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5연패에 빠질 뻔한 두산 베어스를 구해낸 주인공은 '1999년생 동갑내기' 투수 곽빈과 정철원이었다.

두산은 27일 오후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원정 경기서 2-1로 한 점 차 승리를 거두고 4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순위는 변함없이 그대로 8위다.

팀 타율(0.248) 최하위로 추락한 두산 타선은 이날도 김재환의 동점 솔로포를 포함해 단 두 점만 뽑아내는 데 그쳐 곽빈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그러나 경기 중반이 지나도 위력적인 구위를 뽐낸 곽빈과 5일을 쉬고 나온 정철원이 KIA 타선을 잠재웠다.
 
 27일 광주 KIA전에서 선발 등판해 7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친 두산 우완투수 곽빈

27일 광주 KIA전에서 선발 등판해 7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친 두산 우완투수 곽빈 ⓒ 두산 베어스

 
사사구 없이 KIA 잡은 곽빈·정철원

선발투수 곽빈은 경기 초반 출발이 다소 불안했다. 1회말 나성범에게 1타점 적시타를 내준 것도 문제였지만 12구로 1회초를 마무리한 KIA 선발투수 임기영보다 두 배 이상 공을 던져야 했다. 곽빈의 1회말 투구수는 26개였다.

그러나 2회말 1사 2루서 황대인의 직선타가 더블아웃이 되면서 이닝을 쉽게 끝내자 곽빈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최고시속 152km에 달하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적절히 섞어 KIA 타자들을 요리한 곽빈은 3회말과 4회말 연속 삼자범퇴 이닝으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5회말에는 안재석의 송구실책으로 무사 2루의 위기를 맞이하고도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선두타자가 안타로 출루한 6회말도 마찬가지였다. 투구수가 부쩍 많아진 7회말에도 패스트볼 시속을 꾸준히 유지했고 2사 2루서 황대인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곽빈은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마운드를 이어받은 투수는 '필승카드' 정철원이었다. 21일 LG 트윈스전에 등판하고 나서 무려 5일간 휴식을 취한 정철원은 최고시속 153km를 기록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다. 8회말 류지혁-박찬호-이창진을 차례로 범타 처리하는 과정만 봐도 KIA 타자들이 원하는 타구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게 그대로 나타났다.

승부처는 9회말이었다. 선두타자 나성범이 잡아당긴 타구가 1루 쪽 라인을 타고 굴러가 2루타가 됐다. 마무리투수 홍건희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정철원으로선 부담스러울 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형우의 뜬공과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삼진에 이어 김선빈에게 땅볼을 유도하면서 자신의 힘으로 경기를 매듭지었다. 곽빈, 정철원으로 연결되기까지 KIA에게 내준 사사구는 한 개도 없었다.

가을야구와 멀어지고 있는 두산의 위안거리
 
 27일 광주 KIA전서 정철원에 이어 등판해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두산 우완투수 정철원

27일 광주 KIA전서 정철원에 이어 등판해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두산 우완투수 정철원 ⓒ 두산 베어스


곽빈은 제 몫을 해야 하는 투수였다. 지난해와 올해 꾸준히 선발 등판 기회를 받고도 불안한 제구 때문에 이닝을 길게 끌고 가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올 시즌 역시 5월과 6월 두 달간 부진하면서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랬던 곽빈이 후반기가 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8월 첫 등판이었던 7일 KIA전(7이닝 1실점 비자책) 이후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27일 경기에서의 결과는 불안 요소로 꼽혔던 사사구를 한 개도 기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5월 초부터 합류해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팀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은 정철원은 지난 달 29일 한화 이글스전을 시작으로 11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접전에서 등판해도 무너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팀 사정을 고려했을 때 정철원이 21일 LG전, 27일 KIA전서 모두 2이닝 연속으로 던져야 했다. 그럼에도 타자들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힘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덕분에 9월 이후 신인왕 레이스 판도까지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내년 WBC 대표팀에 승선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타선이 깨어나지 않는 이상 두산이 예년처럼 정규시즌 막바지에 기적을 일궈내는 게 올핸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2014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팀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99년생 듀오' 곽빈과 정철원이 팬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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