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한의사들은 기득권 수호의 완장 벗어라

[재반론] 한의계, 뜸 억압 말고 병원 측에 병행 치료 요구해야

등록 2010.03.11 15:03수정 2010.03.1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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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 취재를 시작한 지 7년. 도저히 혼자만 알고 있을 수 없어 시작한 일이었고, 크고작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후회란 단어를 떠올려봤습니다. 한의사 단체가 보내온 공개 질의서를 읽고 나서였습니다. 어처구니가 없고, 답답한 마음에 한동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이럴 땐 정말 세상은 순수한 마음만으로는 어찌해볼 수 없는 괴물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시민은 의심할 권리가 있습니다. 특히 먹고사는 문제의 본질인 '건강 문제'에 대해 그렇습니다. 한의계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은 안타깝게도 매우 높은 게 사실입니다. 중국산 한약재가 국산으로 둔갑하고, 한약에서 중금속이나 농약성분이 검출된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고가의 한약재 대신 값싼 한약재를 섞어 만든 이른바 '맹물' 한약도 기승을 부립니다. 한의원마다 진단이 다르니 처방도 제각각인데, 정작 환자는 정확한 처방 내용을 알기도 힘듭니다. 한의사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으나, 한의사를 직업으로 가진 한 스스로 지고가야 하는 문제인 것입니다. 의심하는 소비자를 탓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정당한 의심은 죽지 않습니다. 오로지 납득 가능한 설명에 의해서만 해소될 수 있습니다. 뼈를 깎는 자성과 친절한 설명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20세기와 함께 '면허증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자격이 밥 먹여 주던 시대는 거(去)했다는 말입니다. 소비자들이 시장을 주도합니다. 그들을 무한 감동시키는 자만이 살아남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한의계는 감동은커녕 친절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집에서 뜸을 뜨면 비싼 한약을 먹지 않아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돈이 들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다니, 일단 '친절'해 보입니다. 실제 뜸을 떠보고 '감동'을 받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재벌가 사람들과 고관대작들은 물론 1000명에 달하는 역대 국회의원들이 뜸 치료를 받아왔다는 얘기가 솔솔 흘러나옵니다. 국민들은 궁금합니다. 정말 뜸이 좋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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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씨와 구당 김남수. ⓒ 동아시아


한의사협회는 저를 거짓말쟁이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건당국이나 의료계 등 어느 누구도 나서서 그 효과를 검증하고 이를 보급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더 이상한 것은 뜸이 한의학의 뿌리임에도 불구하고 한의계가 뜸의 위험성을 과도하게 부풀리며 뜸의 확산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민들 가운데는, 혹시 한의사들이 약을 팔기 위해 뜸을 억압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심을 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부나 의료계가 나서지 않으니, 기자들도 나서려 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한의계의 가공할 로비력과 조직력은 국민들이 뜸을 알지 못하도록 오랜시간 '인의 장막'을 쌓아왔습니다. 그냥 지나쳐도 될 것을... 이번에도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늘... 그게 저의 문제였습니다. 알량한 기자 정신 때문인가 봅니다. 덕분에 의학기자도 아닌 주제에 7년을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기록했습니다. 전문가들 보기에는 제가 엉터리겠지요. 그래도 누군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아, 밤잠을 설쳐가며 적었습니다.


그 결과 지금 한의사협회는 저를 거짓말쟁이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기자를 천직으로 아는 제게, 거짓말쟁이라는 공세는 너무도 가혹한 폭력입니다. 차라리 매라면 달게 맞겠습니다. '믿을 수 없는 한약 말고 값싸게 잘 고칠 수 있는 대안은 없느냐'고 환자들이 묻고 있고, 저는 다만 그 질문을 옮긴 것뿐입니다. 왜 제가 친절한 해명 대신 협박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의사님들은 나아가 얼마전 제가 출간한 <침뜸과의 대화>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형사 고소를 제기해왔습니다.

