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가이즈> 영화 포스터

▲ <배드 가이즈> 영화 포스터 ⓒ 유니버설 픽쳐스


리더 울프(샘 록웰 목소리), 금고 해제의 전문가 스네이크(마크 마론 목소리), 해킹의 일인자 타란툴라(아콰피나 목소리), 변장술의 대가 샤크(크레이그 로빈슨 목소리), 싸움에 능한 피라냐(안소니 라모스 목소리)는 강도단 '배드 가이즈'로 악명이 높다. 이들은 주지사 다이앤 폭스(재지 비츠 목소리)가 자신들을 폄훼하자 착한 사마리아인에게 주는 황금돌고래 트로피를 훔치기로 결심한다. 

완벽한 팀플레이를 펼치던 중 울프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배드 가이즈는 덜미를 잡히고 만다. 하지만, 착한 사마리아인 수상자인 마멀레이드(리처드 아요아데 목소리) 박사가 악당도 착해질 수 있다며 배드 가이즈에게 바른 생활을 배울 기회를 주자고 제안한다. 배드 가이즈는 교도소에 가지 않을 속셈으로 갱생 프로젝트를 받아들인다.

범죄 오락 액션 애니메이션 <배드 가이즈>는 <슈렉> 시리즈, <쿵푸 팬더> 시리즈, <마다가스카> 시리즈,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신작이다. 영화는 호주의 아동작가 애런 블레이비가 작업해 전 세계 40개국에서 출간되어 1000만 부에 이르는 판매고를 기록한 동명의 그래픽노블 시리즈(국내엔 10권까지 출판)를 원작으로 삼았다. 

각본은 <트로픽 썬더>(2008), <맨 인 블랙 3>(2012)을 쓴 각본가 이탠 코엔이 담당했다. 그는 원작의 1권부터 4권까지의 요소를 합쳐 <배드 가이즈> 시나리오를 집필했다고 설명한다. 연출은 유대목 동물이 무방비 상태의 병아리를 도우며 '부모'의 시련을 겪는 내용의 8분짜리 단편 영화 <빌리>(2018)로 주목을 받은 피에르 페리펠 감독이 맡았다.
 
<배드 가이즈> 영화의 한 장면

▲ <배드 가이즈> 영화의 한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배드 가이즈>의 가장 큰 특징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에 다양한 범죄 영화를 녹인 점이다. 영화는 울프와 스네이크가 식당에서 유쾌한 농담을 나누는 수다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것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1994)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이어서 거리로 나와 은행에 들어가 강도짓을 벌이는 장면을 2분 25초의 원 쇼트로 보여준 다음 경찰과 고전 액션 영화스러운 추격전을 펼치며 <저수지의 개들>(1996)처럼 '미스터'를 붙여 팀원 이름을 하나씩 소개한다. 

리더인 울프는 스티븐 소더버그의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의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 분)을 쏙 빼닮았다. 한 대목에선 조지 클루니를 대놓고 언급할 정도다. 그리고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배드 가이즈는 도둑질을 일삼는다. <오션스 8>에서 소매치기인 콘스탠스 배역으로 출연한 바 있는 아콰피나를 목소리 연기에 캐스팅한 점도 의도성이 다분하다. 

이렇듯 <배드 가이즈>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만든' 느낌을 주면서 동시에 '<주토피아>가 <오션스 일레븐>을 만난' 인상이 강하다. 원작 그래픽 노블을 그린 애런 블레이비는 쿠엔틴 타란티노와 스티븐 소더버그 외에 가이 리치, 뤽 베송, 미야자키 하야오, 토리야마 아키라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다.
 
<배드 가이즈> 영화의 한 장면

▲ <배드 가이즈> 영화의 한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개미>(1998) 이래로 정형화된 틀을 '비트는' 걸로 정평이 났다. 이것은 <배드 가이즈>에서도 유효하다. 오래전부터 늑대, 뱀, 거미, 피라냐, 상어는 종교, 문학,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등에서 위험하고 무서운 존재로 그려졌다. <배드 가이즈>는 이들에게 붙여진 오랜 부정적인 고정 관념을 과감히 뒤집어 버리는 과정을 통해 편견을 비판한다. 

배드 가이즈의 겉모습을 보고 가지는 선입견은 단지 외모에 국한하지 않는다. 성별, 나이, 성적 정체성, 성적 지향성, 학력, 국가, 피부색, 종교, 정치적 의견, 사상, 장애 등 우리가 사는 현실 속 모든 차별을 대입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주요 캐릭터를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가 모두 동물이 아닌 인간이고, 심지어 두 발로 다니며 말을 하는 의인화된 동물과 평범한 동물이 함께 사는 영화 속 세상은 곧 '공존'을 강조한 묘사인 셈이다.

<배드 가이즈>의 또 다른 특징은 시각적 스타일이다. <배드 가이즈>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2018),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2021)처럼 3D와 2D를 혼합하는 방식을 사용해 최초의 풀 CG 3D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이전에 접했던 만화 영화가 주던 느낌을 일정 부분 되살린다. 제작에 참여한 데이몬 로스 프로듀서는 "피에르 페라렐 감독은 일본 애니메이션과 유럽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은 2D 및 3D를 세련되고 강렬하고 독특하게 혼합한, 보다 일러스트레이션 같은 느낌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한다.
 
<배드 가이즈> 영화의 한 장면

▲ <배드 가이즈> 영화의 한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과거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디즈니, 픽사와 경쟁하며 숱한 흥행작을 쏟아냈다. 하지만, 현재는 다르다. <크루즈 패밀리: 뉴 에이지>(2020)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트롤: 월드 투어>(2020), <보스 베이비 2>(2021), <스피릿>(2021)은 코로나 19 상황임을 감안해도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제작비 8천만 달러를 들인 <배드 가이즈>는 현재 북미에서 5천만 달러, 전 세계에선 1억 3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분명 흥행 성적이 좋다고 보긴 힘들다. 그러나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2022)과 <수퍼 소닉 2>(2022)와 붙어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사실은 놀랍다. 로튼토마토에선 신선도 지수 87%를 기록하며 신선도 마크를 획득했을 정도로 평단의 평가 역시 나쁘지 않다. 속편을 기대해봄 직하다. 

<배드 가이즈>는 원작이 19권까지 나온 상태라 속편, 나아가 프랜차이즈로 발전할 재료는 충분하다. 시각적 즐거움, 언어유희, 범죄 영화의 재미, 멋진 목소리 연기를 갖춘 다음번 <배드 가이즈>를 만나고 싶다. 무엇보다 2D와 3D를 섞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결과물이 궁금하다.
배드 가이즈 샘 록웰 마크 마론 아콰피나 피에르 페리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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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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