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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풍선'을 위해서라면 공포의 끝까지 간다

[한뼘리뷰] '페이크 다큐'로 바라보는 어느 BJ의 '레전드' 방송 <혼숨>

16.10.21 11:36최종업데이트17.02.1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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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숨>의 한 장면. 주인공은 아프리카TV에서 '야광 월드'라는 방송을 하는 'BJ 야광'이다. ⓒ (주)프레인글로벌


1개에 100원. 국내 대표적인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에서 BJ(Broadcasting Kockey)들을 움직이는 '별풍선'의 가치다. 시청자는 BJ의 생방송을 시청하는 동안 언제든지, 또한 얼마든지 별풍선을 선물할 수 있다. 많은 BJ가 매력적인 콘텐츠로 최대한 많은 시청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방송을 보는 시청자는 적게는 십수 개에서 많게는 수백 개 이상의 별풍선으로 그들을 응원한다. 그러면 BJ는 별풍선을 선물한 시청자에게 세리머니로 감사를 표하거나 '형님', '회장님'이라고 칭하며 큰절을 올리기도 한다. BJ는 시청자를 움직이고, 또 시청자는 BJ를 움직인다.

영화 <혼숨>에는 아프리카TV에서 '야광 월드'라는 이름의 방송을 진행하는 BJ 야광(류덕환 분)이 등장한다. 초현실적인 소재로 공포 분위기를 연출하며 나름 많은 팬을 가진 그는 별풍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 "별풍선 1000개를 받으면 '졸라 뻑가는 거'를 보여주겠다"는 공약을 걸고, 실제로 귀신이 나온다는 무인도에 가서 현장 중계방송을 하는 식이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별풍선 폭탄을 맞는다. 한 시청자가 그에게 별풍선 3만 개를 그것도 연달아 다섯 번이나 선물한다. 단 몇 분 만에 1500만 원을 번 BJ 야광. 그는 '레전드' 방송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미스터리를 향해 몸을 던진다.

시청률, 돈, 인기 그리고 선정성…. 이 작품은 개인 미디어의 부정적인 면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 (주)프레인글로벌


1인 미디어와 시청자의 간의 생리를 사실적이면서도 차갑게 바라보는 영화의 결은 특히 인상적인 지점이다. 방송 모니터, BJ 야광과 파트너 박 PD(조복래 분)가 든 카메라 앵글, 그리고 CCTV 화면을 조합한 영화 속 대부분의 장면은 다소 조악한 연출 덕택에 오히려 실제 BJ의 방송 장면처럼 여겨진다. BJ 야광이 기관총처럼 내뱉는 날 것 그대로의 방송 멘트, 그리고 여기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채팅창의 대화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날그날 방송을 따라 빠른 템포로 이어지는 서사는 그 즉흥성과 예측 불가능성 덕택에 특별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영화 후반부 폐건물 시퀀스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한 공포 장르물로서 <혼숨>이 해낸 가장 큰 성취다. BJ 야광의 1인칭 시점과 CCTV의 제한된 앵글은 '혼자 하는 숨바꼭질'이란 소재와 맞물려 음산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주인공이 공포를 느껴야 시청자도 공포를 느낀다"는 극 중 대사처럼, 내내 장난스러웠던 BJ 야광이 점점 불안해하는 심리 변화가 그대로 관객에게 전이되는 것이다. 어둠 속 제한된 프레임을 통해 느껴지는 '뭔가 나올 것 같은' 음산함. 이는 <블레어 윗치>(1999)의 클라이맥스 과정에서 느낀 공포와도 닮았다.

참신하고, 스타일리쉬하다. 하지만 메시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남는다. ⓒ (주)프레인글로벌


영화의 주요 모티브인 '혼숨'이 '페이크 다큐멘터리'란 형식에 매몰돼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 부분은 못내 아쉬운 지점이다. 여고생 소영의 제보로 불거진 혼숨의 미스터리, 그리고 그가 생활한 독서실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사건들까지. 일련의 과정들은 주인공의 시선에 의해 표면적으로만 읽히면서 관객에게 객관적 정보를 주는 데 일정 부분 실패한다. 그렇게 소영이 굳이('죽음의 놀이'임에도) 혼숨을 하게 된 동기나 혼숨으로 불러낸 귀신의 목적 등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점 등은 영화 속 빈칸으로 남는다. 오는 26일 개봉.

혼숨 별풍선 BJ 아프리카TV 류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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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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