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홈리스> 포스터

영화 <홈리스> 포스터 ⓒ 그린나래미디어㈜

 

우리 사회에서 집이라는 것은 단순히 살아가는 공간만 의미하지 않는다. 집은 이미 꽤 오래전부터 투자의 대상이 되었고 부를 상징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재산을 늘리려 한다.

최근 집값은 빠른 속도로 뛰었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명의로 된 집 하나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돈을 벌고 저축해야 했다. 하지만 집에 대한 인식이 투자의 수단으로 변하면서 절망하는 사람들도 늘어갔다. 아무리 돈을 벌어도 집 한 채를 사기 버거웠다. 집값이 오르면서 전셋값과 월세값도 늘어났다. 집을 소유한다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집을 사지 못하더라도 안정적인 공간을 마련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더 심각한 절벽으로 떨어진 사람들은 곰팡이로 가득한 집에서 생활해야 하거나 아주 작은 평수의 공간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만약 그런 공간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야 한다면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매 순간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보증금 사기로 살 집을 잃은 부부의 이야기

영화 <홈리스>는 보증금 사기를 당해 집이 없는 처지에 놓인 한결(전봉석)과 고운(박정연)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은 보증금을 잃은 후 한순간에 갈 곳을 잃었다. 찜질방에서 숙박을 해결하지만 매일 쉴 공간을 찾는 게 벅차다. 

그들에게는 갓난아이가 있다. 이 가족에게는 집이 필요하다. 당장 생활비도 부족한 그들에게 보증금이 있는 집은 바로 들어가기 어렵다. 영화 초반 이들의 모습은 무척 우울해 보인다. 그래도 한결은 배달 일을 하며 하루하루 일당을 받고, 고운은 아이를 케어하며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한다. 가족으로부터 도움 받는 것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 
 
 영화 <홈리스> 장면

영화 <홈리스> 장면 ⓒ 그린나래미디어㈜

 

한결과 고운 부부의 고민은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이 겪는 주거 문제와 닮았다. 이들은 영화 속에서 조금씩 최악의 상황으로 빠진다. 사기를 당한 상황에서 아이가 다친다. 안 그래도 돈이 부족한데 돈이 필요한 일이 자꾸만 생긴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벌려 겨우겨우 하나의 상황을 해결하고 나면 그다음에 또 다른 문제가 그들의 앞에 나타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우연히 알게 된 할머니의 집에 잠시 머무르게 된다. 그 집에 대한 비밀이 영화에 미스터리한 느낌을 더한다. 아이와 함께 잠을 자고 밥을 먹는 내내 꺼림칙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자신의 집이 아니라는 불안감은 관객의 마음도, 주인공들의 마음도 오염시킨다.

이들은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하지 못할 행동을 하나씩 하기 시작한다. 남편인 한결 뿐만 아니라 부인인 고운도 당장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건 합법적인 선에서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 집은 생존을 의미하고 그 생존을 위해 마음속에 자리한 '도덕과 상식'을 포기한다.
 
 영화 <홈리스> 장면

영화 <홈리스> 장면 ⓒ 그린나래미디어㈜

 

집이 없을 때의 불안감

주인공들의 선택은 굉장히 충격적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면 그것 이외에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의문이 든다. 그들은 궁지에 몰렸다. 이 가족이 꿈꾸는 건,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다. 영화의 말미 이들이 할머니의 빈 집에 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이 나온다. 아주 평범한 가정처럼 편안하게 보인다. 한결과 고운은 그들의 선택의 끝이 어떤 것일지 잘 알고 있다. 아이에게 자신들의 고통을 전달하고 싶지 않지만, 이들의 욕심은 영화의 끝으로 갈수록 그 한계를 명확히 드러낸다. 

한결을 연기한 배우 전봉석과 고운을 연기한 배우 박정연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가장 최선을 선택을 하지만 한가닥 남은 양심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을 무척 잘 표현해냈다.

영화 <홈리스>는 21회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CGV 아트하우스상을 수상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겪는 것처럼 현실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사지 못해 절망하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한 주거 공간은 가지고 있는 돈에 비례해 그 등급이 나뉜다.

혼자라면 어디에서라도 살 수 있겠지만 아이가 있다면 어느 정도 좋은 환경이 뒷받침되는 곳을 택해야 한다. 여기에 집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사건들이 무작위로 찾아온다.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투자용으로서의 집도 요원하지만 주거공간으로서의 집을 소유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영화 속 한결과 고운이 절망의 늪으로 빠져드는 모습은 마치 현실에서 집이 없는 사람들이 절망감에 사로잡히는 모습과 닮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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