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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국민 들었다 놨다, 포커페이스 최민정의 '눈물'

[현장]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최민정이 달려온 2시간 20분

18.02.13 23:23최종업데이트18.02.1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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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공식 결과에 활짝 웃은 최민정 쇼트트랙 최민정 선수가 13일 오후 강원도 강릉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쇼트트랙 500 미터 결승 경기에서 출전에 결승선에 서고 있다. ⓒ 이희훈


13일 오후 7시부터 9시 20분까지.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최민정(21) 선수는 길지 않은 그 2시간 20분 동안 보는 이를 수차례 들었다 놨다. 결국 최민정은 눈물을 흘려야 했지만, 이내 "후회는 없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날 오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전에 나선 최민정은 결국 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두 번째로 결승선에 들어왔지만 심판진은 최민정을 실격시켰다(관련기사 : 쇼트트랙 최민정, 은메달 딴줄 알았는데... 충격의 실격패).

만약 최민정에게 은메달이 주어졌다면, 대한민국의 올림픽 여자 500m 종목 최고 성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최민정은 두 번째로 골인한 아쉬움을 뒤로한 채, 첫 번째로 들어온 아리아나 폰타나(29, 이탈리아)와 포옹하며 미소를 내보였다. 관중석에서도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심판진은 최민정이 임페딩(밀기반칙)을 범했다고 판단, 실격 처분을 내렸다. 최민정은 굳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떠났고, 관중석에선 짙은 탄성이 쏟아졌다.

"후회는 없다... 응원 보답하지 못해 죄송"

▲ 비공식 결과에 활짝 웃은 최민정 쇼트트랙 최민정 선수가 13일 오후 강원도 강릉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쇼트트랙 500 미터 결승 경기에서 출전에 경쟁 선수들과 출발하고 있다. ⓒ 이희훈


앞선 준준결승, 준결승을 거치면서도 최민정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준준결승에서 극적인 골인으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가 준결승에서는 압도적 모습을 보이며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최민정은 이날 준준결승에서 자신이 갖고 있던 올림픽 신기록을 깬 엘리스 크리스티(영국, 29)의 기록(42초 703)을 준결승에서 다시 한 번 제치며 올림픽 신기록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42초 422).

운도 따르는 듯했다. 준준결승에서 세계 랭킹 4위의 마리안 생젤레(29, 캐나다)가 실격되면서 경쟁자가 줄어들었다. "최민정! 최민정! 최민정!" 응원을 등에 업고 시작된 준준결승에선 사진 판독 끝에 2위로 골인하기도 했다. 3위와의 격차는 0.027초 차이였다. 사진 판독 결과를 기다리며 가슴 졸이던 관중들은 전광판의 최민정 이름 옆에 'Q(Qualify, 자격을 얻다)' 글자가 뜨자 격한 환호와 박수를 쏟아냈다.

▲ 비공식 결과에 활짝 웃은 최민정 쇼트트랙 최민정 선수가 13일 오후 강원도 강릉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쇼트트랙 500 미터 결승 경기에서 경기에서 2위를 차지하고 결과를 보며 웃고 있다. 하지만 최민정은 실격 처리되어 4위인 캐나다 킴 보탠이 동메달을 목에 걸게 되었다. ⓒ 이희훈


▲ 희비 엇갈린 쇼트트랙 결과 쇼트트랙 최민정 선수가 13일 오후 강원도 강릉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쇼트트랙 500미터 결승 경기를 마치고 2위를 확정하고 경기장을 나가는 순간 실격 처리가 된 상황을 캐나다 킴 보우틴 선수가 전광판을 통해 확인하며 기뻐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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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이 내린다'는 올림픽 메달은 결국 최민정에게 돌아가지 못했다. 준결승에서 쿼 천유(중국, 23)가 실격패하고 킴 부탱(캐나다, 25)이 구제되면서 결승선에 5명이 서게 돼 힘겨운 레이스를 펼쳐야 했다. 논란이 될 만한 심판 판정까지 겹치면서 최민정은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최민정의 눈가는 이미 촉촉이 젖어 있었다. 경기 내내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것과 비교하면 의외의 모습이었다. 앞서 OBS(올림픽 주관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선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정도였지만, 믹스트존에선 "흐흑, 계속 우네요"라며 눈물을 닦고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최민정은 씩씩한 모습을 보였다. 최민정은 기자들 앞에서 "경기 전 인터뷰에서 계속 '어떤 결과가 나와도 만족하겠다'고 말했으니 결과에 대한 후회는 없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 동안 힘들었던 것 때문에 눈물이 나는 것 같다"라며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거기에 보답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크다"라고 오히려 자신을 탓했다.

13일 밤 쇼트트랙 여자 500m 종목에서 2위로 들어왔지만 실격 처리돼 메달을 놓친 최민정 선수가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심경을 밝히고 있다. ⓒ 소중한


이어 최민정은 "아직 세 종목(1000m, 1500m, 3000m 계주)이 남았으니 집중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라며 "(오늘 결과가 나머지 세 종목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다. 더 잘 준비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심판 판정을 두고는 "제가 잘했다면 부딪힘이 없지 않았을까 싶다"라며 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민정의 다음 경기는 17일 진행되는 여자 1500m 종목이다.

쇼트트랙 최민정 선수가 13일 오후 강원도 강릉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쇼트트랙 500 미터 결승 경기에서 경기에서 이탈리아 아리아나 폰나타 선수와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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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최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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