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학교에선 훈민정음을 가르치지 않을까?

[주장] 사람이 하늘과 땅을 품게 하는 훈민정음

등록 2015.05.15 17:56수정 2015.05.1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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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우리 전통문화에 관심을 두고 연구해 오다가 우리말의 뿌리와 원리에 관해서 자료를 살펴보던 중 <훈민정음해례본>을 살펴보게 되었다. 해례본의 서문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본문은 이때 처음 보았다. 그런데 본문 첫 구절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글자 만든 원리를 설명하는 첫 글이 "천지의 道는 하나의 음양오행일 뿐이다"로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태극, 음양 등의 이야기를 하며 "사람의 말소리에도 모두 음양의 이치가 있을지니. 돌이켜보건대 사람이 살피지 못했을 따름이었도다!" 하는 말로 이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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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해례본 안동본 훈민정음해례본 1446년 간행되었으나 1940년에야 안동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 간송미술관


우리가 쓰는 글자가 음양오행의 이치로 이루어져 있다니 이 무슨 소리인가? 알고 있기로는 모음은 천지인의 형상에서 따왔고, 자음은 입 모양에서 따왔다는 것인데 이게 뭔 엉뚱한 내용인가 싶었다. 그런데 계속하여 놀라운 풀이가 이어지고 있었다.


"정음을 지은 것은 사람의 능력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다만 그 말소리를 따라서 그 이치를 다했을 따름이다."

말하자면 말소리가 만들어지는 자연의 이치 그대로 만든 것이 정음이라는 것이다. 말소리라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이길래 자연의 원리와 일치할 수 있는지 참으로 기이하게 생각되었다. 그런데 계속 읽어가다 보니 한술 더 떠서 하늘과 땅과 사람의 관계에 관해서 말하고 있었다.

"초성은 하늘의 일을 하니 일으켜 움직이며, 종성은 땅의 일을 하니 그쳐 이루게 하며, 중성은 사람의 일을 하니 초성이 일으킨 것을 이어받아 종성이 이루게 이어준다"고 하였다. 사람의 일은 하늘이 일으킨 일을 땅에서 이루게 돕는다는 말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는데, 또 "천지가 만물을 생성하여도 그 가치를 완성하게 하는 것은 반드시 사람에게 의지"하며, "운율을 이루는 핵심이 중성의 작용에 있으니 이는 사람이 천지가 잘 어우러지게 돕는 뜻을 담았다"고 하였다. 또한, 'ㅏ'와 같은 글자 모양에 대해서는 "천지의 작용이 사물(事物)에 나타나되 사람을 기다려 이루는 데서 취한 것"이라고 하였다.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싶었다. 사람이 어떻게 하늘과 땅을 잇는 것인지, 글자 만든 원리에다 무슨 종교적 이념을 갖다 붙인 소리인가 싶기도 하였다.

그러나 몇 번이고 읽어보면서 그냥 갖다 붙인 말이 아닌 것을 알게 되었다. 자연의 원리 자체가 본래 그런 것을 글자 만든 원리를 통해서 풀이하고 있을 뿐이었다. 어떤 종교도 아니고, 학파도 아니고, 본래부터 주어져 있는 만물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고 있을 뿐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 속에는 분명 하늘 같은 의식이 있고, 땅과 같은 몸이 있다. 하늘 같은 뜻을 품고 그 뜻을 몸으로 이루어간다면 그 역시 천지의 작용을 돕는 일이다. 그리하여 하늘이 나의 마음이 되고 땅이 나의 몸이 될 수 있도록 천지자연과 조화를 이루어가는 일이 사람의 일인 것이다. 천지간에 일어나는 모든 일이 결국은 사람이 완성되길 기다리는 데서 생겨난다는 놀라운 진리를 너무도 간단한 말소리의 원리를 통해 설명하고 있었다. 우리말과 글에 이렇게 커다란 철학적인 이치가 숨어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고 흥분되는 일이었다. 

