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국가대표 출신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이 2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4.3.21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국가대표 출신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이 2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4.3.21 ⓒ 연합뉴스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야구 국가대표 출신 오재원에게 결국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3월 22일 서울중앙지법 김미경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오재원에 대하여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재원은 마약류를 투약하고 향정신성의약품을 대리 처방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0일 함께 있던 여성의 신고로 처음 마약 관련 조사를 받았던 오재원은, 당시에는 음성 판정이 나왔고 본인도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이후 오재원의 마약 투약 단서를 추가로 확보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오재원의 신병을 확보했다. 경찰은 "오재원이 혐의를 일부 시인했다"라고 밝히며 지난 20일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였다.
 
오재원은 지난 21일 오후 구속영장 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며 마약 사건 보도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오재원은 파란색 모자에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포승줄에 묶인 초라한 모습이었다. 취재진의 각종 질문에는 내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오재원은 영장실질심사 도중 호흡곤란을 호소해 구급대가 출동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현재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은 오재원

오재원의 마약 혐의와 구속영장 발부는 야구팬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오재원은 2007년 프로에 입단한 이후 2022년을 끝으로 은퇴하기까지 16시즌간 두산 베어스의 원클럽맨으로 활약하며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국가대표로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에 기여했다. 특히 프리미어12 준결승 한일전에서의 인상적인 활약으로 '오열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오재원은 현역 시절부터 다혈질적인 성격과 잦은 기행으로 여러 차례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은퇴 직후에는 짧은 기간 방송중계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박찬호·양창섭·김태형 감독 등 선후배 야구인들에 대한 감정적인 비난과 막말, 편파중계와 지역비하 망언 등으로 연달아 도마에 올랐고 결국 중계진에서 하차하며 사실상 방송계-야구계에서 모두 퇴출당했다.
 
이후 야인으로 지내던 오재원은 약 반년 만에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다시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됐다. 그동안 구설은 많았어도 대부분이 최소한 야구장 안에서의 문제들이었다면, 이번에는 끝내 법과 사회적 금기라는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으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오재원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마약 투약 의혹을 비롯하여, 공범에게 투약 은폐 협박 및 폭행 의혹까지 받고 있다. 본인도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 이미 변명의 여지가 없을 만큼 사안이 매우 심각하다.
 
야구계로서도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야구인들이 '범죄' 혐의에 연루된 게 오재원이 처음이 아니다. 김종국 전 KIA 타이거즈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최근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김종국과 장정석은 2022년 KIA에서 재직하면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한 커피업체 대표에게 광고계약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청탁을 받은 대가로 총 1억 6천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받은 돈을 주식 투자·자녀 용돈·여행비 등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장정석은 KIA 소속이었던 박동원(현 LG트윈스)에게 계약협상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전 야구 선수인 정수근은 최근 두 번이나 폭행혐의에 휘말렸다. 정수근은 지난해 12월에 지인의 소개로 만난 남성과 술을 마시다가 시비가 붙어 맥주병으로 상대의 머리를 가격해 상해를 입혔다. 이어 올해 1월에는 아내를 골프채로 가격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특수폭행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정수근은 이미 선수 시절부터 음주운전과 폭행 등 여러 차례 물의를 일으켰고, 은퇴 후에도 음주운전이 적발되어 징역형을 살기도 했다.
 
야구계 선배이자 어른들의 추태
 
전 야구 국가대표 오재원, 마약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 국가대표를 지낸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39)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오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7년 3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대 경찰 야구단 연습경기에 참가한 오재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 야구 국가대표 오재원, 마약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 국가대표를 지낸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39)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오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7년 3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대 경찰 야구단 연습경기에 참가한 오재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합뉴스

 
공교롭게도 최근 몇 달간 법적으로 연달아 물의를 일으킨 야구인들의 공통점은 현역 선수가 아니라 은퇴한 OB들이라는 것이다. 야구계 선배이자 어른으로서 모범을 보여도 모자랄 위치에 있는 인물들이 앞장서서 오히려 야구인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는 사실은 씁쓸함을 남긴다.
 
이들은 모두 평범한 선수도 아니고, 한 팀의 레전드였거나 은퇴 후에도 지도자와 프런트 등의 중책을 맡으며 야구인으로서 부와 명예를 충분히 누린 인물들이다. 정수근과 오재원은 올스타와 국가대표를 지냈고, 김종국과 장정석은 많은 야구인들이 꿈꾸는 프로야구 감독과 단장까지 역임해봤다. 하지만 이들은 야구로 얻은 높은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모두 날리고 그들을 사랑해준 팬들을 철저히 기만했다.
 
현역 선수들이 이런 사건사고를 일으키면 소속 구단과 KBO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심하면 야구계에서 퇴출된다. 하지만 은퇴 선수들에게는 이러한 통제장치나 보호막이 없다.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나 일구회(프로야구 원로 모임)가 있지만, 이들이 은퇴한 야구인들의 사생활까지 관리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개개인의 인성과 상식, 도덕성의 차이가 결국 여기에서 갈리게 된다.
 
이들이 단순히 은퇴한 인물들이라고 해서 구단과 야구계에서 '선긋기' 정도로만 끝낼 문제가 아니다. 배임수재는 구단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언제든 비슷한 일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다. 마약은 현역 시절을 포함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야구계와의 관련성이 없는지,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시스템적인 차원에서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또한 오늘날에는 야구인들이 현역을 은퇴한 이후에도 야구와 관련된 활동을 이어갈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해졌다. 전통적인 지도자나 프런트, 해설위원 외에도 방송과 유튜브 등으로 진출하여 활발하게 활동하는 은퇴 야구인들이 크게 늘어났다. 은퇴한 후 현장에서 직접 활동하지 않더라도 야구인으로서의 정체성이나 관계성을 콘텐츠로 내세우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은퇴 선수들이 주축이 된 JTBC 야구예능 <최강야구>는 프로야구의 사회적 영향력 확대와 아마 야구 홍보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 일구회 대상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특히 은퇴 선수들의 현역 때는 미처 알려지지 못했던 인간적인 모습들이 재조명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은퇴했지만 여전히 야구를 사랑하고 매 경기 최선을 다 바치는 순수한 열정, 툴툴대면서도 팀원과 후배들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 경기에 나가지 못 해도 팀을 위하여 묵묵히 자신을 내려놓는 희생 등, 팬들이 은퇴한 야구인들에게 기대하는 '모범적인 선배'의 이미지도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허구연 KBO 총재는 2023년 3월 취임과 함께 절대해서는 안 되는 4불(음주운전, 승부조작, 성 범죄, 약물복용)을 제시하며 야구인들의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감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허 총재는 "일부 선수의 일탈이 야구계 전체에 엄청난 타격을 준다는 것을 뼈저리게 각성해야 한다"라고 간곡히 당부하기도 했다. 이러한 메시지는 단순히 현역 선수만이 아니라 은퇴한 선배들이나 야구계에서 활동하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될 것이다.

다행히 지난해 KBO리그는 2023시즌 누적 관중 810만 326명을 기록하며 경기당 평균 관중 1만 1250명으로 역대 4번째 800만 관중을 돌파할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KBO리그는 다시 2024시즌 개막을 눈앞에 두고 있다.
 
높은 인기와 관심에는 그에 걸맞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현장의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에 집중하며 야구 인기를 살리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시점에서, 소수의 '나쁜 선배들' 때문에 건강한 대다수 야구인들의 이미지까지 함께 훼손되는 사례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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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원구속 은퇴야구선수 김종국 장정석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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