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의 한 장면.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의 한 장면. ⓒ JTBC

 
'10패시 프로그램 폐지'를 공약했던 '최강 몬스터즈'에 위기가 찾아왔다. U-18 청소년 국가대표팀을 상대로 사상 첫 시리즈 패배와 영봉패라는 굴욕을 당하며 남은 경기에 대한 부담이 크게 높아졌다.
 
11월 21일 오후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에서는 몬스터즈와 U-18 청소년 국가대표팀의 2차전이 펼쳐졌다. 지난 1차전에서 국대팀에 패배한 몬스터즈는 설욕전을 앞두고 절치부심했다.
 
몬스터즈 멤버인 류현인, 윤준호가 나란히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구단 입성에 성공하는 경사가 있었다. 제작진과 선배 형님들은 특별제작한 케이크를 선물하며 프로 선수로서 동생들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했다. 상대인 청소년 국가대표팀은 이번엔 태극마크 대신 본인의 모교 유니폼을 입고 나섰다. 역시 많은 선수들이 프로 데뷔를 앞둔 청소년 대표팀 선수들은 몬스터즈와의 경기가 고교 유니폼을 입고 출전하는 마지막 경기라는 데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경기를 앞두고 뜻밖의 인물이 경기장을 찾았다. 거침없는 입담과 예능감으로 화제를 모았던 충암고 이영복 감독이 깜짝 등장했다.
 
영화 <엉웅본색>의 BGM이 깔리는 가운데 야구 유니폼 대신 사복을 입고 건달형님 포스를 풍기며 등장한 이 감독은 "나 연예인이 다 됐다. 카메라가 나만 쫓아다닌다"고 너스레를 떨며 폭소를 자아냈다. 장시원 PD는 "최강야구가 낳은 최고 슈퍼스타"라며 화답했다. 이영복 감독은 30분 넘게 몬스터 덕아웃을 떠나지 않고 각종 수다를 쏟아내 제작진도 질리게 만드는 토크지옥을 연출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청소년 국대팀은 이진하, 몬스터즈는 이대은을 각각 선발로 내세웠다. 국대팀의 1회말 공격에서 이대은은 선두타자 김정민에게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으나 송구실책을 저지르며 그 틈에 3루까지 진루를 허용했다. 김정민은 김영후의 내야 땅볼로 홈을 밟으며 국대팀이 선취점을 올렸다.
 
이대은은 초반 제구 난조를 드러내며 연속 안타를 허용하여 다시 1사 1, 2루의 위기에 몰렸으나 다행히 후속타자들을 범타로 잡아내어 추가실점은 막아냈다. 김선우 해설위원은 중계 중 갑자기 덕아웃으로 난입하여 이대은에게 피칭 조언을 하면서 사실상 비공식 투수코치의 역할을 수행해 이승엽 감독과 몬스터즈 선수들을 당황하게했다.
 
투수력이 강점인 국대팀은 초반부터 이진하-박명근-송영진으로 이어지는 벌떼 마운드를 가동하며 몬스터즈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몬스터즈도 이대은이 안정을 찾으며 2-3회를 무난히 막아냈지만 4회 다시 제구가 흔들리며 1사 1, 3루의 위기를 맞이했다. 이대은은 박한결의 3루수 앞 땅볼도 유도했지만, 3루수가 정근우가 무리한 홈송구 대신 1루를 선택하며 아수선택으로 추가실점을 내줬다. 몬스터즈는 류현인의 호수비로 추가실점 위기를 막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몬스터즈는 5-6회에만 볼넷 5개를 얻어내며 각각 1사 만루, 1사 1, 2루의 귀중한 기회를 맞이했다. 하지만 국대팀은 5회에는 신영우, 6회에는 김서현으로 이어지는 신인 1라운더 에이스 투수들을 잇달아 투입했다. 몬스터즈는 후속타자들이 연이어 범타와 뜬공으로 허무하게 물러나며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대은은 제구력 기복으로 고전하면서도 6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내며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7회에도 등판한 김서현은 프로 대선배들을 상대로 너클볼에 이은 154Km의 강속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속수무책으로 당한 몬스터즈 선수들은 "우리가 스파링파트너가 됐다"며 자조했고, 이승엽 감독은 "우리 좀 불쌍하다"며 헛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국대팀은 황준서-김정운을 잇달아 등판시키며 몬스터즈에게 득점찬스를 주지 않았다.
 
이승엽 감독은 8회 에이스 유희관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믿었던 유희관이 난타를 당하며 문현빈과 정준영에게 연속 적시타를 내주고 점수차는 오히려 0-4까지 벌어졌다. 심수창에게 마운드를 넘겨주고 강판 당한 유희관은 동료들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굳은 표정으로 덕아웃을 떠났다. 유희관은 "1차전에서 선발로 안 좋은 모습을 보였고, 2차전에서 또 실점을 허용해서 저 스스로에게 화가 많이 났다"고 고백했다.
 