누구나 쓰는 한글이지만, 누구나 잘 모르는 한글의 원리


낫 놓고 ㄱ자를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늘 쓰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를 모른다는 뜻이다. 50년 넘게 한글을 써왔지만, 그 속에 이런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은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정말 낫 놓고도 ㄱ자를 모르고 살아온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내용을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을까? 나름 국어 과목에 흥미를 갖고 있었지만, 훈민정음에 관해서는 '나랏말씀이~'하는 서문과 한글이 본래 28자인 것과 또 자음은 발성 기관을 본뜬 것이고, 획을 더하여 글자를 만들었으며, 모음은 천지인 원리로 만든 것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

도대체 왜 그런지를 알아봤더니 해례본의 내용이 불확실하고 억지로 갖다 붙인 내용이 많아서 교과과정에 들어갈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뭘 억지로 갖다 붙였나 싶어 나름으로 열심히 살펴보았는데, 살펴보면 볼수록 해례본은 너무도 정확하기만 하였다. 결론은 지금까지 훈민정음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것에 있었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목마른 자 우물 파는 심정으로 해례본의 뜻을 누구나 알 수 있게 직접 풀어보기로 하였다. 해례본을 다시 세밀하게 살펴보면서 그동안 우린 자연의 외침에 늘 귀를 닫고 살아온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정말 터무니없는 삶을 살아온 것을 알 수 있었다.

■ 훈민정음을 만든 관점은 자연의 원리이다
훈민정음은 철저하게 자연의 원리를 따라 만들었다. 자연의 원리는 물질의 창조 변화를 일으키는 원리와 인간완성의 원리로 이루어져 있다. 예로부터 이를 정리하여 창조 변화원리를 역리(易理)라 하고, 인간완성의 원리를 성리(性理)라 하였다. 말하자면 자연의 원리는 단순히 물질이 창조되고 변화하는 원리가 아니라 인간완성을 이루게 하는 원리인 것이다. 훈민정음은 바로 그런 자연의 원리에 따라 만든 것이기 때문에 해례본에서의 핵심내용이 인간완성에 있다.

■ 훈민정음은 만물의 창조 변화원리를 알게 한다
훈민정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눈에 보이는 글자로 드러낸 것이다. 말소리가 생겨나는 것이나 물질이 생겨나는 것이나 그 원리는 조금도 다르지 않다. 소리는 물질에 비해 빠르게 생겼다 사라진다. 그 덕분에 말소리를 살피면 물질의 변화 현상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 말소리는 보통 물질과 달리 구조가 지극히 단순하기 때문에 본질을 쉽게 알게 한다. 물질은 티끌 하나에도 무수한 원소가 있지만, 말 한 음절의 원소는 지극히 단순하여 고작 몇 개에 그친다. 훈민정음은 그런 원소를 이치에 따라 찾아내어 만든 글자이기 때문에 글자의 원리를 알면 창조 변화의 원리를 매우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 글자 만든 원리는 자연의 근본원리인 태극도에서 비롯된다
창조변화의 과정에서 가장 근원이 되는 과정이 무극에서 태극, 오행으로 나타나는 과정이다. 역리를 공부하든지 성리를 공부하든지 반드시 배우게 되는 과정이 다음과 같은 태극도이다. 태극도는 자연의 원리에서 사물이 생겨나는 근본원리를 담아낸 것이다. 사람의 말소리 역시 사물이 생겨나는 과정과 조금도 다름없이 생겨나기 때문에 태극도의 과정을 살펴보면 말소리의 중심이 되는 중성모음의 생성과정을 알 수 있다.

훈민정음해례본(앞서 나온 사진 속의 글)의 처음 설명순서를 보면 다음 그림에 나오는 태극도의 과정과 정확히 일치한다. 해례에서 '천지의 도는 오로지 음양오행'이라고 하였듯이 태극도 역시 음양오행일뿐이다. 해례에서 말하길 '태극에서 동정(動靜)이 있은 후 음양이 생겨난다'라고 한 것은 태극도를 그대로 읽은 것과 같다. 글자 역시 태극에서 동(動)하는 하늘소리(ㆍ)와 정(靜)하는 땅의 소리(ㅡ)가 있은 후에 음양의 소리인 ㅗ, ㅏ, ㅜ, ㅓ 등이 생겨난다. 그런 과정을 중심에 존재하는 사람이 다시 반복하여 생기는 소리가 ㅛ,ㅑ, ㅠ, ㅕ이다. 이렇게 물질이 생기고 사람이 등장하는 과정 그대로 중성 모음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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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도와 중성모음 초성의 천지인 원리 <사람이 하늘과 땅을 품는다 훈민정음해례본> 도서출판 한울벗 146p ⓒ 김승권


