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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록, 신기록, 신기록... 덤덤한 윤성빈은 "예상했다"

스켈레톤 금빛 질주 청신호... "응원 덕분에 좋은 기록 내"

18.02.15 14:38최종업데이트18.02.15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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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윤성빈 선수가 15일 오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 열린 스켈레톤 경기에서 주행을 시작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1차시기. 꽉 쥔 주먹과 태극기가 그려진 썰매 위에 윤성빈(25)이 뛰어 올랐다. 매끄러운 주행. 윤성빈이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자 전광판에 'TR' 두 글자가 떴다. 트랙 레코드(Track Record, 경기가 진행된 트랙의 신기록)를 의미하는 표시였다.

끝이 아니었다. 2차시기, 윤성빈은 왼손으로 썰매를 쥔 채 힘차게 앞으로 나아갔고 스타트 기록을 측정하는 라인을 통과했다. 이번엔 'SR'이 떴다. 스타트 레코드(Start Record, 출발 신기록)였다. 끝난 줄 알았던 윤성빈의 신기록 행렬은 피니시 라인에서 또 한 번 이어졌다. 눈을 뗄 수 없는 완벽한 주행으로 윤성빈은 피니시 라인에서도 'TR'을 전광판에 띄웠다.

1·2차 합계 1분40초35. 전광판 맨 위에 태극기와 함께 윤성빈의 이름이 떴다. 10년 가까이 '스켈레톤 황제'라 불리던 마르틴 두쿠르스(35, 라트비아)보다 두 계단 위에 그의 이름이 있었다.

15일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진행된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1·2차시기에 출전한 윤성빈은 이날 신기록을 낼 수 있는 네 번의 기회(1·2차시기 각각 스타트 레코드, 트랙 레코드)에서 세 번의 신기록을 만들어냈다. 경기장 곳곳의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쏟아졌다.

윤성빈은 담담하게 '아이언맨' 헬멧을 벗었다. 그는 썰매를 받아든 이진희 코치에게 "몇 위에요?"라고 조심스레 물었다. 코치의 입에서 "1위"란 말이 나왔다(관련기사 : '스켈레톤 신성' 윤성빈... 1,2차시기 압도적 1위).

"2차시기 스타트, 가장 마음에 들어"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가 15일 오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 열린 스켈레톤 경기에서 주행을 마치고 결승점에 도착하고 있다. ⓒ 이희훈


▲ '아이언맨' 윤성빈, 압도적인 질주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가 15일 오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1차 주행을 하고 있다. (연속사진을 합성) ⓒ 이희훈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금메달을 딸 것이라는 곳곳의 예상이 괜한 기대가 아니었다. 1·2차시기 합산 2위 니키타 트레구보프(24, 러시아 출신 선수)와의 기록 차이는 0.74초. 1/100초를 다투는 스켈레톤 종목에선 꽤 큰 차이의 기록이다.

그럼에도 윤성빈은 감정의 동요가 없었다. 그는 경기 직후 믹스트존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대 이상은 아니다. 딱 예상한 기록이다"라고 덤덤히 말했다. 그러면서 "1차시기 때 조금 실수한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윤성빈이 "실수가 있었다"고 했지만 무결점이나 다름 없는 경기였다. 오히려 기자들이 "우리가 알기 힘든 실수다. 어떤 것인가"라고 물을 정도였다. 윤성빈은 "모두가 걱정했던 커브 구간이 아닌 사소한 구간에서의 실수였다"라며 "아무래도 홈 트랙이다 보니 실수 없이 가장 좋은 주행을 하고 싶었다"라고 답했다.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가 15일 오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 열린 스켈레톤 경기에서 주행을 마치고 카메를 향해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 이희훈


▲ 윤성빈 썰매는 '태극기 주먹'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가 15일 오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 열린 스켈레톤 경기에서 주행을 마치고 결승점에 도착하고 있다. ⓒ 이희훈


윤성빈은 이날 가장 마음에 든 부분으로 "2차시기 스타트"를 꼽았다. 스타트 레코드가 나왔던 부분이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올림픽이다 보니 얼음관리가 가장 잘 돼 있었던 것 같다"라며 "올림픽 때 가장 좋은 기록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윤성빈은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을 향해 "응원 모두가 저에게 힘이 된다"라며 "이렇게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었던 게 제게 응원을 해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윤성빈은 다음 날인 16일 오전 3·4차시기에 나선다. 스켈레톤은 1·2차시기와 3·4차시기의 기록을 모두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윤성빈은 "올림픽이긴 하지만 올림픽이란 것에 특별히 동기부여하지 않고 (내일 3·4차시기) 시합에 임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가 만약 메달을 거머쥐게 된다면, 대한민국 동계올림픽 역사상 첫 빙상 외 종목 메달 기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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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스켈레톤 윤성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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