사실 저는 한의사들의 분노를 잘 알고 있습니다. 2005년에도 한의사협회는 저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낸 적이 있습니다. '한약을 안 먹어도 된다'고 대국민 선동을 했다는게 이유라면 이유였겠지요. 당시 MBC는 국회에서 열린 '세계 침구사 심포지움' 관련 동정을 보도했습니다. 두줄짜리 동정기사에는 '이날 행사에 모인 침구사들은 한약을 안 먹고도 침뜸만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의 구절이 있었습니다.

이 구절을 문제삼아 한의사단체는 MBC측에 강력히 항의해 왔고, 이에 회사는 진상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 결과, 저는 기사의 소스 제공자로 지목돼 중징계인 '감봉' 처분을 받았습니다. 기다렸다는듯, 한의사협회는 제가 '불법 단체의 로비를 받아 왜곡된 기사를 쓰도록 했다'고 거짓 성명을 내기에 이른 것입니다.

사실은 사실일 뿐입니다. 가려지거나 휘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에는 한의사가 없습니다. 대신 침과 뜸만으로 수백가지 질병을 치료하는 침구사가 있을 뿐입니다. 한의사들이 막고 있어, 우리 국민들만 모르는 사실입니다. 미식축구 선수 하인스 워드가 침을 맞았다고 했을 때 침을 놓은 사람도 사실은 한의사가 아니라, 침구사였습니다. 한약은 원하는 사람은 한약방에 가서 사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거짓말쟁이라는 오명을 벗는 데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2008년 5월, 대법원은 허위사실을 담은 성명서를 배포한 혐의로 한의사협회 측에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선고가 있고도 주위의 의심섞인 시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될 때까지, 저는 적지 않은 심적 고통을 더 견뎌야만 했습니다.   

그로부터 2년도 되지 않아 또 다시 한의사 단체가 보내온 공개질의서(구당 김남수씨와 이상호 기자에게 묻는다)를 마주했습니다. 솔직히 너무 두렵습니다. 이번에도 저의 죄목은 거짓말쟁이라는 것입니다. 질의서를 가득 매운 악의적 매도와 분노의 기운이 무섭게 느껴집니다. 2만명에 달하는 한의사 단체와 혼자 승부해야 하는 제 자신이 해일을 마주한 나룻배처럼 위태롭습니다.

한의사협회가 검찰에 형사 고소장을 제출해준 덕분에, 저는 삼성 X파일 보도로 인해 지난 2005년 검찰에 기소당한 이래, 생애 52번째 맞는 힘겨운 법정 투쟁을 벌여야 합니다. X파일 재판의 최종심이 진행중이어서 출입국 제한 대상자의 신분으로 미국에 체류중인 저로서는, 이번 한의협의 고소가 여느때 보다 더 고통스럽게 느껴지는게 사실입니다.

이번에는 또 얼마나 걸릴까요. 얼마나 많은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야 할까요. 문득 회의가 밀려옵니다. 하지만 진실은 게으름뱅이고 그만큼 외로운 것임을 알고 있기에 저는 또 다시 긴 싸움을 시작하려 합니다.

2년만에 또다시 한의사단체가 보내온 공개질의서를 접하며

지난 7년간의 취재를 통해 뜸이 민중의학적 관점에서 너무 소중한 치료법이며, 자본독재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만큼, 결코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해서도 않 되는 길임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최근 출간한 <침뜸과의 대화>는 이같은 오랜 취재내용을 정리한 보고서였습니다.    

오늘의 새로움들은 어제의 낯설움이자 배격의 대상이었습니다. 기자는 끊임없이 금지된 질문을 던짐으로써 인간자유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사람들입니다. 온몸에 난 상처가 영광일 수밖에 없는 특이한 직업이지요. 자신의 고통을 매개로 드디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제가 형성됐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족속이니까요. 만신창이가 된 채, 삼성 X파일 보도를 지켜보며 저는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답니다.