몬스터즈는 마지막 9회 공격에서 선두타자 이홍구가 출루했으나 최수현이 내야 뜬공으로 물러났다. 국대팀은 마지막 투수인 윤영철을 마무리로 투입했다. 정근우가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고 김문호가 3루수 키를 넘기는 안타를 때려내며 마지막 2사 1, 2루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마지막 타자인 박용택이 포수 플라이 아웃으로 무기력하게 물러나며 몬스터즈는 결국 0-4의 패배를 당했다.
 
몬스터즈는 국대팀에게만 2연패를 당했다. 몬스터즈가 같은 팀에게 한 경기도 이기지 못 하고 연패와 시리즈 패배를 당한 것은 모두 최초였다. 이로서 역대 전적 19전 14승 5패를 기록한 몬스터즈의 승률은 7할 3푼 7리가 됐다. 30경기에서 10패를 기록하면 프로그램 폐지를 공약한 몬스터즈는 앞으로 남은 11경기에서 최소한 7승 이상을 거둬야한다.
 
최재호 국대팀 감독은 "오늘은 정식 경기에 포함시키지말고 연습경기로 하자"고 제안했으나 이승엽 감독은 극구 사양하며 "11경기에서 7승을 해야 한다. 좀 어렵지만, 해야됩니다, 할 수 있습니다. 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단이 다시 모인 자리에서 이승엽 감독은 "이제 좀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다. 연승할 때는 너무 많이 이기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이제 10패라는 게 조금씩 눈에 아른거리기 시작한다"라고 중압감을 고백했다.
 
다음 상대는 1승 1패를 기록중인 인하대와의 3차전이었다. 설상가상 몬스터즈는 윤준호(국가대표 차출)와 류현인(프로 입단식), 정성훈(해설) 등이 저마다 개인 일정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전력공백까지 안게 됐다. 이에 장시원 PD는 '일일 알바'로 새 멤버의 보강 소식을 전했다.

모습을 드러낸 용병은 이른바 '마산 닉쿤'으로 불리던 전 NC 다이노스 내야수 지석훈이었다. 그런데 정작 이승엽 감독과 선수단의 반응은 썰렁했다. 몬스터즈 멤버들은 "그 많은 선수 중에 왜 하필 지석훈이냐" "(얼굴을 보고)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고 고백하며 농반진반으로 떨떠름한 기색을 드러냈다.
 
지석훈은 "야구장에서 보여드리겠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택근은 "야구장에서도 운동을 안 했던 친구다. 입단테스트라도 해봐야 한다"고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지석훈은 연이은 구박세례에도 주눅들지 않고 "위에서 봤는데 다들 운동을 안 하시던데?"라고 받아치며 멤버들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클로징 촬영 후 이어진 입단테스트에서 지석훈은 송구훈련 몇 번에 벌써 숨을 헐떡이는 모습으로 이승엽 감독을 황당하게 만들며 심수창에 이은 또다른 예능캐릭터의 등장을 예고했다.

<최강야구>는 최근 이승엽 감독이 두산 베어스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되어 정수성 코치와 함께 자리를 옮기게 됐고, 새롭게 김성근 전 감독과 '레전드' 이대호의 합류가 확정되면서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현재까지 진행된 방송내용을 기준으로 30경기-21승을 목표로 내세웠던 <최강야구>는 어느덧 경기수의 약 2/3 가까이를 소화하면서 프로그램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평가다. 방송 초반기에 고교팀을 상대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노련미를 과시했던 몬스터즈지만, 청소년 국대팀-독립리그-대학팀 등 상대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차츰 패배가 늘어나고 부상자 속출과 얇은 선수층의 문제점도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덕장 리더십과 의외의 예능감으로 몬스터즈의 중심을 잡아주던 이승엽 감독의 빈 자리가 앞으로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관심사다.
 
김성근 감독은 프로무대에서 승부사로 명성을 떨쳤지만, 선수 혹사 논란과 비매너야구 등으로 명암이 뚜렷하게 엇갈리는 인물이기도 하다. 반면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대호는 프로 은퇴 한 달 만에 전격적으로 몬스터즈 입단이 확정되며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적장으로 돌아온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와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몬스터즈의 공개 친선 경기가 단숨에 예약 매진을 기록할 만큼 대중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그동안 은퇴한 레전드 선수들의 프로폐서널하면서도 인간적인 매력, 아마추어 야구의 가치를 알리는 순기능으로 호평받아온 <최강야구>가 멤버 변화를 통하여 새로운 2막을 앞두고 있다.
최강야구 이승엽감독 청소년국대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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