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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기록' 차준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

[평창 피겨] 차준환, 해피엔딩으로 끝난 평창... 가능성과 숙제 모두 발견

18.02.17 16:51최종업데이트18.02.1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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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프린스' 차준환(17·휘문고)의 미래는 밝았다. 첫 동계올림픽 출전에 본선 진출에 이어 15위로 선전하면서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하며 이번 대회를 마쳤다.

차준환은 17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 출전해 165.16점(기술점수 84.94점, 구성점수 81.22점, 감점 1점)을 기록해 지난 시즌 2016-2017 국제빙상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세웠던 개인 기록(160.13점)을 경신했다. 차준환은 쇼트프로그램 83.43점을 더해, 총점 248.59점으로 최종 15위에 자리했다.

차준환은 생애 첫 올림픽에서 쇼트프로그램. 프리스케이팅, 그리고 총점까지 모두 개인기록을 바꿔놓았다. 만 16세가 감당하기에는 상당히 벅찬 대회였지만 차준환은 은반 위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모두 보여주며 내일이 더욱 밝다는 것을 입증했다.

우여곡절 속 '해피엔딩'으로 끝난 올림픽

피겨 차준환 선수가 17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 이희훈


차준환에게 이번 시즌은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여러 스트레스와 압박감 등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후 가장 힘든 시기 가운데 하나였다. 가장 큰 적은 부상이었다. 차준환은 올 시즌 시니어로 데뷔했는데, 데뷔하자마자 바로 올림픽을 맞이해야만 했다. 상대적으로 1~2년 앞서 시니어 무대를 경험한 다른 선수들과 달리 차준환은 이런 경험이 전무한 상태였다.

또한 4회전 점프에 대한 부담과 그로 인한 부상도 컸다. 세계 남자피겨 추세가 4회전 점프 경쟁이 이미 정점을 찍었을 정도로 더 이상 4회전 점프 없이는 경쟁조차 하기 어려워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 차준환은 4회전 점프를 늘리고자 캐나다에서 맹훈련을 했고 이 과정에서 고관절과 발목 부위 등에 부상을 당했다. 이 여파는 결국 국내 올림픽 1,2차 선발전에 영향을 미쳤고 차준환은 기대 이하의 성적에 그쳤다. 시니어 그랑프리에도 데뷔를 했지만, 주니어와 달리 시니어의 벽이 상당히 높은 것을 실감한 채 9위로 마감했다.

그러나 차준환은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선발전에서 모든 것을 던졌고 무려 28점차를 극복하고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보다 더 극적인 순간은 없었다. 차준환은 당장의 올림픽보다는 조금 더 멀리 보는 전략을 세웠고 그것은 '클린 프로그램', '4회전 점프 최소화'였다. 대신 장점인 표현력에 조금 더 중점을 뒀고 이 전략을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 살코 점프에서만 실수가 있었을 뿐 나머지 기술 요소는 모두 흠잡을 곳 없이 완벽했다. 그 결과 모든 부문에서 개인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차준환은 개인 기록과 함께 한국 피겨 역사의 또 한 줄을 장식했다. 그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이규현(현 코치)이 쇼트프로그램 23위로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한 이래, 20년만에 한국 선수가 올림픽 본선 경기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또한 순위도 역대 최고였다. 종전 최고 기록은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에서 정성일이 기록한 17위였는데, 차준환은 이를 뛰어넘어 15위로 선전을 펼쳤다.

미완성의 4회전 점프, 앞으로의 숙제

피겨 차준환 선수가 17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 이희훈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만큼 2%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바로 4회전 점프다.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 차례 4회전 점프를 시도했지만 착지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트리플 점프와 표현력 등 구성점수 부문에서는 모두 향상됐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다고 조급해 할 필요는 절대 없다. 차준환은 이번 올림픽 피겨 남자싱글에 출전한 선수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편에 속했다. 이제 겨우 만16세이고 시니어 타이틀을 단 지는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반면 10위 이내에 든 선수들은 최소 2년 이상 시니어 경력을 지닌 선수들이었다. 그렇게 차준환과 격차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앞으로 차준환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4회전 점프를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합쳐 5개 이상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기량을 끌어 올려야만 한다.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다음 동계올림픽인 베이징때까지 4년간 하나씩 채워 나가면 된다. 이런 부분을 차준환도 잘 알고 있다. 차준환은 경기 직후 믹스드존 인터뷰에서 "굉장히 힘든 일이 많았다"며 "이번 시즌은 잊지 못할 거 같다. 경기를 치르면서 힘든 것에 대한 생각이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태극기 흔들어주시는 모습을 봤더니 울컥했다. 이제는 차근차근 부상 관리 잘 해서 건강히 성장했으면 좋겠다"며 소망을 밝혔다.

아직 차준환은 보여주지 못한 것이 더 많다. 그렇기에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미래가 밝다고 할 수 있다. 차준환은 평창을 통해 잊지 못할 경험을 쌓았다. 올림픽을 경험함으로서 다음 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목표와 방향을 확인한 것은 물론, 큰 대회에서 실전에 어떻게 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부분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대감과 숙제를 모두 안겨준 평창은 훗날 차준환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해 나가는데 있어 중요한 도약의 발판 가운데 하나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할 일은 이제 그가 정상권으로 발돋움하기까지의 과정을 끊임없이 차분하게 지켜봐주는 것뿐이다.

피겨 차준환 선수가 17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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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차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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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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