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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점은 없다, 휠체어컬링팀엔 동료만 있을 뿐

[인터뷰] 휠체어컬링팀 방민자 선수...예선전 강행군에도 "체력부담 없다"

18.03.11 21:30최종업데이트18.03.1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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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일점? 작전타임은 내가 이끈다' 평창동계패럴림픽 휠체어컬링 한국 대표팀이 11일 오후 강릉 컬링센터에서 진행된 슬로바키아와의 경기에서 7대5로 승리를 거뒀다. 8엔드 작전타임 도중, 방민자 선수가 선수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 소중한


▲ 휠체어컬링 첫 경기, 압승! 평창동계패럴림픽 휠체어컬링 한국 대 미국의 경기가 10일 오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렸다. 7-3으로 승리를 거둔 한국 대표팀이 기쁨의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 소중한


"제가 좀 독합니다(웃음)."

평창동계패럴림픽 휠체어컬링 대표팀인 방민자 선수(57)는 경기 전후 관중석을 향해 자주 손을 흔들며 웃음을 내보인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도 따뜻한 미소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다.

그러나 경기에만 들어가면 그의 표정은 달라진다. 각 엔드마다 가장 먼저 투구하는 리드를 맡고 있어서일까. 그는 경기 내내 냉철함을 유지하며 팀의 시작을 책임진다.

"(리드이기 때문에) 항상 부담이 되죠. 시작이 중요하잖아요. 잘 안 될 땐 속상하지만 실망하지 않고 다음 샷을 준비해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임하고 있죠."

방민자는 경기 중 말을 많이 한다. "웨이트(속도) 좋아!", "(투구 시간) 13초 초반!" 등 팀원을 칭찬하고, 경기 상황을 공유하며 팀의 분위기를 이끈다. 쑥스러운 듯 "(컬링하면서) 말이 많아졌다"라며 웃음을 내보인 그는 "경기 중에 분위기가 중요한 것 같아서, 서로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 (말을 많이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컬링에서 자칫 변수가 될 수 있는 관중들의 응원도 방민자선수가 즐기는 경기 요소다. 그는 "함성을 들어가며 경기해 본 것이 (이번 대회가) 처음인 것 같다"라며 "이를 대비한 훈련도 해왔기 때문에 낯설지 않고 굉장히 좋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를 응원하는 함성 아닌가. 힘이 난다"라며 "안방에서 하는 특권인 것 같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 '집중해서 투구!' 평창동계패럴림픽 휠체어컬링 한국 대 미국의 경기가 10일 오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렸다. 유일한 여성 팀원인 방민자 선수가 집중해서 스톤을 던지고 있다. ⓒ 소중한


▲ '오늘 경기 잘했어요!' 평창동계패럴림픽 휠체어컬링 한국 대표팀이 11일 오후 강릉 컬링센터에서 진행된 슬로바키아와의 경기에서 7대5로 승리를 거뒀다. 승리가 확정된 후 서순석, 방민자, 정승원 선수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차재관 선수는 상대 선수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소중한


파죽의 3연승... "패럴림픽 준비했던 순간순간 절대 못 잊어"

방민자 선수를 비롯해 서순석(48)·차재관(47)·정승원(61)·이동하(46) 선수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11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진행된 슬로바키아와의 경기에서 접전 끝에 7대5로 승리했다. 전날 미국과 패럴림픽중립선수단(러시아 출신)을 꺾었으니 파죽의 3연승이다.

경기 직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방민자 선수는 "경기는 늘 긴장된다. 그럼에도 오늘 이겨서 너무 좋다"라며 "항상 저희 팀원들은 자신감에 차 있다. 저희가 갖고 있는 능력을 믿고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날 패럴림픽중립선수단과 이날 슬로바키아전이 접전이었던 것을 두고는 "저희는 (경기가) 팽팽하게 진행되는 게 더 좋다. 긴장감 속에서 경기하는 게 굉장히 짜릿하다"라며 "후반에 지고 있을 때 집중력을 보이는 것이 우리 팀의 강점"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예선전은 6일 동안 11개 팀과 대결을 펼치는 강행군이다. 하지만 방민자 선수는 "이기고 나면 피로감이 싹 사라진다. 오랫동안 체력 훈련도 해왔다"라면서 우려를 떨쳐냈다.