중성모음이 완성되면 이를 바탕으로 초성과 종성이 활동할 수 있게 된다. 마치 지수화풍의 세상이 만들어지면 이를 바탕으로 사람이 뜻을 펼쳐 이루어가는 삶을 사는 것과 같다. 선인들은 이러한 이치를 파악하여 만물 변화의 원리를 역리라고 하며, 인간 완성의 원리를 성리라고 하여 학문의 기본으로 삼았다. 이러한 원리의 정수를 담아 만든 훈민정음은 정말 백성을 가르치는 최고의 교과서인 것이다.

■ 우리 중성 모음에는 유성모음이 아닌 무성모음도 있다
그런데 해례본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놀라운 부분을 발견하였다.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모음에서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세 개의 모음이 있는데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태극도에 보면 태극에 해당하는 부분에 천지인의 글자가 있고, 오행에 해당하는 부분에도 천지인의 글자가 있다. 태극은 현실로 드러나지 않은 세계이기 때문에 이때의 소리 역시 현실로 드러나지 않는 소리다. 그렇다고 없는 소리는 아니다. 분명히 있기는 하나 잡을 수 없을 뿐이다. 그런 소리가 바로 소리를 내기는 내되 울림을 일으키지 않는 무성음이 되는 것이다. 이런 무성음은 모든 소리의 바탕이 된다. 절대 빠트릴 수 없는 소리다. 실제 무성모음은 늘 쓰고 있다. 한숨 쉬는 소리인 휴~, 푸~와 같은 소리, 아기에게 오줌 누이는 쉬~ 하는 소리 등은 모두 무성음으로 소리 낸다. 이렇게 늘 쓰고 있으면서도 우리 글자에 이를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왜냐하면, 무에서 유를 이루는 물질의 창조원리를 그대로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이를 다 표현하지 못하면 원리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를 알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처음 글자를 반포할 적에 굳이 무성음까지 가르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고, 무성음이 필요한 오늘날에는 해례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해례본에는 훈민정음으로 글을 쓰면 전환이 무궁하여 쓰지 못할 소리가 없고 바람 소리, 학울음 소리, 닭울음 소리, 개 짖는 소리까지 다 쓸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바람 소리는 무성음인데 지금까지의 모음으로는 모두 목청을 울리는 유성음뿐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내용 때문에 해례본의 내용이 좀 과장되었다고 보기도 하는 데 무성음을 쓰게 되면 조금도 거짓이 아닌 진실이다. 무에서 유를 다 아우르기 때문에 어떤 소리든지 표현하지 못할 소리가 없는 것이다. 

또 무성음이 많은 외국어도 문제없이 표현할 수 있다. 영어에서 'strike'와 같은 낱말을 우리말로 적으면 '스트라이크'다. 영어에서는 유성모음이 하나뿐인데, 우리 한글로는 유성모음을 다섯 개나 써야 한다. 그러나 무성음을 쓰면 영어처럼 하나의 모음만 유성음으로 쓰고 나머지는 무성음으로 쓰면 영어발음과 정확히 일치하게 된다. 무성음 하늘소리와 땅소리, 사람소리 세 글자의 모양은 속이 빈 원점을 하늘소리로 하고, 땅소리와 사람소리는 유성음의 절반 크기로 하면 된다.

