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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흘러나오자 '떼창', 얼음 위 뒤덮은 한반도기 물결

[현장]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 대표팀 평가전, 응원 분위기 살펴보니

18.02.04 19:59최종업데이트18.02.0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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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일팀 응원하는 시민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선학국제빙상장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스웨덴 대표팀과의 평가전' 시작에 앞서 한반도기(단일기)를 든 응원단이 단일팀을 응원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단일팀 경기장앞 보수단체 시위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선학국제빙상장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스웨덴 대표팀과의 평가전' 시작에 앞서 경기장 앞에 평창동계올림픽을 반대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김정은을 쳐 죽이자. 문재인은 물러가라!"

도로 하나를 사이로 두고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한쪽에는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대표팀을 응원하는 '꽃'과 한반도기 그리고 평화를 염원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른 한쪽에서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우리 정부와 북한 정권을 비난하는 이들이 있었다. 4일 오후, 단일 대표팀과 스웨덴 대표팀의 아이스하키 평가전이 열린 인천 선학국제빙상경기장 앞의 모습이다.

이번 평가전을 앞두고 여러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응원전을 준비했다. 붉은악마의 올림픽 응원단인 '레드 엔젤'의 모습도 보였다. 파란 옷이나 목도리 등을 함께 하고 응원 피켓을 준비한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이 밝게 웃고 있었고, 민중당 당원들도 여기저기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며 기대에 찬 표정을 보였다.

6.15공동선언실천 서울본부에서 활동하는 오정환씨도 그 중 한 명이다. 오씨는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면서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이렇게 평가전을 치를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번 단일팀을 계기로 남북이 하나 되는 민족의 염원이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일 대표팀 반대 시위를 보며) 저 분들을 뵈면 참 착잡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 남북 단일팀에 환호하는 관중들 4일 인천 선학 국제빙상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한반도기가 올라가면서 아리랑이 연주되자 관중들이 함께 부르고 있다. ⓒ 소중한


▲ 단일팀 첫 경기 열린 선학국제빙상장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4일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스웨덴과 평가전을 가졌다. 경기장 전광판에 단일팀이 'COR'로 표기되어 있고, 관중들은 한반도기(단일기)를 들고 응원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코리아 이겨라"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4일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스웨덴과 평가전을 가졌다. 경기에 앞서 시민들이 한반도기(단일기)를 흔들며 단일팀을 응원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코리아 이겨라"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4일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스웨덴과 평가전을 가졌다. 경기에 앞서 시민들이 한반도기(단일기)를 흔들며 단일팀을 응원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단일팀의 경기를 보기 위해 한파를 뚫고 경기장까지 온 시민들은 태극기 집회 쪽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대체로 밝은 표정이었다. 응원전을 준비한 측에서 나눠 준 한반도기를 받으며 기뻐하기도 했고, 현수막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 강서구에서 온 김현철(45)씨는 "지난 9년 동안 남북관계에 퇴보만 있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 아닌가. 이번 기회를 잘 살려서 남북 평화의 길로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화합하는 모습이 많이 연출됐으면 좋겠다. 파이팅!"이라며 단일팀을 응원했다. 그는 태극기 집회에 나선 사람들을 향해서는 "분단 적폐 세력들이 세뇌시켜 온 결과가 아닌가 싶다"고 씁쓸해 했다.

경기장 안은 앉을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은 관객으로 붐볐다. 단일팀을 응원하러 온 관중은 저마다 한반도기를 흔들며 "우리는 하나다", "통일조국" 등이라고 외쳤다. 단일팀이 등장하는 순간 우레와 같은 박수가 경기장을 뒤흔들었고, 애국가 대신 아리랑이 흘러나오자 대부분의 시민들이 기립해 아리랑을 '떼창'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 한반도기 향해 도열한 남북단일팀 4일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열린 여자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평가전 남북단일팀과 스웨덴의 경기. 남북단일팀 선수들이 경기 전 한반도기를 향해 도열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아리랑' 부르는 단일팀 김은향 4일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열린 여자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평가전 남북 단일팀과 스웨덴의 평가전 시작을 앞두고, 단일팀 김은향(4번·아래쪽에서 두 번째)이 경기 전 '아리랑'을 따라 부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경기가 시작되자 시민들은 하나가 되어 적극적으로 우리 대표팀에 힘을 불어넣어 줬다. 스웨덴 대표팀에게 선취점을 빼앗기자 "괜찮아"를 연호하며 분위기를 다독였다. 2:0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추격의 한 점을 넣었을 때는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인천에 사는 50대 시민 A씨는 "집이 경기장과 멀지 않아서 친구와 함께 보러 왔다"라면서 "태어나서 아이스하키는 처음 보는데 생각보다 매우 긴박하고 재미있다. 선수들도 생각보다 훨씬 잘해서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분위기를 보니 선수들 하나하나가 다 멋있어 보인다. 올림픽에서도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소한 이날 빙상 경기장 안에서는 어떤 분열이나 갈등도 보이지 않았다. 스포츠를 통해 하나되는 화합과 열정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당원들과 함께 경기를 보러 온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단일팀 구성하고 굉장히 우려들이 많았는데, 이 선수들이 별 흔들림 없이 경기를 무난하게 잘 치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많은 국민, 시민들이 이렇게 열렬히 응원하며 좋아하지 않나, 평창 동계 올림픽이 세계적인 올림픽으로 주목받을 수 있게끔 우리 단일 대표팀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계기로 이후 남북 대화가 잘 풀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이날 경기 소감을 밝혔다.

▲ '아리랑' 울려퍼진 남북단일팀 평가전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4일 오후 인천 선학링크에서 스웨덴과 첫 평가전을 벌였다. 경기에 앞서 한반도기(단일기)가 게양된 가운데 단일팀 국가로 아리랑이 울려퍼졌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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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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