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에겐 비교적 여유로운 매치업이었다. 잉글랜드는 24일 오후 9시(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G조 조별리그 2차전 경기에서 주포 해리 케인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파나마를 6-1로 격파했다.
전날 튀니지를 5-2로 물리친 벨기에와 승점, 다득점, 골득실 모두 동률을 이루며 마지막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조 1위 자리를 놓고 피할 수 없는 승부를 펼치게 됐다.
▲ 24일 오후 9시(한국 시간), 러시아 월드컵 G조 2차전 잉글랜드와 파나만의 경기.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 선수가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잉글랜드 승리의 열쇠 '세트피스'
세트피스 상황에서 승패가 갈렸다. 지난 튀니지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세트피스에서 해리 케인의 선제골이 나왔던 잉글랜드는 파나마와의 경기에서 세트피스에서의 무서운 위력을 발휘했다.
존 스톤스의 멀티골을 비롯해 잉글랜드가 넣은 6골중에 4골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온 플레이를 통해 득점이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는데 이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만 바라보다 선수들을 놓치는 플레이가 남발하면서 잉글랜드는 세트피스에서 엄청난 위력을 보여줬다.
지난 튀니지전에 이어 파나마전까지 8골을 기록한 잉글랜드는 이 중 6골을 세트피스 상황에서 넣은 득점이었기에 튀니지전에서 벨기에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실점을 허용했던 것을 상기시켜봤을 때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수 있게 됐다. 잉글랜드는 여기에 일찌감치 승부가 갈리면서 케인을 비롯한 일부 주전선수들의 체력 안배까지 하는 효과를 누렸다. 잉글랜드는 로멜루 루카쿠를 비롯해 에당 아자르와 드리스 메르텐스가 부상을 입어 공격진에 차질을 빚 을것으로 예상되는 벨기에전에서 충분히 승리를 노려볼 법 하게 됐다.
파나마, 너무 쉽게 무너졌지만 한 골 만회로 '위안'
잉글랜드가 2번째 골을 터뜨리기 전까지만 해도 파나마는 잉글랜드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2번째 골 실점 과정에서 제시 린가드를 막다가 페널티킥을 내주면서 급격하게 흔들리는 모습이었고 이 경기는 해리 케인이 팀의 2번째 골을 터뜨린 전반 22분에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였다.
이후 파나마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흔들려 자주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고, 세트피스 수비에서 계속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끝에 전반전에만 5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전체적으로 파나마의 스쿼드가 베테랑 선수들이 다수 포진했지만 베테랑 선수들이 많다 해도 월드컵이란 무대는 또 다른 무대이기에 베테랑 선수들이라 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나마 후반전에는 이내 안정을 찾은 모습이었지만 해리 케인에게 운이 따르지 않는 실점을 허용하며 추격의 의지가 꺾였다. 하지만 파나마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었다. 이미 승부가 기울어진 후반 32분 왼쪽 프리킥 상황에서 히카르도 아빌라가 올려준 볼을 베테랑인 필리페 발로이가 마무리지으며 득점을 터뜨렸다.
이 골은 파나마 축구 역사상 월드컵 첫 골이었다. 승부는 이미 기울었지만 파나마 선수들은 역사적인 첫 골에 감격했고, 팬들 역시 크게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점수 차이는 컸지만 골에 기뻐하는 파나마 선수들과 팬들의 모습은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득점왕 경쟁에 합류한 케인
2강 2약 체제가 뚜렷한 G조에서 벨기에의 로멜루 루카쿠와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은 전력이 떨어지는 상대들을 만나 2경기 연속으로 멀티골을 터뜨리며 득점왕 레이스에 합류하는 모습이었다.
하루 전만 해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튀니전에서 2골을 기록한 로멜루 루카쿠가 4골로 득점랭킹 1위에 오른 데다 디에고 코스타와 데니스 체리셰프가 3골로 그 뒤를 쫓는 형국이었지만 하루만에 득점랭킹 1위의 주인공이 바뀌었다.
파나마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한 해리 케인은 약체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지난 튀니지전 2골을 포함해 5골을 기록해 단숨에 득점랭킹 1위에 올랐다.
페널티킥 2골과 로프터스 치크의 슈팅이 케인의 뒷발을 맞고 득점으로 연결되는 행운이 곁들여진 케인의 득점이었다. 하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발휘된 케인 특유의 몰아치기 본능이 파나마전에서 발휘되면서 케인 역시 득점왕 경쟁이 불을 지폈다.
케인이 해트트릭을 기록하면서 잉글랜드 선수로선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서독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제프 허스트. 1986년 멕시코 월드컵 폴란드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게리 리네커에 이어 역대 3번째로 월드컵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로 기록됐다.
여기에 득점랭킹 1위로 올라서며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6골로 득점왕에 오른 게리 리네커에 이어 32년 만에 잉글랜드 선수가 득점왕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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