무성음은 절대 없을 수 없는 소리이다. 이를 공식화하여 훈민정음의 근본원리와 일치되게 할 때, 비로소 우리글이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소리글이 되고, 전 세계의 표준 문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된다. 만물 창조 변화원리와 정확히 일치하는 훈민정음은 세계의 표준 문자가 되는데 아무런 부족함이 없게 된다. 이렇게 근본원리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을 알게 되면 이런 문자를 쓰지 않을 나라가 없게 된다. 국어학계는 물론 우리 국민 모두에게 태극의 소리가 있음을 알리는 바이니 세밀히 연구하여 완전한 훈민정음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훈민정음의 내용에서 잘못 알려진 내용이 많은데 일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우민(愚民)은 어리석은 백성이 아니다
임금의 서문에 나오는 '우민'을 대개 어리석은 백성으로 풀이하고 있다. 어리석다는 것은 슬기롭지 못하고 둔하거나, 눈앞의 욕망에 가려 일을 그르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민은 그런 어리석은 백성이 아니다. 단지 글자를 몰라서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백성일 뿐이다. 글자를 모른다고 해서 왜 어리석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가? 글자를 몰라도 얼마든지 슬기로울 수 있고 민첩할 수 있고, 눈앞의 욕망도 넘어설 수 있다. 글자를 배울 수 없어 힘들게 살아가는 것만도 원통한 일인데, 어리석다는 소리까지 들으면 얼마나 비통하겠는가? 누군가 어리석은 백성이 어쩌고 하며 서문을 외우는 소리를 들을 적에나, 혹은 책에 나오는 그런 낱말을 볼 적마다 참으로 가슴 아프다. 단지 더 배우고, 더 알아가야 할 어린 백성일 뿐이기에 부디 언해본의 풀이 그대로 '어린 백성'으로 불렀으면 한다.

■ 흔히 모음은 천지인의 원리인 줄 알지만, 자음도 천지인의 원리인 줄은 모른다
세상 만물 중에 천지인의 원리를 담고 있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미 사람이 존재하는 세상에서는 먼지 한 알갱이에도 반드시 천지인의 이치가 담기게 된다. 물질의 근본원리는 반드시 하늘과 땅이 있고, 사람이 존재하는 한 사람이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초성 역시 그 속에는 반드시 천지인이 들어 있다. 초성에서 가장 쉽게 예를 살펴볼 수 있는 것으로 후음의 모양이 있다. 다음 그림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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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성의 천지인 원리 <사람이 하늘과 땅을 품는다 훈민정음해례본> 도서출판 한울벗 146p ⓒ 김승권


그림과 같이 하늘에 속하는 소리는 텅 빈 둥근 소리다. 소리의 음가 역시 해례본에서 '물이 빈 듯이 허명한 소리'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비강을 열어주는 소리다. 비강을 여는 이유는 하늘에 속하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그다음에는 하늘을 바탕으로 땅의 소리가 생긴다. 땅은 채워져 있기 때문에 비강을 닫고, 목구멍을 막아서 소리 낸다. 그 소리는 깊고 고요한 소리다. 땅의 소리가 생겨난 후에 사람의 소리가 생긴다. 땅 위에 사람이 일어선 모양이며 활발한 사람의 움직임을 담아 가장 빠르고 활발한 소리다. 다른 초성도 오행의 형태에 따라 모양은 다르게 되지만 천지인 원리는 정확히 적용된다. 이렇게 모든 소리는 하늘과 땅을 바탕으로 사람이 생겨나는 세 요소를 항상 바탕에 두고 있다. 이것은 사람이 하늘과 땅을 바탕으로 완성을 이루어가야 하는 주인공인 것을 보여주는 가르쳐주는 것이다.

■ ㆁ,ㄱ, ㅋ은 어금닛소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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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소리를 내는 엄 초성의 아음(엄소리)이 소리나는 장소는 성대에서 목젖 사이의 어긋난 공간 ⓒ 김승권


보통 ㄱ, ㅋ과 같은 자음을 어금닛소리라고 한다. 그러나 어금니가 다 빠져도 이들을 소리 내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어금니와는 관련이 없는데도 어금닛소리라고 하니 해례의 제자원리는 적당히 갖다 붙여 만든 것이라는 선입견을 품게 한다. 언해본에는 '엄소리'라고 되어 있는데 엄소리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엄소리를 어금닛소리라고 부르게 된 것은 아음(牙音)의 아(牙)를 어금니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아(牙)는 대개 어금니를 말하지만 '엄'이라는 뜻도 있다. 엄은 어미라는 뜻이 있다. 엄은 성대와 목젖이 있는 공간으로 소리를 길러내는 곳이다. 성대로 낳은 소리를 목젖이 길러주는 셈이다.