제 책, <침뜸과의 대화>의 출판을 계기로 본격화되고 있는 한의계의 강력한 대응이 두려운 가운데, 감사하게 여겨지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다만 힘겹게 만들어진 사회적 논의가 무산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의료주권자인 국민들이 침뜸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나아가 침뜸이 효과적인 국민 보건 대안으로 채택되어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젊은 한의사들의 단체라는 참실련, 즉 참의료실천연합회측은 최근 <오마이뉴스>를 통해 제게 공개질의를 보내왔습니다. 상위 단체인 한의사협회가 이미 저의 형사 처벌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제출한 마당에 선의의 토론을 위한 질의에 응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대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자는 차원에서 성실히 답변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1. 구당이 장진영 치료과정에서 실수하지 않았냐?
-> 김영균씨의 메일 "치료일자에 대해서는 님의 말이 맞습니다"

첫째, 참실련은 '김남수씨가 장진영씨 치료 과정에서 실수하지 않았느냐'고 물어왔습니다. 실제 치료를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단지 고서(古書)의 내용만을 근거로 중환자에게 침뜸 치료를 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한의학계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실련 측은 김남수옹의 치료가 부적절했다는 근거로 장진영씨의 남편 김영균씨가 쓴 <그녀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책을 인용했습니다. 즉 '2009년 2월까지 침뜸 치료를 받았는데 치료 중 감염이 이뤄진 것 같다'는 김영균씨의 주장을 근거로 한 것인데요.  

이와 관련해 김영균씨는 제게 '치료 일자'와 관련해 자신의 기억이 부정확했음을 시인하는 중대한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보내왔음을 밝혀드립니다. '치료 일자'는 환자의 치료과정을 기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거듭되는 한의계 측의 악의적 여론몰이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제가 이 메일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장진영씨와 김영균, 두 사람의 지순한 순애보를 보호하기 위함이었고,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김영균씨 스스로가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기를 기다린 것이었습니다.  

   "님은 저를 못 봤겠지만 저는 님이 진영집에 오실때 몇번 집안에서 화상인터폰으로
    문을 열어준 기억이 나네요.. 워낙 기록에 철저한 분이란 걸 알기에 치료일자에
    대해서는 님의 말이 맞습니다. 잘 알고 있고요..."
                        (김영균씨가 보내온 이메일, 2010. 2.15(월) 16:07:52 [GMT+09:00])

이는 장진영씨에 대한 치료가 2008년 12월 25일에 종료되었고, 당시 서울대 병원의 정밀 진단 결과에 따르면, 장진영씨의 몸 상태가 4기에서 2기 수준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저의 책 <침뜸과의 대화> 내용이 사실임을 반증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참실련측 또 저의 책 내용의 일부를 인용해, 장진영씨가 항암제 치료로 인해 혈소판 감소 증상이 왔는데도 이를 모르고 치료를 계속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해 왔습니다. 항암치료시 혈소판 감소 현상은 기본 상식입니다. 제가 지켜보고 기록한 바에 따르면, 김남수옹은 처음부터 이를 알고, 환자가 항암제와 싸워 이길 수 있도록 조혈기능을 높여주기 위한 치료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김남수옹이 (장진영씨의) '암이 문제가 아니라 피의 문제다'라고 말한 것은 다른 이유에서 였습니다. 치료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진영씨의 암 덩어리는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암세포 전이도 사라졌습니다. 서울대 병원의 진단결과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김남수옹은 무엇이 암을 유발시켰는지에 더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김남수옹은 장진영씨가 술을 즐겨 마시며, 쉽게 멍이 들고, 몇가지 생리적 특이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재생불량성빈혈'을 의심하게 된 것입니다. 이때까지 장진영씨는 자신이 악성 빈혈을 앓아왔다고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피의 문제를 확신한 김남수옹은 난치병인 재생불량성빈혈을 침뜸으로 치료한 사례가 있다며, 이후 암에 대한 치료와 함께 재생불량성 빈혈에 대한 치료도 병행하였습니다. '암이 문제가 아니라 피의 문제다'라고 발언한 것도 그 무렵의 일이었던 것입니다. 참실련은 이같은 전후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김남수옹이 항암제가 혈소판 감소를 초래한다는 기본적인 의학상식도 모르는 돌팔이인양 매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2. 서울대병원 측은 이미 장진영의 침뜸 시술 알고 있었다?
-> 장진영씨는 <뉴스후> 보도 후 의료진이 불쾌해할까 걱정했습니다

