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에서 우승한 권순우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에서 우승한 권순우 ⓒ EPA/연합뉴스

 
위기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한국 남자 테니스 간판 권순우(세계랭킹 84위·당진시청)가 생애 두 번째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정상에 등극했다.

권순우는 15일 오후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2023 ATP 투어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 결승에서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굿(스페인·26위)을 2-1(6-4, 3-6, 7-6<7-4>)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2021년 9월 아스타나 오픈 이후 1년 4개월여 만에 ATP 투어 대회 우승으로, 이번 대회로 권순우의 세계랭킹은 단숨에 52위까지 상승했다. 또한 국내 선수가 ATP 투어에서 통산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한 것은 권순우가 처음이다. 세계랭킹뿐만 아니라 호주오픈을 앞두고 자신감까지 얻었다.

2시간 30분 넘는 접전 끝에 권순우

1세트 초반부터 권순우의 기세가 매서웠다. 최고시속 200km가 넘을 정도로 서브가 강력했고, 날카로운 포핸드를 앞세워 바우티스타의 추격을 뿌리쳤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2세트에 돌입할 수 있었다.

1세트가 끝난 이후 토일렛 브레이크(심판에 허락을 받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를 요청한 바우티스타는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상대의 서브게임을 가져오는 등 빈 틈을 놓치지 않았다.

2세트 후반 좀처럼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권순우는 자신의 라켓을 코트에 강하게 내리치는 장면을 연출했다. 결과적으로 2세트를 가져오진 못했으나 3세트에서 분위기를 바꿔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3세트 첫 두 게임을 승리한 바우티스타가 2세트의 흐름을 이어가는 듯했지만, 내리 세 게임을 이긴 권순우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안정감을 되찾자 여유가 생긴 권순우는 관중들에게 환호와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후 두 게임을 내준 권순우는 게임스코어 3-4에서 브레이크에 성공했고, 자신의 서브게임마저 승리해 우승에 한 걸음 다가섰다. 타이브레이커에서 바우티스타의 백핸드가 벗어났다는 챌린지 결과가 발표돼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권순우는 환한 미소로 기쁨을 만끽했다.

호주오픈 앞두고 청신호 켜진 권순우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권순우는 대회 예선 2회전에서 토마시 마하치(115위·체코)에 패배하고도 본선 불참 선수가 발생해 '러키 루저'로 본선에 올랐다.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은 그는 자신의 성장을 입증해 보였다.

우선 이전 대회들에 비해서 서브가 훨씬 강력하고, 날카로워졌다. 결승으로 올라오는 과정에서도 서브가 확실히 뒷받침된 것이 큰 원동력이 됐다. 또한 과감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포핸드와 백핸드, 허를 찌르는 네트 플레이도 눈에 띄었다.

파블로 카레뇨 부스타(15위·스페인), 잭 드레이퍼(40위·영국) 등 본선에서 만난 상대 모두 경쟁력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그럼에도 기술적으로, 또 체력적으로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만큼 지난해보다 더 좋은 기량을 뽐낼 것으로 예상된다.

우승의 기쁨도 잠시, 이제 권순우의 시선은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호주오픈으로 향한다. 첫 경기가 당장 16일에 예정돼 있는 만큼 휴식을 취할 시간이 하루밖에 없다는 점은 조금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권순우의 1라운드 상대는 크리스토퍼 유뱅크스(미국)다. 좋은 기억을 호주오픈까지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권순우 출전 경기를 비롯해 2023 호주오픈 주요 경기는 tvN 스포츠를 통해서 생중계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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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권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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