■ 된소리는 경음이 아니다

경음과 된소리는 100년 전부터 오해됐다. 경음은 ㅺ, ㅳ와 같은 합용병서를 말하고, 된소리는 ㄲ, ㅃ과 같은 각자병서를 말한다. 경음은 되직한 된소리가 아닌 단단한 소리이며, 된소리는 단단한 경음이 아닌 걸쭉한 농음이다. 즉 경음은 ㅺ, ㅳ와 같이 음양이 다른 음소가 뭉쳐 단단히 결합한 소리이고, 농음은 ㄲ, ㅃ과 같이 음양이 같은 글자가 만나서 나란히 이어지면서 느려지고 무거워진 소리이다. 경음은 오행의 변화 중에서 토(土)에 이르는 단계로 음과 양이 합하는 소리이며, 농음은 금(金)에 이르는 단계로 땅으로 돌아가는 소리다. 이는 터무니없기에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 성조법에서 평성의 설명과 거성의 설명이 바뀌었다
이런 잘못은 훈민정음 언해본을 작성할 때 실수한 것이라고 보인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평성은 낮은 소리, 거성은 높은 소리로 알고 있다. 그러나 성조를 표시한 글을 이런 식으로 읽으면 아주 우스꽝스럽다. 옛날과 지금은 말소리가 다르기 때문이지 않은가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달라질 것이 따로 있지 고저장단이 그렇기 뒤바뀔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성조법을 바로 잡아서 훈민정음 어제 서문을 읽어보면 참으로 친근한 우리말이지만, 이를 잘못된 채로 읽으면 남의 나라말처럼 들린다. 바로 잡은 성조법에 따라 읽은 것은 유튜브 http://youtu.be/HbHwp1_uCL8 에서 들어볼 수 있다.

초중고 대학 모든 과정에 훈민정음을 배우지 않는다. 기껏해야 서문 정도 배운다. 자동차 운전을 배워야 할 사람이 자동차의 특징이 적힌 설명서만 읽고 마는 셈이다. 오늘날 학교 교과과정에 훈민정음이 없는 것은 해례본의 내용이 음양오행의 원리에 억지로 끼워 맞췄다고 본다거나, 풀리지 않은 문제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교과과정에 넣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훈민정음해례본을 국보 1호로 삼자는 운동을 하는데 국보 1호로 삼는 것도 중요하지만, 훈민정음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배우려는 흐름이 일어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만일 초등학교 교과과정부터 우리 말글에 담긴 이러한 원리를 배운다면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저마다 서로 다투고 경쟁하는 대신 서로 힘을 모아 큰 뜻을 이루어가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며, 세상일에 매이는 대신 진정한 자유로움 가운데 참된 삶의 완성을 이루어가는 흐름이 생겨날 것이다.

해례본을 작성하던 신하들이 글자 만든 원리에 감탄하면서 "대동방 천고의 어둠을 깨워주셨다(大東千古 開朦朧)"고 하였다. 글자를 쓸 줄 안다고 어둠이 걷히는 것이 아니다. 그 본뜻을 알아야 한다. 600여 년이 흐른 지금도 훈민정음의 본뜻을 알지 못하니 여전히 몽롱한 어둠의 상태에 있다. 또 <주역> 계사전 5장에 "백성은 날마다 쓰면서도 알지 못한다(百姓은 日用而不知)"라는 성인의 안타까운 말이 있다. 오늘날도 여전히 마찬가지인 실정이다. 당시에는 세상을 열어가는 시대여서 글자를 쓸 줄 아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완성을 이루어가는 시대이기 때문에 근본원리를 분명히 알고 삶에 도움이 될 때야 안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본래 하늘과 땅에 의해 양육되었지만, 충분히 성장하면 하늘과 땅을 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사람이 천지 속에 살아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래 전에 지금과 같은 기사를 쓰려고 했지만, 주장만 있고 실제 내용이 없어 지금까지 훈민정음해례본을 파고든 것이다. 훈민정음의 원리와 뜻을 알게 되면 사람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를 가슴 깊이 느낄 것이고,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복된 일인지 무한한 감사를 느낄 것이다. 또한 우리 한글의 본래 모습을 되찾으면 세계인 누구나 쓰게 될 세계의 문자가 될 것과 또 세계인이 한글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라 확신하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세종대왕 탄신일인 스승의 날에 세종임금의 심정을 생각해봅니다.
훈민정음에 담긴 가르침을 통해 자연의 말씀을 깨달아 세종임금의 바람인
'사람마다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라'는 염원을 진실로 이루어 갈 수 있기를요.
#훈민정음해례본 #사람이 하늘과 땅을 품는다 #한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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