둘째, 참실련은 김영균씨의 책을 또 다시 인용해, 서울대 병원 측이 이미 장진영씨의 침뜸 시술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요는 서울대 병원은 환자의 침뜸 시술을 금지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한의사들이 병원 편을 듭니다. 이상하지요? 앞서 증거를 제시한 대로, 김영균씨의 책은 침뜸 치료에 대해 부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장진영씨를 통해 파악한 바로는, 서울대 병원은 분명 환자의 침뜸 치료를 금지했습니다. 궁금하시면, 한의사님들께서 직접 서울대 병원에 물어보시죠. 서울대 병원이 공식적으로 암환자에게 침뜸을 권하고 있는지, 아니면 금지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사실 병원이 침뜸을 금하고 있는 대목은 참 가슴 아픈 부분이기도 합니다. SBS <뉴스추적>이 얼마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애틀란타의 한 병원은 항암제 투여환자들에게 대해 원하는 경우 침뜸 치료를 병행하도록 함으로써, 진통완화는 물론 종양축소 등 성공적인 임상 결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의사가 아니라, 환자 본위의 치료가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한국에서도 환자들의 다양한 선택이 병원에 의해 허용되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장진영씨와 82회를 만나 대화했고, 매번 대화와 치료 내용을 기록했습니다. 저의 기록에 따르면, 장진영씨는 병원에서 자신이 침뜸 치료를 받는 사실을 알게 될까 끊임없이 불안해했습니다. 제가 확보하고 있는 3일치의 인터뷰 녹취록을 포함해, 취재수첩에도 그 같은 내용이 반복적으로 담겨져있습니다.

        "그(의사) 분들은 제 몸의 상태도 궁금해 하지 않고, 다만 위를 찍은 사진만
         보고.. 제 배를 본 적도 없고, 그런 것조차도 참 이해가 안 가고.."
                                                             (2008년 11월 16일, 인터뷰 녹취록)

김영균씨는 책에서 '담당의사' 한분을 만나, 침뜸 치료를 받아도 좋다는 내용의 언질을 받았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장진영씨는 김영균씨로부터 그 같은 내용을 명확히 전달받지 못했었거나, 아니면 담당의를 제외한 나머지 의료진들이 자신의 침뜸 치료 사실을 모르기를 바랬던 것이 분명합니다.

11월 29일 방송된 <뉴스후>의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장진영씨는 서울대 의료진이 자신이 침뜸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의사들이 뒤늦게 보도를 통해 알게 되더라도 불쾌해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를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또 침뜸 치료 사실이 방송되자, 장진영씨는 서울대병원 측의 반응을 맘졸이며 기다렸습니다. 침뜸 치료 사실을 알고 혹시 병원측이 자신에게 유무형의 불이익을 안겨줄까 걱정했던 것입니다.

        "어제 (티비를 보고) 담당 의사가 전화를 했더라구요. 그런데 별 얘기가 없어서
         안심했어요." (2008년 12월 2일)

병원 측의 승낙 하에 침뜸 치료를 받았다면, 장진영씨는 왜 그토록 침뜸 치료 사실을 의사들이 알게될까 노심초사했겠습니까? 모두가 의사들이 한의학의 요체인 침뜸에 대해 무지하고,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환자들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의사들이 금지하는 짓을 버젓이 계속할 수 있는 환자가 누가 있겠습니까? 모두에게 생명은 하나뿐입니다. 장진영씨는 침뜸이 좋은 것을 몸으로 체험해 알면서도 병원의 눈치를 보느라 더 이상 하지 못한 것입니다.

