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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노래방에서도 빛나는 '20년 음악인생' 김건모

메이저로서 마이너를 지향하는 독특한 고품격 음악프로그램

11.10.27 09:45최종업데이트11.10.2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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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어장-라디오스타> 데뷔 20년을 맞는 김건모를 위해 노래를 부르는 성시경. 김건모는 직접 키보드 반주를 하여 눈길을 끌었다 ⓒ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이하 <라스>). 처음에는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의 겉절이인 줄 만 알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몇몇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무릎팍도사>보다 더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황금어장> 전체를 잡아먹는 위업을 달성했다. 물론 <무릎팍도사>가 도사 강호동의 잠정은퇴로 급히 폐지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만큼 <라스>가 단독으로 1시간 10분 남짓한 시간을 이끌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한 성장을 이뤘다는 방증이다.

사실 최소 5분. 그리고 보통 20~30분 방송으로 만족해야했던 방송 내실만큼은 어느 토크쇼가 울고 갈 정도로 탄탄하다는 호평을 받아왔던 <라스> 였다. <라스>의 최대 강점은 공중파 방송으로 보기 드물게 아예 '마이너'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비, 카라 등 한류스타들은 물론이고 요즘 떠오르는 대세 정재형까지 앞다투어 출연하고자한다는 인기 프로그램이 되었지만 과거 <라스>의 시작은 철저히 비주류였다. 오히려 비, 카라와 같은 대형 게스트를 모셔놓고 '씹고 뜯기고 맛보고 즐기는' 무례함을 당당히 범하는 <라스>다. 그렇게 인기 스타들이 4명의 MC에게 뜯기는 것을 지켜보면서 시청자들은 은연 중에 쾌감을 느낀다. 그게 바로 <라스>의 매력이자 자랑이다.

아예 대놓고 '마니아'를 지향했기 때문에 공중파 방송의 품격을 생각하여 할 수 없었던 실험적 시도도 가능했다. <라스> 특유의 과장되면서도 코믹한 애니메이션풍 CG부터 시작해서, 집단체제 MC에서 오는 쉴새없이 터져나오는 거침없는 언변은 늘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자하는 <라스>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애초부터 5~10분 짜투리 용으로 찔금찔금 보여주던 <라스>였기 때문에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메인 등극은 제작진에게나 시청자들에게나 큰 부담이었다. 얼마 간은 우왕자왕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싶더니 했더니 금세 다시 방향을 고쳐 잡고 김건모, 김조한, 성시경, 서인영 등 명품 보컬리스트를 섭외해서 고품격 음악방송의 본래 취지로 돌아간단다.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서인영, 김건모, 김조한, 성시경 ⓒ mbc 황금어장


뚜껑을 열다보니 올해 데뷔 20년을 맞는 김건모를 위한 헌정 음악회였다. 그런데 90년대 신승훈과 함께 쌍두마차를 이끌었던 가요계 전설에게 바치는 무대치곤 뭔가 허접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고의 세션들이 함께하는 음향설비는 커녕, 과거 성시경의 순진무구한 활동영상이 담긴 고품격 노래방 기기가 대신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김건모는 위엄을 갖추고 고이 모셔져 후배들이 부르는 자신의 노래를 듣고 감격에만 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성시경이 부르는 자신의 히트곡 '얼굴'에 맞춰 직접 키보드 반주를 쳐주는 공연을 펼쳤다. 비록 단촐하기 짝이 없는 노래방이지만 <나는 가수다>, <불후의명곡-전설을 노래하다>가 부럽지 않은 이 시대 최고 보컬들의 흠잡을 데 없는 훌륭한 무대였다.

그렇다. 태어날 때부터 '마이너' '비주류'를 자청하고 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오히려 스스로 자신들의 가치를 드높인 <라스>였다. 어쩌면 불혹을 넘은 20년차 뮤지션임에도 불구하고 시도 때도 없이 주위 사람들에게 장난을 치고, 관객들을 웃겨야한다는 신념하에 진지해야할 <나는 가수다> 무대 위에서 립스틱도 바르다가 대형 사고를 터트린 김건모를 보는 듯도 하다.

자기 스스로 가수, 뮤지션이 아닌 광대로 규정하면서 20년차 뮤지션으로 이제 좀 진지해지고, 근엄을 떨 만도 하지만 자기 스스로 가수, 뮤지션이 아닌 광대로 규정하면서 끊임없이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자 하는 가인 김건모이다.

훗날 자신이 죽고 장례식장에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러 온 사람들에게 '방랑'이란 노래를 틀어주면 좋을 것 같다면서, 스스로 '방랑자'를 자초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김건모. 어쩌면 웬만한 음악 전문 프로그램보다 음악을 다루는 안목이 뛰어나면서도 게스트의 허를 시원하게 찌르는 토크가 가능한 '고품격'임에도 불구하고 애써 가벼움과 마이너를 지향하고자하는 <라디오스타>와 가장 많이 닮은 점이 많은 게스트가 아닌가 싶다.

바야흐로 그동안 천덕꾸러기라고 구박받던 20대, 30대가 똘똘 뭉쳐 세상을 뒤흔드는 변화를 이루는 등, 그동안 소외받았던 마이너들의 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 많은 시청자들의 성원 하에 조연에서 주연로, 자연스레 몸도 커져버린 <라디오스타>가 과거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시켜준 마이너 스러운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고로 <라디오스타>는 주류가 아닌 비주류를 지향할 때 가장 빛나는 법이다. 동네 노래방을 연상시키는 평범한 세트(?)에서도 <나는가수다>, <불후의 명곡> 못지않은 명품 가수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라디오스타>야말로 라스를 사랑하는 수많은 젊은 마니아들이 원하는 방향이 아닌가 싶다.

라디오스타 황금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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