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더 웨일> 포스터

영화 <더 웨일> 포스터 ⓒ 그린나래미디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영화 <더 웨일>의 주인공 찰리(브렌든 프레이저)는 습관적으로 계속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는 뭐가 그렇게 미안한 걸까. 왜 계속 상대방에게 사과를 하는 걸까. 그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등장하는 각기 다른 상대방에게 모두 미안하다는 말을 던진다. 그의 육중한 몸 때문인지, 아니면 그가 정말 잘못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살다 보면 다양한 인생의 분기점을 만난다. 그 분기점 앞에서 우리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 순간에는 알 수 없다. 그 선택에 따르는 결과는 온전히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아마도 죽음이 곧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는 자신이 했던 수많은 결정들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그중에서도 후회가 되는 선택도 있고, 그 선택에 대해 누군가에게 사과하고 싶을 수도 있다. 물론 후회되는 선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선택으로 인한 행복한 순간도 있을 것이다.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남자

영화 속 찰리는 죽음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없다. 엄청 살이 찐 그를 옆에서 돕고 진료를 하는 친구는 간호사 리즈(홍 차우)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라고 권유하지만 찰리는 병원에 돈을 쓰기를 원하지 않는다. 리즈는 찰리가 살 수 있는 날이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만큼 건강이 좋지 않은 찰리는 육중한 몸을 스스로 가누기가 어려워 걸을 때도 보조기구를 활용한다. 그는 온라인 강의로 간간이 생활비를 벌어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영화 <더 웨일> 장면

영화 <더 웨일> 장면 ⓒ 그린나래미디어㈜

 

그에게는 동성 연인이 있었다. 하지만 불운하게 죽음을 맞이했고, 연인의 죽음 이후 찰리는 거의 집에만 갇혀 살게 된다. 찰리가 동성 연인을 만나기 전에 그는 이미 한 여자와 결혼을 했었고 딸 엘리(세이디 싱크)도 키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혼 후 동성 연인과 함께하는 선택을 했다. 

찰리는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과감히 동성 연인을 선택했고 뜨겁게 자신의 사랑을 만들어갔다. 하지만 그 선택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었다. 과거 부인이었던 메리(사만다 모튼)와 딸 엘리에게 큰 상처를 줬다. 그 선택으로 인한 결과를 찰리는 마지막 7일 동안 온전히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찰리가 집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딸 엘리

마지막 7일 동안 다양한 사람이 집에 찾아온다. 친구인 리즈가 매일 찾아와 그를 진료하고 상태를 봐주고, 한 교회의 선교사 토마스(타이 심킨스)가 우연히 집에 왔다가 찰리와 대화를 하게 된다. 그리고 전 부인 메리와 엘리도 찰리에게 찾아와 대화를 나눈다. 특히나 딸 메리와 찰리가 함께 있는 모든 순간들은 꽤 긴장감이 넘친다.

엘리는 아빠에 대한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 차있다. 삶을 정상적으로 살아갈 의지도 없어 보인다. 영화는 그를 바라보는 찰리의 얼굴을 가만히 비추며 그가 딸에게 던지는 말을 세세히 전달한다. 아빠의 자리를 비운 몇 년 동안 엘리가 겪었던 상실감은 지금의 찰리가 채워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걸 찰리도 잘 알고 있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말들을 딸에게 전달한다.

엘리는 아빠와 대화하는 게 거북하다. 하지만 아빠를 찾아와 그의 앞에 앉는다. 수많은 비아냥과 분노를 솔직하게 내뱉는 딸의 모습을 통해 찰리는 그의 마음 속 언어를 발견해 나간다. 

내내 긴장감이 넘친다. 영화는 찰리의 집 안에서만 진행된다. 등장인물도 많지 않다. 게다가 찰리는 고도 비만으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 전혀 긴장감이 없을 것 같은 구성이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감정과 그의 앞에 나타나는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이용해 영화적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찰리가 기분이 우울해져 음식을 마구 먹을 때 긴장되는 음악이 같이 흘러나온다. 음식을 먹다가 찰리가 죽지 않을지 숨죽이며 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모든 인물들과의 대화를 마친 찰리가 딸 엘리에게 그녀가 쓴 에세이를 읽어보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모든 감정들이 폭발한다.
 
 영화 <더 웨일> 장면

영화 <더 웨일> 장면 ⓒ 그린나래미디어㈜

 

긴장감 넘치지만 따뜻한 영화 <더 웨일>

이 영화는 찰리를 연기한 브렌든 프레이저의 영화다. 그는 고도 비만의 남자를 연기하면서 그가 가지고 있는 인생의 굴곡들과 자신의 회한까지 캐릭터에 담아냈다.

브렌든 프레이저는 <미이라> 시리즈로 할리우드의 정상에 섰지만 그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고 이혼을 하면서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동성에게 성추행을 당하기도 하면서 예전의 샤프한 모습을 잃어갔다. 그래서 찰리는 브렌든 프레이저, 그 자체로 보이기도 한다. 

이 영화를 연출한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2011년에 개봉했던 <블랙스완>이나 <마더!>처럼 인물의 심리를 이용한 긴장감을 잘 만들어내는 감독이다. 이번 <더 웨일>에서도 한정된 공간에서 인물들의 심리와 감정을 바탕으로 긴장감을 절묘하게 이끌어냈다. 
  
영화 <더 웨일> 속 찰리는 무엇이 그렇게 미안했던 것일까. 찰리는 자신이 동성 연인에게 가기 위한 분기점에서 사랑을 택했다. 그가 딸을 버리고 싶어 떠난 건 아니었지만 그때부터 가지고 있던 마음의 짐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를 괴롭힌다.

이 영화는 찰리의 마지막 7일을 다루는 이야기이지만 그가 가진 회한과 후회를 잘 정리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꽤 감정적이고 따뜻한 이 영화가 힘든 상황에 놓인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돼 줄 수 있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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