참실련 측이 2월 26일자로 올린 '구당 김남수씨와 이상호 기자에게 묻는다' 기사화면. ⓒ 오마이뉴스

따지고 보면 이것은 누구의 탓입니까? 바로 한의학의 계승자라는 한의사들이 한약보다 침뜸을 멀리한 탓이 아닙니까? 한의학의 참다운 계승자라면, 한의학의 뼈대인 침과 뜸이 병원에서 이처럼 철저히 부정당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를 당연시 하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이니까? 진정 젊은 피가 끓는 한의사들이라면, 진정 국민에 대한 사랑과 참의료를 실천하기 위한 의료인들이라면, 지금 이 시각에도 병원에서 의사들 몰래 뜸을 뜨고 있을 수많은 환자들을 위해 병원측으로 하여금 침뜸 치료를 금지하지 말도록 항의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실망스러운 것은 한의사들이 구당의 침뜸 치료를 문제삼으면서도, 사실은 침뜸이 항암치료를 받는 암환자들이 겪게되는 구토나 어지러움증 등의 증상을 완화시킨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참실련은 최근 김남수옹과 저를 비난하기 위해 <조선일보>에 게재한 의견광고에서, '침뜸 치료가 암환자의 오심, 구토 등 일반 부작용 완화에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환자의 기밀을 누설한 게 잘못'이라는 내용을 게재한 바 있습니다.

이 광고내용은 한의사들이 환자의 고통을 덜어줘야 할 의료인의 사명을 유기했음을 보여주는 반증자료이기도 합니다. 젊은 한의사들은 기득권 수호의 빨간 완장을 벗어버리고 지금이라도 그 엄청난 로비력과 조직력을 가동해 대형 병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암환자들에게 침뜸치료를 병행하도록 당당하게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12월 7일은 장진영씨가 아바스틴(Avastin)을 이용한 제4차 항암제 투여를 시작한 날입니다. 이날 장진영씨는 서울대 의사들이 "현 상태를 유지만 해도 좋은 것 인데, 암세포가 크게 줄어들었으니 이건 기적이라고 했다"고 제게 말했습니다. "복수도 없어지고, 전이도 모두 없어졌다"며 의사들이 신기해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환자 상태가 개선된 것이, 항암제 투여에 따른 당연한 결과었다면 명색이 과학도라는 의사들은 왜 '기적'이라는 신비주의적 단어를 입에 담으며 놀라워했을까요? 이유는 담당 의사들이 침뜸치료가 이뤄진 사실을 몰랐거나, <뉴스후> 보도 이후 침뜸 치료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침뜸의 치료 효과를 무시했기 때문일 겁니다. 장진영씨의 말입니다. 

   "허리에 뜬 뜸자리를 보고, 의사가 이게 바로 그 뜸이냐고 하면서, 의사들이 뜸
   뜨지 말라고 해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다른 환자들 같았으면 당장 뜨지 못하게
   할 텐데. 뜸 할래, 양의 할래? 둘 중에 하나 선택하라고 하겠지만, 장진영씨는
   놔두겠다고 하더라구요. 장진영씨니까 놔두겠다구요. 그러면서 뜸을 왜 뜨냐고 물어요.
   지루해서 뜨냐고 해요. 아니 환자에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는 건가요? 다른 환자면
   모르지만 진영씨니까 놔두겠다고 말이죠. 만일 다른 환자가 뜸뜨면 치료해주고 싶지
   않을 거라고 해요. 담당 의사는 제게 그래요. 이거 한다고 높은 사람이 화
   안내시던가요. 그렇게 묻더라구요."                                     (2008년 12월 7일)

<뉴스후> 보도 이후, 침뜸에 대한 병원 측의 도를 넘는 부정적 인식을 지속적으로 확인한 장진영씨는, 더 이상 침뜸 치료를 계속할 경우 다른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도 불이익이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하게 됩니다. 그리고 2008년 12월 22일. 수술이 불가능하다던 병원 측이 정밀 진단결과 '이젠 수술을 받아도 좋다'는 소견을 내놓자, 더 이상의 침뜸 치료를 포기하고 전적으로 병원 측에 의존하게 된 것입니다.

장진영씨의 동선은 병원이 포기한 난치병 환자들이 보이는 공통된 현상입니다. 지난 7년간 제가 지켜본 바에 따르면, 많은 난치병 환자들은 병원이 자신의 치료를 포기하면 다음과 같은 7단계 과정을 거칩니다.

  1. 현실 부정
  2. 극도의 불안정
  3. 대체 의학 선택
  4. 병세 개선
  5. 대체 의학 포기
  6. 병원치료 복귀
  7. 병세 악화

1단계에서 환자는 해당 병원의 진단을 부정합니다. 장진영씨 역시, 서울대 병원의 진단을 부정하고 연세대 병원을 찾아갔지만, 그곳에서도 '수술이 불가능하며 3개월을 넘기기 힘들다'는 비관적인 답변을 받게 됩니다.

