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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투혼' 황경선, 경험 앞에 악재 없다

[베이징 올림픽] 금빛발차기로 날려버린 아테네의 아쉬움

08.08.23 12:15최종업데이트08.08.2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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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베이징 과학기술대 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여자 67㎏급 결승에서 황경선(22·한국체대)이 카린 세리게리(캐나다)를 2-1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준결승에서 접전을 벌이고 올라온 황경선은 경기 초반 세리게리의 날카로운 공격에 고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준결승까지 올라오면서 상당한 체력을 소진한 것은 물론 무릎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입었던지라 몸놀림 자체가 무디어져 있었다. 결국 그녀는 종료 27초를 남기고 세리게리에게 오른발 옆차기를 허용하며 먼저 점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와르르 무너져 버릴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황경선은 침착했다. 반격에 나선 황경선은 2라운드에서 매서운 돌려차기를 세리게리의 가슴에 명중시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리고 1-1의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던 3라운드 막판 오른발 뒤차기를 작렬시켰고 이는 결승점으로 연결됐다. 남자 68㎏급의 손태진과 여자 57㎏급의 임수정에 이어 태권도에서만 3번째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아쉬움 가득했던 4년 전 아테네 올림픽

@IMG@

국내 태권도 선수 최초로 2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던 황경선은 4년 전 아테네올림픽에서 쓰라린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서울체고 재학시절 여고생 신분으로 올림픽에 출전했던 황경선은 16강 전에서 우승후보와 격돌이라는 암초를 만나게 된다.

황경선 역시 기량적으로는 나무랄 데 없었지만 그녀의 상대인 루오웨이(중국)는 세계무대에서 명성을 떨치고있던 베테랑이었다.

큰 경기일수록 경험과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여고생인 황경선이 느껴야할 중압감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그렇지 않아도 '고교생 최초 출전'이라는 타이틀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던 황경선이었다.

황경선은 난타전을 유도하며 있는 힘껏 루오웨이와 격전을 벌였다. 하지만 노련한 루오웨이는 시종일관 근소한 점수차로 리드를 지켜나갔고 시간이 지날수록 황경선은 페이스를 잃어갔다. 결국 황경선은 경험이라는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배의 아픔을 맛봐야만 했다.

이후 황경선은 전열을 가다듬어 패자 부활전에서 안토아네트 리베로(필리핀)-하이디 후아레스(과테말라) 등을 물리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황경선에게 어렵게 승리한 루오웨이는 결승전에서 엘리사베트 미스타키두(그리스)를 제압하며 금메달을 땄다. 루오웨이와의 실력차가 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황경선으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운 한판이었다.

더욱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와 베이징을 제패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4년 전 황경선은 경험이 부족했을 뿐 실력적으로는 이미 충분히 강했다. 때문에 좀더 많은 경험을 쌓고 다시금 올림픽 무대에 도전하는 그녀에게 베이징 무대는 더 이상 거칠 것이 없었다.

황경선은 아테네 올림픽 이후 세계선수권대회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등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며 동체급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베이징올림픽 파견 국가대표 선발 2차 평가전에서도 정선영(동래구청)과 오혜리(한국체대) 등을 연파하고 베이징행 티켓을 따냈다. 1차 평가전에서도 4전 전승으로 1위에 오른 바 있던 그녀인지라 상승세는 이미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부통령 겸 총리의 친딸로 화제를 모은 셰이카 마이타 알막툼 공주와 첫 대결을 벌인 황경선은 가볍게 몸을 풀 듯 여유로운 경기를 펼친 끝에 5-1로 손쉽게 승리했다. 산드라 사리치(크로아티아)와의 8강전도 매 라운드마다 공격을 성공시키며 3-1로 낙승을 가져갔다.

사실상 황경선의 최대 고비는 동체급 라이벌로 꼽히는 글라디스 에팡게(25·프랑스)와의 4강전이었다. 황경선은 2007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에팡게를 힘겹게 따돌리며 우승한 바 있지만, 얼마 뒤 있은 베이징올림픽 세계예선대회에서는 패배를 기록한 바 있다. 때문에 많은 이들은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황경선과 에팡게를 꼽았다.

역시 에팡게는 강했다. 황경선은 경기시작 40초만에 오른발 돌려차기를 성공시켰지만 에팡게의 받아치기를 허용하며 1-1 동점으로 1라운드를 마쳤다. 이후 에팡게가 경고누적으로 인해 감점을 당하며 황경선에게 유리한 흐름으로 경기가 진행되었으나 3라운드에서 점수를 빼앗기며 결국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이렇듯 양 선수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대결을 펼쳤지만 결국 승리의 여신은 황경선의 몫이었다. 그녀는 연장 라운드에서 기습적인 왼발 돌려차기를 작렬시키며 최대의 라이벌을 제압하고 결승행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황경선 금메달 여자태권도 글라디스 에팡게 베이징올림픽 승리의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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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농구카툰 'JB 농구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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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대전 : 2008 베이징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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