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5일 공개되고 일주일 내내 논란이었던 <성+인물: 일본편>. 하지만 일본 AV(성인비디오)계를 미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청자의 뜨거운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제작진은 "성에 대한 논의를 끌어내려는 제작 의도가 잘 전해지지 않은 것 같다"라며 다소 상이한 입장을 보였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성+인물: 일본편>의 연출을 맡은 정효민-김인식 PD를 만나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성+인물: 일본편>은 일본 성인문화 산업 속 인물을 탐구하는 토크 버라이어티쇼로, 신동엽과 성시경이 일본 성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부터 평범한 청춘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예능이다. 다음으로 대만편이 방영을 앞두고 있다.

"논란 있지만 대만편 편집 조정할 의향 없어" 
 
 넷플릭스 예능 <성+인물: 일본편> 정효민-김인식 PD 라운드 인터뷰.

넷플릭스 예능 <성+인물: 일본편> 정효민 PD. ⓒ 넷플릭스


먼저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첫 질문에 김인식 PD는 "낯설게 느끼는 분도 있고 익숙하게 느끼는 분도 있는 것 같더라"라고 답했고, 정효민 PD는 "대만에서 다음 편을 촬영하면서 보니까 반응이 뜨겁게 오고 있더라. 대만 성 박람회에도 갔는데 거기선 AV 배우들이 와서 아이돌처럼 인사하고 부모와 자식들이 같이 와서 구경하기도 하더라. 성에 대해 나라마다 생각하는 기준이 다양하단 걸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라고 답했다. 

이어 정효민 PD는 "2013년에 JTBC <마녀사냥>을 했을 때 그때도 갑론을박이 있었다. 미혼의 성을 다루는 것이 그때는 이상했지만 지금은 안 이상하잖나. 마찬가지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이어 프로그램에 AV 배우를 출연시킨 것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일단 AV를 제작하고 배포하는 건 불법의 영역이지만 AV를 개인이 보는 것은 불법은 아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AV 제작이 합법이다. 전 세계적으로 AV가 합법인 나라들이 적지 않게 있더라"라고 말했다. 

"AV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 AV 배우들이 어떤 직업적 소신을 갖고 일하는지 그걸 들어보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유튜브에도 몇 십만 구독자를 보유한 AV배우들이 있지 않나. 이들을 존중하는 태도로 그들의 이야기에 접근하려 했다. 명암이 있는데 일부의 '암'이 있다고 다루지 않아야 하는 건 아니다." (정효민 PD)
 
 넷플릭스 예능 <성+인물: 일본편> 정효민-김인식 PD 라운드 인터뷰.

넷플릭스 예능 <성+인물: 일본편> 김인식 PD. ⓒ 넷플릭스


이에 "AV가 성 착취 산업인데, 굳이 음지의 문화를 양지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정효민 PD는 "일본에선 편의점 산업 규모와 맞먹을 정도로 AV 산업이 큰 산업이다. AV배우의 입에서 'AV는 판타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연출된 거라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그런 논의를 우리가 끌어냈다는 점에서 좋았다고 본다"라고 답변했다. 

"성이 자기 정체성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AV에 너무 초점이 맞춰져서 안타깝다. 성을 다양한 방법으로 향유하며, 성 관련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여러 생각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길 바라고 만들고 있다. AV가 범죄율을 낮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데, 우리가 AV를 미화한다고 볼 순 없다. 19세 이상의 가치판단을 가진 성인이라면 이런 걸 논의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정효민 PD)

이에 "(이런 논란들을 반영해) 앞으로 방영될 대만편의 편집을 조금 조정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대만편도 논쟁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삶의 방식을 꺼내놓는 게 잘못된 게 아니니까 편집에는 변화가 없을 거다. 논란이 돼서 홍보에 도움이 되어서 PD로서 좋지만, 짤(짧은 영상)로 도는 게 건전한 담론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신동엽에게는 미안해"
 
 넷플릭스 예능 <성+인물: 일본편>

넷플릭스 예능 <성+인물: 일본편> ⓒ 넷플릭스


SBS <동물농장>의 MC를 맡고 있는 신동엽에 시청자들의 하차 요구가 빗발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이 질문에 정효민 PD는 "프로그램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성에 대해 담론이 나오는 것은 참 긍정적인데, 하차 요구가 있는 것에 대해선 신동엽씨에게는 너무 죄송한 이야기가 됐더라.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은 제작진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대만 촬영 때 그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효민 PD는 "신동엽, 성시경은 MC로서 AV배우분들에 대한 존중을 갖고, 그들이 하고 있는 업을 희화화하거나 업신여기지 않으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도 계신 것 같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그런 느낌이 없어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성+인물> 국내편도 계획 중인지 물었다. 이 질문에 정효민 PD는 "국내편은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 첫 회 일본편만 나와서 불필요한 논란이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앞으로 다른 나라 이야기가 더 나올 거라서 나라별로 성문화가 얼마나 다르고 다양한지 비교가 가능해지면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이 줄어들 것 같다"라고 답변했다.
 
 넷플릭스 예능 <성+인물: 일본편>

넷플릭스 예능 <성+인물: 일본편> ⓒ 넷플릭스

성+인물 신동엽 성시경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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