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벤투호 출범 이후 팀 내 최다득점자인 황의조가 최근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우려를 낳고 있다.

▲ 황의조 벤투호 출범 이후 팀 내 최다득점자인 황의조가 최근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우려를 낳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최근 한국 축구는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을 보유하게 됐다. 현재 세계 최고리그로 평가받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시아 선수가 득점왕을 차지한 것은 전무후무한 대사건으로 기록된다.
 
손흥민과 같은 공격수를 보유한 것은 축복과도 같은 일이다. 하지만 손흥민 한 명에만 의존한다고 팀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지난 5월 30일 파주 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손흥민에게 자유를 더 주기는 어렵다"라며 "우리가 원하는 방식과 팀에서 플레이해야 하는 스타일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벤투호의 가장 큰 고민은 손흥민을 제외한 공격수들의 골 침묵이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오는 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IFA랭킹 1위 브라질과 친선전을 갖는다.
 
손흥민 활용법 찾은 벤투호, 월드컵 최종예선서 얻은 최대 성과
 
그동안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에서의 엄청난 퍼포먼스와는 달리 한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면 100%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전까지 벤투 감독 체제 아래 21경기 4골 6도움에 그친 바 있다.
 
그랬던 그가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이러한 부진을 완전히 탈피하고, 팀 내 최다인 4득점으로 에이스에 걸맞는 활약을 선보였다. 그동안 벤투 감독은 손흥민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짊어줬다. 2선 측면에서의 돌파뿐만 아니라 플레이메이킹에도 상당 부분 역할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과부하가 걸린 손흥민의 득점력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자신이 해야 할 역할에만 충실했다. 중원에서의 볼 순환과 패스의 줄기를 찾는 역할을 황인범, 이재성 등 중앙 미드필더들이 적절하게 소화했고, 이에 손흥민은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자신의 장점인 수비 뒷공간 침투와 슈팅에 주력할 수 있었다. 손흥민 활용법을 찾은 것은 벤투호에게 가장 큰 성과였다.

한편으로는 오는 11월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손흥민에 대한 상대팀들의 집중 견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등극한 만큼 손흥민은 모든 팀들이 두려워할 만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이럴 때일수록 득점원의 분산과 다양한 공격 전술이 필요하다.
 
황희찬 황희찬이 올 시즌 후반기 소속팀 울버햄튼에서 저조한 득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 황희찬 황희찬이 올 시즌 후반기 소속팀 울버햄튼에서 저조한 득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 대한축구협회

 
황의조-황희찬, 올 시즌 후반기 급락한 페이스 
 
지난 4년 동안 벤투호에서 손흥민과 함께 짝을 이룬 공격수는 황의조, 황희찬이다. 황의조는 전형적인 중앙 스트라이커 성향이라면 황희찬은 오른쪽 측면에 주로 포진한다. 하지만 최근 종료된 2021-2022시즌 후반기에 보여준 두 선수의 경기력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황희찬은 지난해 여름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튼으로 이적한 이후 9라운드까지 4골을 폭발시키며 절정의 골 감각을 이어나갔다. 정밀한 슈팅과 골 결정력으로 팬들의 사랑을 듬뿍받았으나 이후에는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하향세를 걸었다.

아쉬움이라면 평소 볼 터치, 드리블 성공이 많았던 것에 비해 슈팅에 대한 적극성이 점차적으로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저돌적인 플레이 대신 안정적인 패스와 이타적인 움직임에 집중하면서 득점력 감소 현상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지난해 12월 브라이턴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2개월 동안 이탈하면서 페이스를 잃은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부상에서 돌아온 황희찬은 지난 2월 아스널전에서 시즌 5호골을 터뜨렸지만 이 경기가 후반기의 유일한 득점이었다.

아스널전 이후 13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치며 2021-2022시즌을 마감했다. 지난 3월 열린 이란-UAE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에서도 골을 터뜨리지 못한 황희찬은 울버햄튼과 대표팀을 포함해 15경기 동안 침묵한 셈이다.
 
황의조의 부진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2021-2022시즌 소속팀 보르도의 부진으로 인해 황의조는 전방에서 고군분투하는 처지였다. 팀의 강등에도 불구하고 32경기 11골 2도움의 성적표는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
 
그러나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황의조의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무엇보다 체력적으로 버거운 모습이 역력했다. 휴식기인 매해 여름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2020 도쿄 올림픽 등 큰 대회에 출전하면서 온전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후반기로 접어들수록 몸놀림이 둔탁했고, 끝내 보르도의 2부리그 강등을 막지 못했다. 황의조는 보르도와 한국대표팀을 포함해 최근 15경기에서 1득점에 머물렀다.
 
무엇보다 한국 대표팀에서의 부진은 더욱 불안감을 노출하고 있다. 월드컵 최종예선 8경기에서 한 차례도 상대의 골망을 흔들지 못한 것은 황의조의 이름값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무게중심을 뒤로 내린 수비진을 상대로 황의조의 존재감은 예상보다 크게 미약했다. 2018년 8월 벤투호 출범 이후 가장 많은 13골을 넣은 주전 원톱 황의조의 부진은 벤투 감독에게 큰 고민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황의조가 주춤하는 사이 조규성의 급성장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해 9월 생애 처음으로 A대표팀에 합류한 이후 꾸준히 벤투호에 차출되고 있다. 조규성은 최종예선에서 2선 미드필더들과의 연계 플레이로 공간을 만들고 희생하는 플레이를 펼치면서 벤투 감독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 반면 상대 수비 뒷 공간 침투를 담당하는 황의조의 스타일과 벤투 감독의 전술이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브라질전에서 황의조가 아닌 조규성의 깜짝 선발을 예상할 수 있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조규성은 지난 주말 K리그 15라운드 서울전에서 최근 부진을 딛고 7경기 만에 필드골을 터뜨리며 골 감각을 되찾았다.
 
한국은 지난 2019년 10월 열린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득점 없이 3골을 내주고 패한 바 있다. 2년 8개월 만에 브라질과의 리턴 매치에서 득점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알렉스 산드루, 마르퀴뉴스, 티아구 실바, 다니 알베스 등 세계 최정상급 수비진을 보유한 브라질전은 벤투호의 공격력을 점검할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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