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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드민턴 8강 한일전, 320분짜리 역전드라마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배드민턴 남자 단체전] 한국 3-2 일본

14.09.21 22:04최종업데이트14.09.2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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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남자단체 8강 한일전에서 유연성-이용대 조가 스매싱으로 공격하는 순간 ⓒ 심재철


일요일 낮 계양체육관을 찾아온 수많은 관중들을 즐겁게 만들어주기 위해 그랬는지는 몰라도 유독 역전 승부가 많이 펼쳐졌다. 낮 12시부터 시작된 이 경기는 저녁 5시가 훨씬 넘어서 끝났다. 실제 경기 기록만 따져도 320분이 소요된 대장정이었다.

한국 배드민턴 남자대표팀이 21일 낮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배드민턴 남자 단체전 일본과의 8강 맞대결에서 짜릿한 역전승의 묘미를 남기며 320분만에 3-2로 아슬아슬하게 이기고 준결승전에 올라, 인도네시아를 3-1로 물리친 대만과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되었다.

손완호의 첫 단식 역전 드라마

첫 단식부터 명승부의 연속이었다. 1단식에 나온 손완호는 타고 켄이치의 능수능란한 경기 운영에 말려들어 첫 세트를 12-21로 내줬다. 이대로 주저앉았다가는 안 되겠다 싶어서 손완호의 표정이 두 번째 세트부터 달라졌다.

두 번째 세트 초반 기세를 휘어잡은 손완호는 위력적인 스매싱과 적극적인 네트 앞 플레이를 펼치며 조금씩 점수를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손완호의 기세에 눌린 타코 켄이치는 실수가 많아지며 스스로 무너져내렸다. 21-11로 두 번째 세트가 끝나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세 번째 세트는 두 선수 모두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 맞대결이었다. 7-7, 8-8 점수판도 모자라 총 경기 시간 1시간이 지났는데도 12-12, 13-13으로 더 뜨거워졌다. 이 때 손완호의 네트 앞 플레이가 살아나며 점수차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고 21-16으로 첫 단식을 짜릿하게 마무리했다.

배드민턴 남자단체 8강 첫 단식에서 역전승을 기록한 손완호(위) ⓒ 심재철


이용대, 활짝 웃다!

이어 두 번째 복식 경기에 나온 선수는 유연성-이용대 조였다. 수많은 관중들로부터 환호성을 들으며 입장한 두 선수는 첫 단식에서 손완호가 그랬던 것처럼 긴장을 많이 하는 바람에 엔도 히로유키-하야카와 켄이치에게 첫 세트를 15-21로 내줬다.

수비에 치중한 소극적인 경기 운영이 눈에 띄었기 때문에 두 번째 세트부터는 유연성의 스매싱이 더 적극적으로 불을 뿜었다. 그 앞에는 짧은 공격과 끈질긴 수비를 잘하는 이용대가 있었다.

그렇게 21-14로 두 번째 세트를 따내 한숨을 돌린 유연성-이용대 조는 세 번째 세트에서 이용대의 과감한 네트 대시 플레이가 결정적인 전기가 되었다. 이용대의 연속 스매싱이 멋지게 상대 코트에 떨어지며 14-8이 되는 순간에는 특유의 양손 세리머니로 관중들의 호응을 크게 이끌어내기도 했다.

또한, 행운도 우리 선수들에게 따랐다. 받아내기 어려울 것 같았던 이용대의 리시브가 운 좋게 네트 상단에 살짝 맞고 넘어가며 떨어져 15-10으로 달아날 수 있었던 것이다. 80분이나 걸린 복식 경기 세 번째 세트는 21-13으로 마무리되었다.

배드민턴 남자단체 8강 한일전 복식 경기에서 스매싱으로 득점하는 이용대 ⓒ 심재철


두 게임을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한 한국은 이어진 세 번째 단식에서 이동근이 첫 세트를 21-12로 비교적 쉽게 따내는 것을 보면서 3-0 완승도 떠올렸다. 하지만 모모타 켄토의 뒷심은 놀라웠다.

일본의 모모타 켄토는 첫 세트 점수판을 그대로 뒤집어버리듯 21-12로 이겼고 마지막 세트에서도 승부의 갈림길에서 이동근보다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21-17로 역전승을 거뒀다.

진짜 승부는 여기서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어 벌어진 네 번째 복식 경기는 싱거울 정도로 일본 팀(카무라 다케시-소노다 케이고)이 33분 만에 고승현-신백철 조를 2-0으로 물리쳤다. 게임 스코어 2-2가 되면서 관중석은 더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 다른 코트는 비워져 있었기에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진정한 마지막 승부에 나선 인물은 노련한 이현일이었다. 그런데 이 경기도 우에다 타쿠마가 첫 세트를 21-14로 이겼다. 관중석이 술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두 번째 세트가 보는 이들에게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21분이나 걸린 두 번째 세트에서는 이현일이 21-18로 아슬아슬하게 3점 차 승리를 거뒀다. 아찔한 승부의 고비에서 노련한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역전 드라마를 단숨에 펼칠 수 있었던 일본의 우에다 타쿠마는 두 번째 세트를 아깝게 빼앗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세 번째 세트에서 허무하게 21-9로 무너졌다.

순수한 경기 시간만 5시간 20분이 걸린 한일전 명승부가 이렇게 끝났다. 우리 선수들은 9월 22일(월) 낮 12시 인도네시아를 물리치고 올라온 대만과 만나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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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배드민턴 남자 단체전 8강 결과(21일 낮 12시, 계양체육관)

★ 한국 3-2 일본
1) 단식 : 손완호 2-1 타고 켄이치 [12-21, 21-11, 21-16]
2) 복식 : 유연성, 이용대 2-1 엔도 히로유키, 하야카와 켄이치 [15-21, 21-14, 21-13]
3) 단식 : 이동근 1-2 모모타 켄토 [21-12, 12-21, 17-21]
4) 복식 : 고승현, 신백철 0-2 카무라 다케시, 소노다 케이고 [16-21, 15-21]
5) 단식 : 이현일 2-1 우에다 타쿠마 [14-21, 21-18, 21-9]

★ 대만 3-1 인도네시아
★ 말레이시아 3-0 네팔
★ 중국 3-0 홍콩

◇ 남자 단식 단체전 준결승 대진표(9월 22일 월요일 12시, 계양체육관)
☆ 한국 - 대만
☆ 말레이시아 - 중국
배드민턴 인천아시안게임 이용대 손완호 이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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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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