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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끝났지만, 북측에 하나라도 더 가르치겠다는 머리 감독

"박철호 감독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 선수들도 "폐막식까지 추억 쌓겠다"

18.02.21 17:10최종업데이트18.02.2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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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변하는 머리 감독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올림픽파크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기자회견에서 사라 머리 총감독이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북측) 박철호 감독이 없었다면 남북 단일팀을 운영하기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이끈 사라 머리(31) 총감독이 북측 감독으로 올림픽 내내 함께 한 박철호 감독을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머리 감독은 21일 강릉 올림픽파크 코리아하우스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라인구성, 선수교체 등 어떤 부분에서든 (저의) 결정을 다 받아줬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전날 마지막 경기를 치른 뒤 머리 감독과 박 감독은 훈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 경기를 치른 뒤 머리 감독이 눈물을 흘리자 박 감독이 다가가 토닥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머리 감독은 "그 동안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했던 것들이 너무 자랑스러워 감정이 북받쳤다"라고 떠올리며 "박 감독은 선수들과도 잘 지내고, 제게 먼저 손을 내밀어 오프닝 세리머니 때 함께 입장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 작전 설명하는 단일팀 북측 박철호 감독 20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스웨덴전(7·8위 순위 결정전)에서 남북단일팀 북측 박철호 감독이 선수에게 작전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세라머리 총감독. ⓒ 이희훈


머리 감독은 남은 올림픽 기간 북측 선수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안타깝게도 저희가 훈련하는 관동하키센터는 이제 더 이상 경기가 치러지지 않는 관계로 문을 닫기 때문에 이용할 수 없게 됐다"라며 "그래도 선수 코치들과 함께 비디오 미팅을 하는 등 계속해서 배울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동안 많은 가르침을 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머리 감독은 "오늘 남북 선수들과 같이 점심으로 바비큐를 먹었다"라며 "식사하면서 특별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북측 선수들 중 시합에 못나간 선수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우리 팀에 맞춰서 배우려고 한 노력 등을 이야기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머리 감독은 "우리는 팀으로서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단일팀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단일팀, 앞으로 큰 영향 미쳤으면"

▲ 답변하는 신소정 골리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올림픽파크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기자회견에서 골리 신소정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선수들 또한 북측 선수들과 지낸 느낌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골리 신소정은 "처음 단일팀 결성이 확정됐을 때 선수로서 당황했던 건 사실이다"라며 "(상황이) 바뀔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에는 휘둘리지 않고 훈련만 하자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이 어울리고, 같이 운동하면서 '남측이다', '북측이다'를 따로 느끼지 못했다. 한 팀으로서 열심히 하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 답변하는 주장 박종아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올림픽파크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기자회견에서 주장 박종아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주장 박종아도 "처음엔 많이 당황스럽긴 했지만 같은 운동을 하고 같은 팀에 소속된 입장에서 한 마음으로 운동하다 보니 정도 많이 들고 사람 대 사람으로 지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생후 4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다시 귀화한 박윤정은 "단일팀이 큰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라며 "단일팀 자체가 특별한 사안이기 때문에 하키 이상의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단일팀의 작은 발걸음이 (앞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림픽 기간 중) 첫 번째 쉬는 날 (북측 선수들과) 같이 해변에 갔던 게 기억에 남는다"라며 "그때 머리 감독을 같이 물에 빠뜨리려고 했던 것도 재밌었고, 이후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 답변하는 박윤정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올림픽파크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기자회견에서 박윤정(마리사 브랜트)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답변하는 랜디 희수 그리핀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올림픽파크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기자회견에서 단일팀의 역사적인 첫 골을 넣은 랜디 희수 그리핀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희수 그리핀 또한 "식당에서 밥 먹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며 "이틀 전에 북측 선수들이 맥도날드 앞에 줄을 서 있어 아침으로 맥플러리를 먹었던 게 기억난다"라고 말했다.

신소정은 "북측 선수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 있나"라는 질문에 "(경기 끝난 지 얼마 안 돼 아직 없지만) 어떤 선수들은 사진을 같이 찍어 출력해 주기도 했더라. 편지를 쓴 선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오늘 점심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폐막식까지  추억도 쌓으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 '기자 회견 준비됐나요?'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올림픽파크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기자회견에서 랜디 희수 그리핀(왼쪽부터), 세라 머리 총감독, 박윤정, 신소정, 박종아가 기자회견을 앞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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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아이스하키 사라 머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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