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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무너뜨린 이란, 아시아축구 자존심 살리다

[러시아월드컵] 이란, 모로코 상대로 1-0 신승

18.06.16 17:14최종업데이트18.06.1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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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쳐놓은 그물망에 걸려든 모로코는 결국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16일 자정(아래 한국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이란은 모로코를 상대로 종료직전 상대 자책골에 힘입어 1-0의 승리를 거뒀다.

북아프리카의 최강과 아시아 최강의 맞대결이었지만 유럽식 축구를 펼친다는 공통점을 갖고있었던 두 팀의 대결. 그러나 경기가 진행될수록 모든 것이 이란의 계획대로 이뤄진 경기였다. 이란의 계획안에 말려들어간 모로코는 그대로 무너졌고 이란은 20년 만에 월드컵에서 승리를 거두는 새로운 역사를 장식했다.

2선 자원의 부진이 발목잡은 모로코

모로코 축구 공격의 핵심은 2선 자원들의 활약이다. 베나티아를 중심으로 한 수비라인에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한 다음 유니스 벨한다를 중심으로 하킴 지예시 등이 포진하는 2선 자원은 스피드와 기술, 뛰어난 개인기량을 바탕으로 모로코의 공격첨병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의 존재는 수비를 두텁게 한다음 빠르게 역습으로 나가는 모로코 공격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선수들임에 분명하다. 이러한 팀 컬러가 빠르게 자리잡었기에 모로코가 20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오름과 동시에 최근 A매치에서 거침없는 상승세를 탈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베나티아가 이끄는 수비라인은 침착했고 안정적이었지만 공격진의 활약이 발목을 잡았다. 경기 초반에는 좌우 풀백들의 활약속에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이란의 수비를 허물고자 하는 시도가 보였지만 득점 기회에서 득점을 살리지 못하자 공격진에서의 활약이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후 2선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활약이 잠잠해진 모로코는 공격의 활로를 여는데 실패했다. 그렇다고 원톱으로 나선 아유브 엘 카비역시 뚜렷한 활약이 없었다. 결국 2선의 활약이 없어지면서 양쪽 풀백인 하키미와 암라바트의 활약역시 없어진 모로코는 이란의 수비를 뚫어내는데 실패했다. 여기에 최근 A매치에서 공격수들의 득점이 없는것이 본선 첫 경기에서도 이어지며 앞으로의 조별리그 일정에서 큰 차질을 빚게됐다.

본선에서도 탄탄한 수비 과시한 이란

모로코의 빠르고 기술이 좋은 2선 자원들의 활약을 막기위해선 이란의 탄탄한 수비가 뒷받침 되어야했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보니 이란의 수비는 역시 탄탄했다. 이란의 포백은 경기초반 모로코의 빠른 스피드에 잠시나마 흔들리는 모습이었지만 이내 안정을 찾았고 수비가 탄탄해지자 아즈문을 비롯해 자한바크쉬등을 중심으로 한 역습이 원활하게 진행됐다. 비록 득점으로 연결되는데는 실패했지만 모로코 수비진에 충분히 위협이 될만한 장면임에 분명했다.

이란 수비가 흔들리지 않은데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오미드 에브라히미의 활약도 컸다.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에자톨라이가 지난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받은 퇴장으로 인한 징계로 출전하지 못한가운데 선발로 출전한 에브라히미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그 중심을 잡아주면서 이란 수비가 안정되는데 큰 공헌을 했다. 또한 에브라히미와 함께 선발로 출전한 베테랑 쇼자에이역시 노련한 경기운영을 통해 경기흐름을 모로코쪽으로 넘어가지 않는데 공헌했다.

전체적으로 케이로스 감독의 작전이 통했던 이란이었다. 전반초반에는 모로코에게 경기 주도권을 내주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여기서 경기템포를 최대한 늦추며 상대로 하여금 늪에 빠지게끔 만들어 상대가 잘하는 것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든 케이로스 감독의 전술운용은 모로코와의 경기에서 그 효과가 드러났다.

승부를 가른 건 자책골, 이란 새로운 역사를 쓰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모로코의 에르베 르나르 감독이 꺼내든 교체카드는 아유브 엘 카비를 빼고 부하두즈를 투입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이 교체카드는 결과적으로 최악의 선택이 됐다.

정규시간이 흐른뒤 추가시간 3분이 지난 후반 48분 왼쪽 측면에서 프리킥을 얻은 이란은 하지 사피가 올려준 볼이 하필이면 부하두즈의 머리에 맞고 그대로 모로코의 골문으로 들어갔다. 상대팀 골문에 골을 넣으라고 투입한 공격수가 아이러니하게 자기편 골문에 골을 넣는 상황이 발생하며 모로코는 그렇게 허무하게 패했다.

이 자책골을 바탕으로 승리를 거둔 이란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미국전 2-1 승리이후 20년만에 월드컵에서 승리하는 감격의 순간을 맛봤다. 이란의 승리는 이 것 외에도 사우디 아라비아가 개막전에서 러시아에게 0-5로 패하면서 아시아 축구에 대한 인식이 안좋아진지 하루만에 이룩한 승리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수 있는 승리였다.

그리고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과 동행한 지난 7년의 시간이 이 승리로 보상받았다. 케이로스 감독의 영리한 전술운용이 모로코전에서 빛을 발하면서 이란은 아시아 최강이란 자존심을 다시 한 번 세운 이번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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