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자축구대표팀 차기 감독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는 오는 3월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 2연전을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르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강화위원회는 당초 차기 감독은 국내파를 우선순위에 두고 빠른 시일내에 '정식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홍명보, 김기동, 김학범 등 현직 K리그 감독의 차출설에 무게가 쏠렸다. 그런데 시즌 개막을 앞두고 소속팀 감독을 대표팀에 빼앗길 위기에 놓인 프로축구팬들이 크게 반발하며 여론이 악화됐다.
 
결국 전력강화위원회도 여론을 의식한 듯, 지난 24일 열린 2차 회의에서는 임시 감독을 선임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한국은 태국과 3월 21일 서울, 26일 방콕에서 북중미 월드컵 예선 2연전을 치른다. 2연승으로 조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은 무난하게 조 2위 안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태국을 두 차례 모두 이기면, 사실상 조기에 최종예선 진출권을 확보할 수 있다.
 
만일 임시 감독이 태국과 2연전을 잘 치러준다면 다음 A매치는 6월에 열린다. 그동안 축구협회는 좀더 더 면밀하고 신중하게 차기 감독을 선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벌 수 있다.
 
임시 감독을 선임한다면 국내파중 현재 소속팀을 맡지 않은 재야의 인물이 될 것이 유력하다. 물론 K리그 현직 감독이 임시로 맡을 가능성도 남아있지만 팬들의 반발이 부담스럽다.
 
박항서 전 감독, 유력한 대안으로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베트남 3부리그 박닌FC의 고문 역할로 축구계에 복귀했다. 박 감독의 매니지먼트사인 디제이매니지먼트는 박 감독이 박닌FC의 전반적인 업무에 대한 컨설팅을 담당하는 고문직을 맡는다고 19일 밝혔다.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베트남 3부리그 박닌FC의 고문 역할로 축구계에 복귀했다. 박 감독의 매니지먼트사인 디제이매니지먼트는 박 감독이 박닌FC의 전반적인 업무에 대한 컨설팅을 담당하는 고문직을 맡는다고 19일 밝혔다. ⓒ 디제이매니지먼트 제공

 
임시 감독에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물은 박항서 전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박 감독은 지난해까지 5년여간 베트남 각급 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하며 베트남 축구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여기에 동남아 라이벌인 태국과 수차례 격돌한 경험이 있다. 한국의 다음 상대인 태국과의 2연전 '원포인트 릴리프' 역할로서는 가장 최적화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박 감독은 지난해까지 베트남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기에 현장감각에 큰 문제가 없다. 현재 명예직에 가까운 베트남 3부리그 박닌FC의 고문을 맡고있지만,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하는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박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수석코치, 부산 아시안게임 사령탑 등을 역임하며 한국대표팀을 맡아본 경험도 있고 국내 축구계에서 명망이 높다. 현재 한국축구의 중추라고 할수 있는'2002세대'가 대부분 박 감독의 제자들이다. 이들은 지금도 박항서 감독을 스승으로 여기며 존중할만큼 인망을 얻고 있다. 최근 대표팀의 흐트러진 기강과 규율을 세우고 분위기를 수습하기에도 적임자다.
 
또한 박 감독이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아준다면 최용수, 김남일, 설기현같이 K리그 사령탑 경력을 갖춘 '감독급 코치진'을 구성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사실 1-2경기만 맡는 임시 감독직은, 자존심이 강한 일반적인 감독들은 거부할 가능성이 더 높다. 박항서 감독도 과거에 한국 대표팀 감독직 가능성을 질문받을 때마다 "잘하는 후배들이 많기에, 욕심이 없다"며 손사래를 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축구가 다급한 위기 상황이고, 박항서 감독의 지도자 커리어도 황혼기에 접어들고 있는 시점이다. 오히려 정식 감독보다 부담이 적은 단기 임시 감독직이라면 박 감독도 굳이 더 이상 거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박 감독 개인으로서도 22년전 부산 아시안게임 4강전 탈락으로 해피엔딩을 맺지는 못했던 국가대표 사령탑의 응어리를 풀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박 감독이 아니라면 임시 감독을 맡을 수 있는 인물로는, 최용수 감독이나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 등도 후보가 될수는 있다. 최용수 감독은 현재 맡은 팀이이 없어서 대표팀을 지휘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고 선수단 장악력이 뛰어난게 강점이다. 하지만 대표팀 감독 경험은 없다는 게 약점이고 굳이 감독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되지않는 임시 감독직을 수락할만한 명분이 더 적다. 황선홍 감독은 올림픽대표팀의 파리올림픽 본선진출에 전념해야하는 사정상, A대표팀까지 겸직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가 많다.
 
한편으로 대표팀이 임시 감독 체제가 가동된다면, 6월까지 선임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식 감독 후보군에는 외국인 감독의 가능성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터키 출신 세뇰 귀네슈 감독, 이탈리아 출신 파비오 칸나바로 같은 거물급 축구인들이 한국축구에 관심을 보인다는 외신들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
 
국내 축구팬들은 비록 클린스만이나 슈틸리케같은 실패사례도 있었지만, 좋은 추억을 남긴 히딩크와 벤투의 영향으로 인하여, 그래도 아직은 외국인 감독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다만 이름값에 연연하거나 부실한 절차로 인하여 또다시 잘못된 선택을 반복해서는 안 되기에, 더 면밀하고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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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감독 축구대표팀 쌀딩크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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