랄한 스토킹을 말이다. 스토킹은 몇 개월이 지나도록 계속되었다. 스토킹 전담 경찰이 끈질기게 추적했지만 캐리를 찾을 수 없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치밀했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이나 가족에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스토킹'이라고 한다. 엄연히 범죄다. 강력히 처벌하고 있다. <연인, 스토킹, 살인>에서 캐리의 스토킹은 가히 몇 사람의 인생을 무너뜨릴 만한 파괴력을 지녔다. 그녀의 범죄 행각에는 그 어떤 참작의 여지도 없을 것이었다.

미국을 뒤흔들 만한 반전 사건
 

넷플릭스 <연인, 스토킹, 살인> 스틸 이미지 ⓒ 넷플릭스

 
캐리의 스토킹은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급기야 리즈의 집에 침범해 불을 지른 것이었다. 다행히 리즈와 아이들은 살았지만 반려동물들이 모두 죽고 말았다. 리즈는 화재 사건 발생 후 데이브도 모르는 곳으로 이사했다. 데이브로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데이브 또한 얼마 가지 않아 새로운 곳으로 떠났다. 사건의 전환점이었던 것.

1년 후 경찰은 캐리의 엄마가 실종 신고하고 데이브가 스토킹 신고한 캐리를 다시 한 번 수사하기 시작한다. 경찰로선 바로 그 지점이 수수께끼였다. 이메일과 문자로 몇 년 동안이나 스토킹을 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그 어디에서도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 경찰은 캐리에게서 온 이메일과 문자를 다시 들여다봤다.

어마어마한 양의 IP를 꼼꼼히 추적해 보니 충격적인 사실을 찾을 수 있었다. 캐리는 다름 아닌 리즈였던 것. 그동안 데이브, 리즈, 데이브의 전처에게 행했던 악랄한 문자 폭탄 그리고 방화사건까지 모두 캐리가 아닌 리즈가 한 짓이었다. 문제는 캐리의 행방이었는데, 알고 보니 리즈가 살해한지 이미 오래였다. 이름을 속여 스토킹한 것도 모자라 살인을 하다니. 연인이었다가 스토킹으로 변질되더니 살인까지 가닿았다.

미국을 뒤흔들 만한 충격적인 사건, 악질적인 스토킹과 살인도 충분히 충격적이지만 사람이 뒤바뀌는 반전은 범죄 스릴러 영화 저리 가라 할 정도다. 데이브는 리즈야말로 진정한 피해자라고 생각했다는데, 캐리야말로 진정한 피해자라고 정정해야겠다. 한편 사건의 정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대신 리즈가 도대체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을지 이유나 사연 따위는 들여다보지 않는다. 이 선택은 옳았다고 본다. 데이브, 당신의 자유분방한 연애 스타일에는 잘못이 없다. 캐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캐리, 평생 감옥에서 나오면 절대로 안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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