2단계에서 환자는 극도의 불안정 상태를 보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환자들은 병원 외에 다른 대체 의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며, 그 중 한두개를 선택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대체 의학에 대한 정보와 조력 시스템이 전무하다는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제한적인 조언에 의존하다가, 운이 나쁜 사람은 자신에게 맞는 대체 의학적 조력을 받지 못한 채 생을 마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원이 못고치는 병은 그대로 앓거나 죽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문제는 병원이 못고치는 병이 예상 외로 많다는 것입니다. 민중의학 운동가인 황종국 전 판사는 그의 저서, <의사가 못고치는 환자는 어떻게하나>에서 70~80%에 달하는 현대인의 병증에 대해 병원이 치료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장진영씨의 경우는, 침뜸 치료의 효과를 알고 있던 기획사측의 배려로 인해 침뜸 치료를 선택하게 된 경우입니다.

침뜸을 비롯한 대체 의학적 판단을 통해 적지 않은 환자들이 병세가 개선되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이 때가 병원과 환자의 갈등이 증폭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병원은 환자의 치료를 포기한 상태일지라도, 환자가 대체 의학적 선택을 시도하는 것을 대개 금지합니다. 환자는 대체 의학적 시도를 통해 병세가 개선되었다 할지라도, 그저 몸으로 느낄 뿐입니다. 자신이 어떻게, 왜 좋아졌는지 치료의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전문적 식견을 갖춘 의사를 상대로 자신이 선택한 대체 의학적 치료법을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의사에게 환자는 늘 약자이며, 대체적 치료법을 선택할 경우 죄인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5단계에서 병세가 개선된 환자들은 대체 의학적 지원을 포기하게 됩니다. 동시에 6단계, 병원으로의 온전한 복귀가 이뤄집니다. 이제 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하다는데 더 이상 금지된 치료를 계속함으로써 의사들 눈밖에 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지요.

안타까운 것은 적지 않은 환자들이 7단계 병세 악화의 과정을 겪는다는 것지요. 침뜸의 효과를 인정하지 않는 한, 병원은 환자의 몸상태가 개선된 진정한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자신들만의 치료법을 계속하게 됩니다. 만일 환자가 침뜸에 의해 병세가 개선된 환자라면, 병원의 반쪽 짜리 치료만으로는 개선된 병세가 유지되기가 힘들겠지요. 

많은 환자들이 7단계 병세 악화를 통해 사망하거나, 아니면 뒤늦게 3단계 대체 의학적 선택 단계로 다시 돌아옵니다.

저는 이같은 7단계의 순환과정을 지켜보며, 두가지 교훈을 얻게됐습니다.

  첫째, 병원은 환자들의 대체 의학적 선택을 존중하고 병원 치료와 병행이 가능하도록
    협조해야 한다. 
  둘째, 정부와 보건당국은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이 쉽게 대체 의학적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옥석을 가리고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에 즉각 나서야
    한다.  

정부와 보건당국이 나서지 않는 사이, 적잖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마음 약한 환자들에게 접근해 고가의 만병통치약을 팔아먹는 사이비 약장사들이 판을 치고 있고,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만이 고급 정보에 접근해 소중한 치료기회를 독점하고 있습니다. 

3-5. 임상기록은 자격을 갖춘 전문의료인이 담당해야 한다?
-> 일개 현장 기자가 82일 동안 쫓아다닐 동안 뭐하셨습니까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다시 참실련의 공개질의 내용으로 돌아가지요. 참실련은 세번째로, 임상기록은 담당 의사나 합당한 자격을 갖춘 전문의료인이 담당해야 한다고 지적해오셨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저는 일개 현장 기자에 불과합니다. 그런 제가 82일 동안을 잠못자고 쫓아다녔습니다. 다시는 저 같은 서푼짜리 기자가 임상취재에 나서지 않게되길 저 역시 바랍니다.

