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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에게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주장] 신태용 감독, 7월 계약 만료... 재신임 반대 여론 높아

18.07.04 17:17최종업데이트18.07.0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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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 축구의 차기 선장이 누가 될 것인지를 놓고 축구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러시아 월드컵을 이끈 신태용 감독의 계약기간은 7월 만료된다. 한국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서 자연스럽게 신감독의 임기도 종료된 상태다. 축구협회는 신태용 감독 체제를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다른 감독을 선임해 새 판짜기에 나설지 결정을 내려야한다.

가능성은 반반이다. 신태용 감독은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대표팀을 맡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이라는 성과를 일궈냈고,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사상 최초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꺾은 아시아 국가라는 업적을 남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4년여간 각급 대표팀 사령탑을 두루 역임하며 내부사정과 국제경험에서 누구보다 밝은 데다 불과 반 년 뒤로 다가온 2019 아시안컵을 감안해도 신감독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는 게 현실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론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인 분위기다. 단순히 16강 진출에 실패했다는 이유만이 전부는 아니다. 신태용호는 출범 이후 전반적으로 경기력이나 팀 운영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평가전에서부터 졸전을 거듭했고 용병술도 방향이 명확하지 않아 보였다. 고질적인 수비 조직력 불안과 체력 문제 등은 월드컵에서 신태용호의 대표적인 단점으로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독일전 승리로 일각에서 신태용 감독에 대한 재평가 여론이 조심스럽게 나오기도 한다.

아시안컵 이끌 대표팀 감독, 신태용이 다시 맡는다면

무엇보다 차기 감독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향후 4년간 한국 축구의 중흥을 이끌어야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게 된다. 단순히 '누구'를 선임하느냐의 문제보다 한국 축구를 앞으로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확실한 비전과 대안이 있어야 한다. 아쉽게도 신태용 감독은 지난 1년 동안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다. 물론 월드컵까지 1년이라는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고 당장 성적을 내야하는 경기들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감독의 비전을 내세우기가 쉽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감독 개인의 리더십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의존해왔다. 사실 한국축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감독 개인의 리더십에 좌우되기보다는 축구협회가 제시해야할 몫이기도 하다. 방향성이 확실해지고 나면 그 다음에 적임자를 찾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서다.

역대 대표팀 감독들이 모두 그러했듯이 신감독도 지난 1년간 태극마크의 부담감에 짓눌리며 많은 상처를 입었다. 때로는 부당한 저평가나 도를 넘어선 비난도 존재했다. 연령대별 대표팀까지 포함하면 신감독은 슈틸리케호의 코치를 시작으로 리우올림픽 U-23 대표팀, U-20 대표팀, 그리고 다시 월드컵 대표팀 감독에 이르기까지 지난 4년간 그야말로 쉴틈없이 달려왔다. 구원 투수로 투입돼 짧게는 반년 길어야 1년 6개월 이내에 성과를 보여줘야하는 극한 상황도 많았다. 애초에 감독의 철학보다는 당장 오늘의 경기에 급급한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 성과가 나쁘면 그 책임과 비난은 모두 신감독이 뒤집어써야 했다. 아무리 열정이 넘치는 지도자라고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혹사였던 셈이다.

만일 신감독이 다시 한번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다고 해도 불과 6개월 뒤에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중간 평가는 피할 수 없다. 신감독에 대한 여론이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은 데다 기성용-구자철 등 베테랑 선수들의 대표팀 은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서 전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한국은 1960년 이후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을 만큼, 아시안컵은 만만한 대회가 아니다.

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 나온다면 신감독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안 좋아질 수 있다. 신감독이 경질이라도 당한다면, 과거 홍명보나 허정무가 그러했듯 신태용이 월드컵과 각종 국제대회에서 대표팀을 이끌며 축적했던 귀중한 경험과 노하우가 한 번에 사장될 수도 있다. 이는 한국축구로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축구는 그동안 신태용이라는 축구인 한 명에게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짐을 떠넘겼다. 이쯤에서 신태용 감독도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지 않을까. 또한 새로운 대표팀 감독은 많은 경험과 검증된 연륜, 그리고 한국 축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확실한 비전을 갖춘 인물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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