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원 아이돌그룹, 특히 걸그룹에서 무대나 포토라인, 인터뷰 시 가장 주목도가 높은 중앙에 위치하는 멤버의 포지션을 '센터'라고 한다.

S.E.S와 핑클, 베이비 복스 등 1세대 걸그룹 시절까지만 해도 존재가 모호했던 센터 포지션의 개념을 확립시킨 멤버는 바로 소녀시대의 윤아였다. 윤아는 팀에서 공식적으로 '센터'라는 포지션을 부여 받진 않았지만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부터 노래마다 엔딩파트에서 중앙에 서면서 자연스럽게 센터멤버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센터 윤아'의 등장 이후 각 걸그룹들이 공식적으로 센터포지션의 멤버들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소녀시대>가 데뷔하기 2주 전, MBC드라마 < 9회말 2아웃 >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먼저 데뷔했던 윤아는 지금까지 가수와 연기자 활동을 병행하며 10편이 넘는 드라마에 출연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장새벽을 연기했던 드라마 주연 데뷔작 <너는 내 운명>을 제외하면 대표작이라 부를 수 있는 작품을 찾기 힘들다. 오는 29일 첫 방송되는 MBC 금·토드라마 <빅마우스>가 윤아에게 더욱 중요한 이유다.

'새벽이' 능가하는 캐릭터 만나지 못한 윤아
 
 지창욱,송윤아와 함께 출연한 <더케이투>는 tvN의 다른 드라마들 만큼 큰 화제가 되지 못했다.

지창욱,송윤아와 함께 출연한 <더케이투>는 tvN의 다른 드라마들 만큼 큰 화제가 되지 못했다. ⓒ tvN 화면캡처

 
지난 1972년부터 무려 50년의 시간 동안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던 KBS 일일드라마에는 '독특한' 규칙이 있다. 바로 <어여쁜 당신>의 이보영과 <별난 여자 별난 남자>의 김아중, <열아홉 순정>의 구혜선, <하늘 만큼 땅 만큼>의 한효주 등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신예배우들이 모두 스타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기분 좋은 징크스는 2008년 <너는 내 운명>의 윤아가 물려 받았다. 

윤아는 새벽이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너는 내 운명>은 최고 43.6%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닐슨 코리아 기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서 전문연기자로 활동하던 이연희와 고아라보다 훨씬 빠른 시점에 40% 시청률을 기록한 배우가 된 것이다. 윤아는 2008년 KBS <연기대상>과 2009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너는 내 운명> 이후 연기자로서 윤아의 커리어는 그리 순탄치 않았다. 2009년 드라마 <신데렐라맨>이 기대만큼 사랑 받지 못했고 소녀시대 활동에 전념하다가 2012년 1인 2역에 도전했던 드라마 <사랑비> 역시 최고 시청률 6.4%에 그치고 말았다. 윤아는 2013년에도 연예부 기자로 변신한 <총리와 나>에 출연했지만 하지원의 <기황후>에 밀려 방영 내내 한 번도 두 자릿 수 시청률을 넘지 못했다.

2016년 중국 드라마 <무신 조자룡>에서 또 한 번 1인2역을 맡아 누적조회수 100억뷰를 달성한 윤아는 같은 해 9월 <더케이투>를 통해 국내 드라마에 복귀했다. <더케이투>는 <응답하라>시리즈와 <미생>,<오 나의 귀신님>,<시그널> 등 여러 작품을 히트시킨 tvN에서 선보인 첩보 누아르로 방송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더케이투>는 방영 6년이 지난 현재 '레전드 드라마' <도깨비>로 연결시킨 가교 역할 밖에 하지 못했다고 평가 받는다.

2017년에 출연했던 MBC드라마 <왕은 사랑한다>는 5~7%에 머물렀던 아쉬운 시청률과는 별개로 윤아가 연기했던 은산의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왕원(임시완 분)과 왕린(홍종현 분) 사이에서 고뇌하던 은산은 본의 아니게 두 사람을 사이에 두고 '어장관리'를 하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이 같은 여주인공의 답답한 행보는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사이다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었다.

남편 누명 벗기 위해 애쓰는 간호사로 변신
 
 드라마에서 고전했던 윤아는 <공조>와 <엑시트>로 무려 1720만 관객을 동원했다.

드라마에서 고전했던 윤아는 <공조>와 <엑시트>로 무려 1720만 관객을 동원했다. ⓒ CJ ENM

 
윤아는 <너는 내 운명> 이후 10년 가까이 또 다른 대표작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대중적 인지도는 떨어지지 않았다. 물론 '레전드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윤아는 드라마에서의 아쉬움을 영화로 풀며 배우로서 높은 인지도를 꾸준히 유지했다. 윤아는 2017년 조연을 맡았던 영화 <공조>에서 북한군 현빈에게 반하는 유해진의 처제 박민영을 연기하며 780만 관객 동원에 기여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스크린 데뷔작 <공조>를 통해 백상예술대상 인기상을 받은 윤아는 2019년 조정석과 함께 재난 코미디(?) <엑시트>로 영화에서 주연 신고식을 가졌다. 2019년 여름을 강타한 <엑시트>는 전국 940만 관객을 동원했고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를 선보인 윤아는 <엑시트>로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영화계에서 인정 받았다. 하지만 윤아는 2020년 황정민과 함께 출연한 드라마 <허쉬>가 1~3%의 시청률에 머물며 좋은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이처럼 영화와 달리 드라마에서 연속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기에 오는 29일 첫 방송되는 <빅마우스>는 윤아의 향후 활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 될 전망이다. 윤아는 <빅마우스>에서 타고난 미모와 당찬 매력의 소유자로 남편을 뒷바라지해 변호사로 만든 생활력 만렙의 간호사 고미호를 연기한다. 고미호는 희대의 사기꾼으로 내몰린 남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발 벗고 나설 예정이다.

<빅마우스>에는 이종석은 천재사기꾼으로 지목되는 흙수저 출신 변호사 박창호 역을 맡는다. 이 밖에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 박민국 교수를 연기했던 김주헌과 <사랑의 불시착>과 <빈센조>에서 발군의 코믹연기를 선보였던 양경원, <경이로운 소문>에서 악귀 박향희 역을 맡았던 옥자연 등이 <빅마우스>를 빛낼 예정이다.

윤아는 1편보다 비중이 더욱 커질 <공조2:인터내셔날>과 <엑시트> 이상근 감독의 신작 < 2시의 데이트 >에 출연할 예정이다. 그리고 오는 8월 5일에는 소녀시대의 정규 7집 발매도 앞두고 있다.

'걸그룹 센터의 원조' 윤아가 한참 상승세를 타고 있는 후배 김세정(<오늘의 웹툰>)과 동시간대에 맞붙어 <빅마우스>를 성공으로 이끈다면 소녀시대 활동은 물론이고 개봉을 앞둔 두 편의 영화에도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윤아(오른쪽)는 <빅마우스>를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하드보일드 누아르 장르에 도전한다.

윤아(오른쪽)는 <빅마우스>를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하드보일드 누아르 장르에 도전한다. ⓒ <빅마우스> 홈페이지

 
윤아 소녀시대 빅마우스 엑시트 이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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