한가지만 예를 들겠습니다. 김남수옹은 침만으로 2-3도 화상환자들을 통증과 흉터 없이 낫게 해주는 이른바 '화상침'에 대한 연구와 발표를 거듭해왔습니다. 1994년 국제 회의에서 영문 논문을 발표한 이후, 2002년 한양대 의대 연구팀으로부터 '화상침법이 효과가 있다'는 검증도 받아 냈습니다. 하지만 단 한사람, 단 한 기관도 지금껏 공동 임상제안을 해오거나, 심지어 공동 임상 제안에 응한 적도 없습니다. 대한민국 의사나 전문의료인들께 묻습니다. 저 같은 부적격자가 또 다시 임상기록에 나서지 않도록, 임상 기록을 맡아주실 분이 정녕 안 계십니까?

기자는 '기사'로 말하라! 참실련이 지적해오신 네 번째 지적 사항입니다. 저는 지난 16년 동안의 기자생활 동안, 감히 양심과 명예에 따라 '기사'로 말해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삼성이 1조 원에 달하는 돈을 쏟아부어가며 X파일 기사를 막았을 때도 저는 오로지 '기사'로 말했습니다. MBC 예능국 간부들이 연루된 '연예계 뇌물 사건' 때도, '기사'로 말했습니다. MBC가 하남국제환경박람회에 대한 <카메라출동>의 보도로 수십억원의 손해를 보게될 상황에서도, 저는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기사'로 말을 했습니다.

저는 의료인이 아닙니다. 그러니 제가 쓴 '기사'를 통해 덤으로 얻게 될 이익이 없습니다. 모두가 국민 보건을 위한 정보제공이라는 공익차원에서 작성된 기사였음을 다시 한번 밝혀드립니다. 참실련의 지적대로, 앞으로 저는 더욱 열심히,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기사로 말할 것임을 다짐합니다. 

마지막으로 김남수옹의 미국내 임상결과에 대한 공개문제를 물어오셨습니다. 임상이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 부분에 대한 답변은 제 소관이 아닌 만큼 여기서 답변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입에 쓰지만 몸을 보하는 쓴 약의 진실, 한의사들이 먼저 알아주세요

끝으로 '젊은' 한의사들의 단체라는 참실련에게 한마디 고합니다. 항용 '젊다'는 말은 기득권으로부터 초연하기에 보다 존재의 본질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젊은' 무엇에 대해 기대와 지지를 보내게 됩니다.

80년대 독재치 하에서 젊은 한의사들이 앞줄에 서서 민주화를 외치는 것을 보고, 대학생이던 저는 돈과 시스템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한의사들의 생태적 우월성을 동경해왔습니다. 한의사가 '절반의 의사'에 불과하다며 양의사들이 조롱할때도 제가 한의사 편에 섰던 것은 그 시절의 동경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젊은' 한의사 단체를 표방하는 참실련의 공개질의서를 대하며, 저는 제 오랜 지지를 철회할 순간이 다가왔음을 느꼈습니다. 젊은 한의사들이 작성했다는 공개 질의서 어디에도, 오늘날 대한민국 한의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나 자신들을 지켜보는 국민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환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들이 좋다는데 왜 막아야 하는지 이유가 불명확합니다. 뜸이 정말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참의료 실천을 막는 주범인지도 수긍하기 힘듭니다. 혹시 말못할 비릿한 속셈이 있는건 아니냐고 수근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침뜸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모두 허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국민들의 뜻은 준엄합니다. 의료소비자인 국민들이 저마다의 체험을 통해, 오늘날 한의계의 시장 관행을 비판적으로 인식한 결과인 것입니다. 의료주권자로서의 소중한 뜻이 오늘날 침뜸에 대한 이상 열풍을 조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침뜸이 제기하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집단의 힘으로 한 사람을 억누르려 한다면, 그것은 한의계가 국민의 비판을 체제 안으로 수용해 국민 의학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내던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책과 기사를 통한 제 비판 역시 한의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주기 위한 긍정적 도전임을 깨닫고 발전의 계기로 삼으시길 기대해봅니다.

입에는 쓰지만, 몸을 보하는 쓴 약의 진실. 한의사들이 모르시면 누가 알겠습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www.leesangho.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www.leesangho.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장진영 #구당 #김남수 #침뜸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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