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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남북 페어조, 14일 쇼트 경기서 재회... 은반 위 연기 '기대'

[평창 미리보기] 남북 피겨 페어, 14일 쇼트 경기에 나란히 출전

18.02.13 11:52최종업데이트18.02.1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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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남북 페어 조가 드디어 은반 위에서 재회한다. 싱글에서 페어로 전향해 유일한 한국 대표인 김규은(19)-감강찬(23)과 와일드카드로 극적으로 평창에 출전하는 렴대옥(19)-김주식(26)이 주인공이다.

김규은-감강찬과 렴대옥-김주식은 14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페어스케이팅 쇼트프로그램 경기에 출전한다. 두 팀이 대회에 함께 출전하는 것은 지난해 퀘벡 여름 대회 이후 처음이다. 본래는 지난달 말 대만에서 열린 4대륙 선수권 대회에서 함께 출전할 예정이었지만, 감강찬이 어깨부상을 당하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김규은-감강찬, 피겨 페어 중 '유일한 태극마크'

▲ [올림픽] 연기펼치는 김규은-감강찬 9일 오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팀이벤트에서 한국의 김규은-감강찬이 페어 연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규은-감강찬은 2015년 12월 팀을 결성해 남녀싱글 선수에서 페어로 전향했다. 이들은 올 시즌 퀘벡 여름 대회, 캐나다 어텀 클래식, 니스 컵 등 세 차례 B급 국제대회 출전하며 기량을 쌓아갔다. 비록 이들의 성적이 높진 않지만 한국 피겨에서는 유일한 페어조이기 때문에 존재 자체만으로도 매우 소중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기량은 북한에 비해서는 다소 떨어진다. 북한은 트위스트 리프트를 3회전으로 구사하지만 김규은-감강찬은 2회전을 실전에서 선보인다. 또한 스로 점프도 트리플 살코 점프를 시도하지만, 북한은 한 단계 더 높은 트리플 루프 점프를 스로 점프로 내세우고 있다.

단체전에서 이들은 스로 점프에서 김규은이 한 손을 짚는 실수를 하며 52.10점을 기록해 10팀 가운데 최하위에 자리했다. 그러나 성적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한국 페어가 16년만에 올림픽 무대에 다시 선 것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평창에 나간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뜻깊은 일이었다. 이들은 개인전에서 다시 한 번 깨끗한 연기에 도전해 프리스케이팅 진출을 목표로 한다.

▲ [올림픽] 김규은-감강찬, 아름다운 도전 9일 오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팀이벤트에서 한국의 김규은-감강찬이 페어 연기를 하고 있다. 팀이벤트는 남녀 싱글, 페어, 아이스댄스 4종목의 국가별 쇼트프로그램 총점 상위 5개팀만 프리스케이팅 연기에 나서 메달의 색깔을 결정한다. 한국은 첫 출전이다. ⓒ 연합뉴스


북한의 간판, 10위권 진입 노린다

렴대옥-김주식은 북한 피겨의 간판이다. 2015년 팀을 결성한 이후 지속적으로 기량이 성장했고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15위에 올랐다. 이들의 활약이 눈에 띄기 시작한 건 지난해 9월 네벨혼 트로피 대회였다. 평창행 티켓이 걸려있던 대회에서 이들은 180.09점으로 6위에 올라 자력으로 평창 출전권을 확보하며 환호했다. 그러나 국제빙상연맹(ISU)에 사용 여부 회신을 하지 않으면서 이들의 출전권은 무산됐다.

하지만 지난달 북한이 평창 참가 의사를 밝힌 후 20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남북회의를 통해 이들에게 와일드카드가 부여되기로 최종 결정됐다. 평창 출전을 확정한 후 이들은 지난달 4대륙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쇼트프로그램과 총점에서 개인 최고기록을 작성하며, 북한에 사상 첫 4대륙선수권 동메달을 안겼다.

▲ [올림픽] 호흡 맞추는 김주식-렴대옥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페어 북한 김주식과 렴대옥이 8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훈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들은 기술적으로도 매우 탄탄한 상태다. 트리플 트위스트 리프트를 비롯해, 올 시즌 필수 요소인 그룹3 리프트, 포워드 인사이드 데스 스파이럴도 문제없이 깔끔하게 해낸다. 스로 점프는 트리플 살코와 트리플 루프 점프를 실전에서 구사하고 있어 10위권 이내 진입 전망이 매우 밝다.

방상아 SBS 해설위원은 무엇보다 "북한 피겨의 외적 성장에 무척 놀라웠다"고 얘기했다. 방 위원은 "예전에는 남북이 단절됐기 때문에 그 당시만 해도 북한은 낙후된 의상과 장비로 대회에 나왔지만 이제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현대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해 모든 것을 갖췄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이러한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분명 오랜 시간을 투자했을 것으로 지원 또한 상당했을 것인데 그런 점에서 놀랍다"고 평가했다.

이런 결과 북한은 피겨 페어 종목에서 10위권, 아시아에서는 톱 3안에 들 정도 급상승했다. 방 위원은 "이전에도 북한은 페어와 남자싱글 종목에서 국제대회에 출전한 적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중위권 이상의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세계적 격차가 매우 컸다"고 언급했다.

이미 두 조는 지난해 여름 캐나다 전지훈련을 통해 인연을 맺은 것으로 화제가 됐다. 김규은-감강찬이 훈련하고 있는 캐나다 몬트리올로 렴대옥-김주식 조가 훈련을 오면서 우정을 쌓았다. 감강찬은 지난주 공식 연습 도중 김주식을 만나 함께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기도 했다.

함께하는 남북 피겨의 아름다운 은반 위 연기가 곧 평창에 수놓아진다.

김규은-감강찬은 1그룹 1번째로 렴대옥-김주식은 3그룹 네 번째 선수로 경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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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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