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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패에도 쏟아진 응원... "결승전에서 반드시 설욕하겠다"

[현장] 평창동계패럴림픽 아이스하키 대표팀, 미국에 8:0로 져... 준결승 진출

18.03.13 17:30최종업데이트18.03.1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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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싸웠지만... 높았던 미국의 벽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아이스하키 B조 예선 마지막 경기가 13일 오후 강릉하키센터에서 진행됐다. 미국을 상대로 대한민국은 분전했지만 8:0으로 완패하고 말았다. ⓒ 곽우신


"괜찮아! 괜찮아!"

미국의 장벽은 높았다. 하지만 관중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한국은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B조 예선전 마지막 경기에서 미국에 0:8로 완패했다.

1피리어드부터 미국의 공세가 대단했다. 한국의 페널티 상황이 되자, 미국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맹공을 퍼부었다. 파워 플레이를 활용해 첫 골(4분 51초)을 넣은 미국은 두 번째 골(6분 40초)까지 거침이 없었다.

한국의 수비진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공격수들도 센터 라인을 넘어서 미국 진영으로 갈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어진 파워 플레이에서 다시 골이 나왔고(8분 9초), 결국 네 번째 골(9분 57초)까지 허용하고 나자 한국 감독은 유만균 선수를 세컨드 골리 이재웅 선수로 교체했다. 그럼에도 미국의 공세는 꺾이지 않았다. 세상에서 제일 긴 15분이 지나고 1피리어드가 끝났을 때, 스코어는 이미 6:0이었다.

▲ 혼신의 수비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아이스하키 B조 예선 마지막 경기가 13일 오후 강릉하키센터에서 진행됐다. 선수들이 몸을 던져가며 수비하고 있다. ⓒ 곽우신


집중력을 되찾은 한국 선수들은 한 골도 내주지 않으며 2피리어드를 잘 마쳤다. 그러나 3피리어드 때까지 만회골의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2명의 선수가 퇴장 당하며 5대 3의 싸움이 됐을 때도 잘 버텼지만, 결국 2골을 추가로 내주고 말았다. 슈팅 개수만 봐도, 미국이 24개의 슈팅을 날린 데 반해 한국은 4개에 불과했다. 한국팀이 센터 라인을 넘어가 상대 진영을 휘저었던 일본전이나 체코전 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이로써 한국은 2승 1패, 조 2위를 확정하며 준결승에 올라가게 됐다. 준결승전 상대는 A조 1위인 캐나다. 미국과 함께 '투 톱'으로 꼽히는 팀이다. 한국은 캐나다를 상대로도 아직까지 승리를 챙긴 경험이 없다. 메달 사냥을 목표로 하고 있는 대표팀 입장에서는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실행에 옮기지 못한 전략... 복수할 수 있을까

▲ 무거웠던 골리의 책임감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아이스하키 B조 예선 마지막 경기가 13일 오후 강릉하키센터에서 진행됐다. 1피리어드 중간에 교체된 유만균 선수는 자신의 뒤를 이은 이재용 선수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 곽우신


1피리어드 중간에 교체된 유만균 선수는 "이겨보지 못한 상대이다 보니까 1피리어드 때는 조금 주눅이 들었던 것 같다"라면서 "선수들을 조금 더 믿고 갔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조금 안일했다. 10골이든 100골이든 끝까지 (골대를) 지키고 싶었는데, 내 멘탈이 무너질까 봐 감독께서 신경써주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유 선수는 자신의 뒤를 이어 골대를 지켰던 이재웅 선수에게 "조금 더 잡아줬어야 하는데, 재웅이에게 너무 큰 짐을 맡겨서 미안하다. 오늘 너무 멋있었다"라고 전하며 "저는 다음 경기에 꼭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라고 다짐했다.

▲ 공격 기회를 잡지 못한 정승환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아이스하키 B조 예선 마지막 경기가 13일 오후 강릉하키센터에서 진행됐다. 한국 공격의 핵인 정승환 선수이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했다. ⓒ 곽우신


한국의 주요 공격수인 정승환 선수는 "아쉽다"는 말을 계속 반복했다. "1피리어드 때 체력을 좀 비축했다가 2, 3피리어드 때 역습을 하는 작전을 세웠는데 초반에 너무 멀어져서…"라면서 "(작전을) 시도조차 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슈팅도 오늘 한 2개 했나?"라며 쓰게 웃었다. 그는 "지지 않는 경기를 목표로 했는데, 1피리어드 때 예상치 못하게 페널티가 나오고 실점을 하면서 선수들이 흔들렸다"라고 털어놓았다.

특히 이날 경기는 생중계도 되면서 기대를 많이 모았던 터이기에 더 마음 아파했다. 정승환 선수는 "진짜 많이 응원해주셨는데,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 크다"라며 "1피리어드가 끝나고 라커룸에서 '많은 분들이 응원하고 계시기 때문에, 절대 포기는 없다'라고 선수들끼리 얘기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자면서 나왔고, 그래서 2피리어드 때는 조금 나아졌던 것 같다"라고 얘기했다.

특히 3피리어드 때 미국 선수 5명을 한국 선수 3명이 마크하며 호수비를 보여줬던 상황을 언급하던 그는 "너무 힘들었다. 솔직히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라면서 "세컨드 골리인 재웅이를 지켜주고 싶어서 최선을 다했다. 실점 한 번 한 번 할 때마다 골리에게 너무 미안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캐나다와 제일 잘했을 땐 2:1도 해봤고, 비록 졌지만 3점을 넣은 경기도 있었다. 캐나다를 꼭 이기고 메달을 따서 전용구장을 짓는 게 목표다"라고 의기를 다졌다.

▲ 설욕을 꿈꾸는 주장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아이스하키 B조 예선 마지막 경기가 13일 오후 강릉하키센터에서 진행됐다. 한민수 선수는 캐나다를 꺾고 올라가 미국과의 복수전을 꿈꾸고 있었다. ⓒ 곽우신


대표팀의 주장인 한민수 선수는 "마음의 준비를 많이 했는데, 약속된 플레이가 잘 안 나오면서 선수들이 당황했던 것 같다"라면서 "캐나다를 이기기 위한 리허설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경기 끝나고 미국 캡틴(주장)이 캐나다를 이겨달라고 하더라. 아직 바로 결승전 갈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혼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응원해준 관중들에게 "국민들의 성원이 있기 때문에, 저희들의 잠재력이 더 나오는 것 같다. 오늘 졌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괜찮아, 괜찮아'하며 자리 지켜주시는 걸 보고 너무 감동받았다"라며 감사를 전했다.

한 선수는 특히 캐나다를 이겨 결승전에서 미국을 만나고 싶어 했다. 그는 "다 죽었다"라면서 "2피리어드 때처럼만 하면 되지 않겠느냐"라고 투지를 불태웠다. 그는 "맞았으니까 이제 때리는 법도 안다. 1피리어드 때 지키고 좀 끈적끈적하게 갈려고 했는데 그게 안 돼서 아쉽게 됐다. 반드시 설욕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국과 캐나다의 준결승전 경기는 15일에 펼쳐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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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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