휠체어컬링팀은 남녀 구분 없이 혼성으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 팀이 여성 선수 한 명을 두고 있는데, 방민자도 한국 대표팀의 유일한 여성이다. 하지만 그는 '홍일점'으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컬링은 팀 경기다"라고 운을 뗀 방민자 선수는 "(팀원 모두 서로를) 팀의 동료로 생각하지 특별히 홍일점,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함께 섞여서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대회에) 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방민자는 25년 전 교통사고로 척수 장애를 안게 됐고, 사고 후 10년을 세상과 단절하며 살아왔다. 여동생은 자꾸만 스스로를 가두는 언니와 함께 장애인복지관을 찾았고 방민자는 그곳에서 운동을 접했다. 그리고 2005년 처음 휠체어컬링을 접한 그는 4년 만에 국가대표 자리에 올랐다.

그럼에도 방민자는 그 동안 패럴림픽과의 인연이 없었다. 한국은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패럴림픽에 출전했지만 그는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결국 방민자는 57세가 된 2018년에서야 평창에서 첫 패럴림픽 출전이란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정말 오랫동안 준비했죠. 제가 준비해왔던 그 순간순간을 절대 잊어버릴 수 없어요. 그래서 매 경기 제 자신을 다독이며 정신 바짝 차리고 있습니다."

▲ '응원 감사합니다!' 평창동계패럴림픽 휠체어컬링 한국 대표팀이 11일 오후 강릉 컬링센터에서 진행된 슬로바키아와의 경기에서 7대5로 승리를 거뒀다. 방민자, 정승원 선수가 승리를 거둔 후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 소중한


▲ 휠체어컬링 주장의 투구 평창동계패럴림픽 휠체어컬링 한국 대표팀이 11일 오후 강릉 컬링센터에서 진행된 슬로바키아와의 경기에서 7대5로 승리를 거뒀다. 경기 도중 주장인 서순석 선수가 투구하고 있다. 정승원 선수가 휠체어를 잡아주고 있고, 이를 방민자 선수가 바라보고 있다. ⓒ 소중한


눈물로 걱정해 온 노모... "좋은 결과로 인사하고파"

방민자 선수는 오랜 시간 눈물로 걱정해 온 노모가 항상 눈에 밟힌다. 평창에서 딴 패럴림픽 메달을 어머니 목에 걸어주는 것이 그의 애절한 목표다. 57세에 맞이한 첫 패럴림픽,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이번 패럴림픽이 방민자에게 절실한 이유다. 대회에 들어가며 휴대폰을 모두 반납한 휠체어컬링 선수들이기에, 어머니와 문자 한 통 주고 받을 수 없는 방민자는 그저 "마지막까지 집중하겠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오늘 이겼으니 제일 먼저 엄마가 기뻐하실 것 같아요. (휴대폰을 반납해서) 대회가 시작되기 전날 한 통화가 마지막이에요. '고생 많았는데 잘 해라, 응원 많이 할게'라고 그러시더라고요. 끝나고 좋은 결과로 엄마한테 인사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끝까지 집중하려고 합니다."

그를 세상 밖으로 인도한 여동생도 이날 경기장을 찾았다. 방민자는 승리를 거둔 뒤 그 여동생을 향해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그는 "제가 여동생 셋이 있는데 경기 끝나고 관중석에 있는 걸 봤다"라며 "너무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었다"라고 떠올렸다.

한국 대표팀은 이날 승리로 캐나다와 함께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3승 0패). 15일까지 남은 8경기를 치른 뒤 4위 안에 들면 준결승에 진출하게 된다. 아래는 남은 일정이다.

3월 10일
오후 2시 35분 vs 미국
오후 7시 35분 vs 패럴림픽중립선수단(NPA)

3월 11일
오후 2시 35분 vs 슬로바키아

3월 12일
오전 9시 35분 vs 캐나다
오후 7시 35분 vs 독일

3월 13일
오전 9시 35분 vs 핀란드
오후 7시 35분 vs 스위스

3월 14일
오후 2시 35분 vs 노르웨이
오후 7시 35분 vs 스웨덴

3월 15일
오전 9시 35분 vs 영국
오후 2시 35분 vs 중국

3월 16일 준결승, 3월 17일 3·4위전 및 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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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패럴림픽 휠체어 컬링 방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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