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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 탈락 아르헨티나, 월드컵서 실패한 3가지 이유

[러시아 월드컵] 전술 패착-수비 불안-메시 의존증 등 문제점 속출

18.07.01 15:42최종업데이트18.07.0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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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컵] 메시 막아내는 아이슬란드 얼음수비 (모스크바=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아이슬란드 에밀 할프레드슨(20), 호르더 맥너슨(18), 애런 군나르슨(17)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러시아월드컵 D조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10)의 돌파를 저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예견된 실패였다. 불안한 행보를 거닐던 아르헨티나가 끝내 우승 후보 프랑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30일 오후 11시(한국시각)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프랑스에 3-4로 패했다.

매 경기 졸전을 펼치며 비판을 받았던 아르헨티나는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하며 좌절을 맛봤다.

삼파올리 감독, 전술 패착-선수 장악 실패

아르헨티나는 4년 동안 일관성이 없었다. 감독 교체가 잦았다. 타타 마르티노, 에드가르도 바우사가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고, 지난해 5월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이 소방수로 나섰다. 

하지만 삼파올리 감독은 자신의 축구 철학을 고집했다. 칠레 대표팀과 세비야에서 많은 활동량과 강력한 압박 전술을 통해 명장으로 발돋움했지만 아르헨티나와는 다소 부합하지 않았다.

현재 아르헨티나는 세대교체가 잘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리오넬 메시, 앙헬 디 마리아, 세르히오 아구에로, 곤살로 이과인,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에베르 바네가, 엔소 페레스, 니콜라스 오타멘디, 가브리엘 마르카도 등 여전히 30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역동적이고 많은 체력과 기동성을 요하는 삼파올리식 전술을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심지어 삼파올리 감독은 선수단 장악에도 실패했다. 아이슬란드전 무승부 이후 메시의 기량이 다른 동료들 때문에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에 선수들은 아르헨티나 축구 협회에 삼파올리 감독 퇴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다. 한 매체에서는 나이지리아전에서 삼파올리 감독이 메시에게 아구에로 교체 투입 여부를 물어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을 가중시켰다. 이에 대해 삼파올리 감독이 강하게 해명하고 나섰지만 이미 팀 부위기는 극악으로 치달은 상태였다.

4경기 9실점, 최악의 수비 조직력

아르헨티나 공격진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후방으로 내려갈수록 클래스가 떨어진다. 대회를 앞두고 주전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가 부상으로 하차하면서 뒷문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됐다. 결국 터질 게 터지고 말았다. 크로아티아전에서 선발 출장한 윌리 카바예로 골키퍼의 어이없는 실수는 0-3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 전부터 프랑코 아르마니 골키퍼가 골문을 지켰으나 16강전을 포함, 2경기에서 5골을 내줬다. 특히 프랑스전에서는 4개의 유효 슈팅을 한 개도 선방하지 못했다.

물론 골키퍼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 아르헨티나의 모래알 같은 수비 조직력은 한계를 드러냈다. 이미 조별리그 3경기 5실점의 불안감을 16강전에서 개선하지 못했다.

프랑스는 신성 킬리안 음바페를 앞세워 빈약한 아르헨티나 수비를 마음껏 흔들었다. 음바페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수비 뒷 공간 침투를 감당할 재간이 없었던 아르헨티나다. 마르코스 로호는 음바페의 돌파를 저지하지 못한 채 파울을 범하며 페널티킥을 내줬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3분 메르카도 역전 골로 승기를 잡는 듯 보였다. 하지만 프랑스의 맹공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후반 12분 블레이즈 마튀디의 스루패스와 뤼카 에르난데스의 크로스를 막지 못했고, 이어 니콜라스 탈리아피코는 클리어 미스를 범했다. 결국 벵자맹 파바르의 중거리 슛이 아르헨티나 골문에 꽂히면서 분위기는 프랑스로 넘어갔다. 

후반 중반 아르헨티나는 공수 간격이 벌어지고 기동성 저하로 인해 더욱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 후반 19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음바페가 엔조 페레스를 빠르게 제쳐두고 왼발슛을 성공시키며 전세를 뒤집었다.

후반 23분에도 프랑스는 아르헨티나 수비를 농락했다. 요리스 골키퍼를 시작으로 은골로 캉테, 앙투안 그리즈만을 거쳐 간 뒤 마튀디, 올리비에 지루의 패스가 물 흐르듯 연결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음바페의 오른발 슈팅이 아르헨티나를 굴복시켰다. 4경기 동안 9실점. 아르헨티나는 우승에 도전할 자격이 없는 팀이었다.

메시 의존증, 팀워크 부재의 결정적 원인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에 대한 의존증이 심하다. 월드컵 남미지역 예선에서 메시가 결장했을 때 1승 4무 3패, 메시가 출전한 경기에서는 6승 3무 1패로 대조적인 성적을 남겼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메시가 모두 출전했다. 상대 팀들은 전부 메시에 대한 견제를 강화했다. 메시만 막으면 된다는 식이었다. 메시는 미드필드까지 내려와서 빌드업에 참여하고, 득점과 찬스 메이킹까지 도맡았다.

아르헨티나는 메시가 없어도 충분한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스쿼드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동료들은 전혀 메시를 받쳐주지 못했다. 모두가 메시만을 바라봤다. 공을 잡으면 스스로 해결하기는커녕 메시에게 패스를 전달해주기 바빴다.

이러한 점은 오히려 팀워크를 저해하고, 공격의 단조로움으로 이어졌다. 사실상 아르헨티나의 공격은 메시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물론 메시도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나이지리아전에서 환상적인 트래핑과 피니시로 존재감을 발휘했지만 다른 경기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메시는 프랑스와의 16강전에서 최전방 원톱으로 출전했는데 상대의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프 라인까지 내려왔다. 프랑스는 블레이즈 마튀디, 은골로 캉테에게 번갈아 가며 메시를 견제하도록 했다. 또, 앙투안 그리즈만도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며 메시를 압박했다.

메시는 2도움을 올리며 분전했다. 그러나 메시가 골망을 흔드는 모습은 끝내 볼 수 없었고, 승리는 프랑스의 몫이었다. 메시의 월드컵 토너먼트 울렁증은 지난 세 차례 대회와 다르지 않았다. 통산 토너먼트 8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하지 못하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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