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응 전략, '한국인 늘리기' 유감

엘리트주의 이민정책과 이주노동자 배제

등록 2009.11.26 17:29수정 2009.11.2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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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기획위원회는 지난 25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저출산 대응전략회의'에서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현재 세계 최저 수준이며, 저출산 문제가 미래 선진화를 달성하는데 심각한 위협이라는데 주목하여 ▲자녀 양육부담 경감 ▲일과 가정의 양립기반 확대 ▲한국인 늘리기 등 3가지 저출산 대응 정책방향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중 미래기획위원회가 제시한 '한국인 늘리기'의 방안으로 국적 제도를 개선해 복수국적을 허용하고, 해외 우수인력 유치를 위해 이민정책을 개방하는 안은 '저출산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한국인 늘리기 안의 요점은 복수국적 허용과 고용유연성 강화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해외 우수인력을 유치하고, 복수 국적을 허용하겠다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가장 많은 외국인인 70만 이주노동자는 철저히 배제한 채, 이민 정책을 엘리트주의로 몰고 가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외국인력 정책의 기조는 '단기순환정책'으로, 일정 기간의 체류를 허한 후, 이주민을 방출시키는 시스템을 갖고 있어서 외국인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주노동자들을 저출산 대책에서 배제한 점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민 정책이 엘리트주의로 흐를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은, 경제적인 이유로 정착한 중산층 이상의 삶을 영위하는 외국인들에게 저출산 대책을 위해 한국인이 되라고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이야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영구 귀국한 65세 이상의 동포, 해외입양인 등의 국적 취득과 국내 취업을 간편히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출입국 관련 법령을 수정한다는 부분도 저출산 대책으로 타탕한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는 재중동포와 사할린 고령 동포, 해외입양인 등의 입국과 정착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도적인 차원에서 고려할 수 있는 사안이지, 저출산 대응 전략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정책으로는 노동 인구의 '회춘'은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부양 인구를 가속화시키는 역작용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저출산 대응 전략에 한국인 늘리기 프로젝트가 타당한가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렇다고 답하기가 쉽지 않다. 만일 단순히 인구 감소를 예방하고, 인구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면 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나 저출산이 야기하는 본질적인 문제가 노동력 감소라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즉 인구의 평균 연령을 낮추어 노인 인구를 부양할 만한 충분한 인구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면, 미래기획위원회가 내놓은 한국인 늘리기 프로젝트는 방향이 틀렸다.

 

아울러 최근 다문화 가정으로 불리는 이주민 가정의 평균보다 높은 출산율을 저출산 대책으로 잡는 것은 이주민의 생태를 모르는데서 출발한 큰 오류다. 일반적으로 연령이 낮을수록 더 모험적이고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주민은 인구를 '회춘'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이주민이 자녀를 많이 갖는다는 것은 자국민의 평균 연령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 온다. 가령 저개발국에서 선진국으로 이주한 여성들은 대개 선진국 여성보다 가난하고 많은 아이를 낳는 경향이 있다. 다만 이주민은 곧 이주해 간 나라의 관습을 따르게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이주민의 출산율은 우리 사회 출산율을 금방 답습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주민 가정 문제는 사회통합 자원에서 다뤄야 할 문제이지, 저출산 대응 전략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다. 다만 이들에 대한 배려와 지원책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은 사회통합 부분에서 좀 더 다룰 수 있기를 바란다.

2009.11.26 17:29 ⓒ 2009 OhmyNews
#저출산 #미래기획위원회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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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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