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인천 유나이티드 FC 박승호(77번)가 오른발 대각선 슛을 시도하는 순간

전반, 인천 유나이티드 FC 박승호(77번)가 오른발 대각선 슛을 시도하는 순간 ⓒ 심재철

 
20살 날개 공격수 박승호가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해 5월 김은중 감독이 이끌었던 20세 이하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때 아르헨티나로 날아가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다가 발목을 크게 다치는 바람에 중도 귀국해야 했던 그가 이제는 경험 많은 형들과의 경쟁에도 밀리지 않는 수준에 올라선 것이다.

A매치 휴식기 직전에 열린 울산 HD와의 어웨이 게임(울산 3-3 인천)에서 놀라운 순발력으로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은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1만1581명 홈팬들 앞에서 시즌 첫 승리를 장식하는 결승골을 멋지게 어시스트한 것이다.

조성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30일(토) 오후 2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24 K리그1 대전하나 시티즌과의 홈 게임을 2-0으로 이기고 K리그1 클럽 중 10번째로 통산 200승 기쁨을 누리며 5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제르소 형에게 미안했던 마음의 빚 갚다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대전을 만났을 때 좋은 일이 많은 편이었다. 이 게임이 K리그1 기록을 기준으로 30번째 만남인데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결과적으로 22승 5무 3패라는 압도적인 상대 기록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금 그 중심에 이제 20살 갓 넘은 박승호가 빠르게 달려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30분에 대전하나 시티즌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직접 프리킥 기회가 있었는데 박승호가 오른발 무회전 킥을 시도한 것부터 남달랐다. 보통의 프리킥이라면 상대 팀 골키퍼를 속이기 위해 바람잡이 멤버를 먼저 공으로 달려들게 하지만 이 프리킥은 박승호를 전적으로 믿고 맡겼다. 비록 그의 오른발을 떠난 공이 크로스바를 넘어 날아가기는 했지만 동료들이 평소 훈련 과정부터 얼마나 그를 믿고 있는가를 잘 말해주는 장면이었다.

그로부터 8분 뒤에 멋진 첫 골을 박승호가 도왔다. 이범수 골키퍼가 길게 넘겨준 공을 받은 박승호는 대전하나 시티즌 수비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홍정운을 앞에 두고 놀라운 스피드를 자랑하며 반 박자 빠른 얼리 크로스를 골문 앞으로 보냈다. 이 기회를 반대쪽에서 달려든 제르소가 놓칠 리 없었다.

사실 두 선수는 지난 17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벌어진 울산 HD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종료 직전 멋진 재역전 결승골을 합작할 기회가 있었는데 박승호의 오른발 패스가 조금 길게 뻗어나가는 바람에 제르소 앞으로 지나가버리고 말았다. 3-3 점수판을 마지막 순간에 다시 뒤집고 끝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에 박승호와 제르소는 물론 인천 유나이티드 FC 구성원 모두가 아쉬운 탄식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47분, 인천 유나이티드 FC 홍시후(맨 위)의 오른발 발리슛이 대전하나 시티즌 수비수 이정택의 몸에 맞고 들어가는 순간

47분, 인천 유나이티드 FC 홍시후(맨 위)의 오른발 발리슛이 대전하나 시티즌 수비수 이정택의 몸에 맞고 들어가는 순간 ⓒ 심재철

 
직전 게임 그 아쉬운 순간을 기억에서 지울 수 있는 완벽한 합작품을 이번에 곧바로 만들어냈으니 두 선수의 포옹은 더 따뜻하게 보였다. 이렇게 시즌 첫 골을 터뜨린 제르소는 후반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결정적인 왼발 크로스로 추가골을 도왔다. 반대쪽으로 후반 시작과 동시에 들어온 윙백 홍시후가 달려와 오른발 인사이드 발리슛을 날린 것이다. 그런데 이 골은 골문 앞에 있던 대전하나 시티즌 수비수 이정택의 몸에 맞고 방향이 바뀌어 들어갔기 때문에 자책골로 적혔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앞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하던 대전하나 시티즌은 지난 해 3월 4일 바로 그곳에서 놀라운 뒷심으로 3-3 점수판을 만들어낸 집중력을 떠올리며 반격에 나섰지만 62분에 김인균의 왼발 슛이 인천 유나이티드 FC 빈 골문 위로 넘어가는 바람에 한 골도 따라붙지 못했다. 전반 14분만에 호사의 오른발 감아차기가 인천 유나이티드 FC 이범수 골키퍼를 지나 골문 오른쪽 기둥에 맞고 나온 불운의 기억이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듯했다.

후반 추가 시간이 10분 넘게 이어지면서 극적인 골이 나올 것을 기대했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FC 수비수 오반석이 코너킥 세트피스 공격에 가담했다가 팔꿈치를 위험하게 뻗는 바람에 퇴장당하는 옥의 티가 찍히고 끝났다.

이렇게 5위로 순위를 끌어올린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4월 3일 오후 7시 30분 4위 광주 FC를 만나기 위해 빛고을로 찾아가며, 11위로 아직 시즌 첫 승리를 올리지 못한 대전하나 시티즌은 2일 오후 7시 30분 디펜딩 챔피언 울산 HD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후반, 인천 유나이티드 제르소의 왼발 슛이 대전하나 시티즌 이창근 골키퍼에게 막히는 순간

후반, 인천 유나이티드 제르소의 왼발 슛이 대전하나 시티즌 이창근 골키퍼에게 막히는 순간 ⓒ 심재철

 
2024 K리그1 결과(3월 30일 오후 2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 유나이티드 FC 2-0 대전하나 시티즌 [득점 : 제르소(38분,도움-박승호), 이정택(47분,자책골)]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3-4-3 포메이션)
FW : 제르소, 천성훈(66분↔김성민), 박승호
MF : 최우진(46분↔홍시후), 음포쿠(77분↔김도혁), 이명주(84분↔무고사), 정동윤
DF : 오반석, 요니치, 김연수(77분↔김건희)
GK : 이범수
- 퇴장 : 오반석(90+10분)

대전하나 시티즌 선수들(3-5-2 포메이션)
FW : 구텍(21분↔음라파), 김승대
MF : 오재석(70분↔신상은), 김준범(70분↔안톤), 이순민, 호사, 유선우(9분↔김인균)
DF : 이정택, 홍정운, 아론
GK : 이창근

2024 K리그1 현재 순위
1 김천 상무 9점 3승 1패 8득점 4실점 +4
2 포항 스틸러스 9점 3승 1패 6득점 2실점 +4
3 울산 현대 8점 2승 2무 9득점 7실점 +2
4 광주 FC 6점 2승 1패 6득점 3실점 +3
5 인천 유나이티드 FC 5점 1승 2무 1패 5득점 4실점 +1
6 수원 FC 5점 1승 2무 1패 4득점 6실점 -2
7 제주 유나이티드 4점 1승 1무 2패 4득점 6실점 -2
8 FC 서울 4점 1승 1무 1패 2득점 2실점
9 전북 현대 3점 3무 1패 4득점 5실점 -1
10 강원 FC 2점 2무 1패 4득점 6실점 -2
11 대전하나 시티즌 2점 2무 2패 3득점 7실점 -4
12 대구 FC 1점 1무 2패 2득점 5실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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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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