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가 북한을 완파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5일 항저우의 중국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북한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93-63으로 대승을 거뒀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노메달 수모 이후 2010년 광저우 대회 은메달, 2014년 인천 대회 금메달,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은메달을 따냈던 여자농구는 항저우 대회에서 동메달을 수확하면서 단체 구기종목들의 부진을 조금이나마 만회했다.

한국은 32분30초를 소화한 박지수가 25득점10리바운드7어시스트5스틸로 맹활약하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김단비도 3점슛 5개를 포함해 21득점6리바운드4어시스트3스틸을 기록했다. 이 밖에 박지현이 10득점6리바운드3스틸, 이소희가 9득점5리바운드4스틸, 이경은이 3득점5어시스트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이로써 한국 여자농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간에 열린 두 차례의 남북대결에서 평균 24.5점 차로 연승을 기록했다. 
 
 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동메달 결정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 한국 박지현이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있다.

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동메달 결정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 한국 박지현이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전 대비해 4강에서 주전센터 아낀 북한

한국은 지난 추석(9월29일)에 열린 북한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81-62로 승리했다. 한국은 205cm의 신장을 가진 북한의 '비밀병기' 박진아를 상대로 경기 초반 다소 고전했지만 2쿼터부터 박진아에게 도움수비를 들어가는 작전으로 경기를 뒤집으며 비교적 여유 있게 승리했다. 한국과 북한은 8강에서 각각 필리핀과 인도를 꺾고 4강에 진출했지만 4강에서 '아시아 여자농구의 양강' 일본과 중국을 만나 패하고 말았다.

한국은 4강에서 일본을 상대로 박지수와 김단비, 박지현 등 주축선수들이 모두 30분 이상을 소화하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반면에 북한은 중국과의 4강에서 한국과의 조별리그에서 29득점17리바운드를 기록했던 박진아를 단 1분도 뛰게 하지 않는 등 단 7명의 선수 만으로 경기를 치렀다. 전력차이가 심한 중국과의 경기에서 체력을 소모하는 것보다 한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을 대비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선수기용이었다.

예상대로 북한은 이틀 전 중국과의 준결승에서 한 번도 코트를 밟지 않았던 박진아가 선발출전했고 한국도 이경은과 강이슬, 김단비, 박지현, 박지수로 이어지는 주전 선수들이 모두 선발로 나왔다. 한국은 경기 초반 'KB의 콤비' 박지수와 강이슬을 앞세워 득점을 적립했고 북한도 조별리그에서 터지지 않았던 외곽슛이 터지면서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갔다. 결국 한국은 북한의 기세에 밀려 15-21로 뒤진 채 1쿼터를 마쳤다.

1쿼터에서 북한에게 주도권을 내준 한국은 2쿼터에서 박지수의 연속득점으로 스코어를 좁혔지만 북한도 로숙영의 바스켓카운트가 나오며 좀처럼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은 2쿼터에 투입된 진안이 박지수와 골밑을 지키며 동점을 만들었고 이경은의 3점슛과 이소희의 자유투를 통해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한국은 2쿼터 후반 박지수의 골밑 돌파와 이소희의 3점슛,진안의 골밑슛을 묶어 40-33으로 리드를 잡은 채 전반을 마쳤다.

51.85%의 확률로 터진 3점슛 14방

1쿼터 15-21의 열세를 2쿼터 25-12의 우세로 뒤집으며 7점 차의 리드를 잡고 후반을 시작한 한국은 3쿼터 초반 슛감이 살아나지 않으며 3분 만에 북한에게 동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한국은 박지현의 골밑슛과 김단비의 3점슛으로 다시 흐름을 되찾았고 이경은과 박지수의 패스게임이 살아나며 경기를 주도했다. 한국은 3쿼터 후반 김단비의 연속 3점슛과 이소희의 속공으로 스코어를 벌리며 61-44로 3쿼터를 끝냈다.

3쿼터에서 북한에게 확실한 우위를 점하며 승기를 잡은 한국은 4쿼터 시작과 함께 이소희의 3점슛이 터지며 20점 차까지 점수를 벌렸다. 초조해진 북한은 부정확한 3점슛을 남발하기 시작했고 한국은 공격제한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며 착실히 득점을 쌓았다. 한국은 3쿼터 후반부터 에이스 박지수를 쉬게 하며 완전히 승기를 잡았고 4쿼터 후반 신지현, 강유림 등 벤치멤버들을 투입해 93-63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근 3번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하나와 은메달 2개를 따냈던 한국 여자농구의 아시안게임 성적을 고려하면 이번 대회 동메달은 분명 만족하기 힘들다. 특히 3일 일본과의 4강전에서는 전반까지 33-40으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다가 후반에 무너지면서 23점 차의 완패를 당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번 대회 북한을 상대한 두 번의 경기에서 각각 19점,30점 차의 완승을 거두며 '노메달 수모' 만큼은 막을 수 있었다.

동메달 결정전의 결정적인 승리요인은 바로 적재적소에 터진 외곽슛이었다. 한국은 이날 27개의 3점슛을 던져 무려 51.85%의 확률로 14개를 적중시켰다. 반면에 북한의 3점슛 성공률은 23.08%(6/26)에 불과했다. 북한은 박진아가 27득점을 기록했지만 대부분은 승부가 결정 난 3쿼터 후반 이후에 나온 득점이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결정전은 북한 여자농구가 아직 한국을 따라 오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을 또 한 번 확인시켜 준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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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동메달 결정전 북한 3점슛 1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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