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분, 무고사(오른쪽 끝)의 오른발 슛이 수원 FC 골문으로 빨려들어갔지만 VAR 시스템에 의해 취소됐다.

84분, 무고사(오른쪽 끝)의 오른발 슛이 수원 FC 골문으로 빨려들어갔지만 VAR 시스템에 의해 취소됐다. ⓒ 심재철

 
한 골도 모자라 두 골이나 VAR(비디오판독 심판) 시스템에 따라 취소되는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났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끝내 극장골을 터뜨리며 S석을 가득 메운 수많은 어웨이 팬들과 어울려 감격을 나눴다. 첫 득점왕을 노리고 있는 스테판 무고사의 골 감각은 어린이날 수원에서도 반짝반짝 빛났다.

조성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5일(목) 오후 7시 수원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22 K리그 1 수원 FC와의 10라운드 어웨이 게임에서 후반전 추가 시간 4분 26초만에 들어간 무고사의 극적인 동점골에 힘입어 2-2로 비기고 울산 현대에 이어 2위(19점 5승 4무 1패, 12득점 8실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놀라운 응집력

축구장에서 끝나기 5분 전을 조심하라는 교훈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빅 게임이었다. 전반전이 얼마 남지 않은 40분 7초에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먼저 골을 넣었다. 김도혁의 왼발 슛이 빗맞아 힘없이 구르는 공인 줄 알았지만 베테랑 미드필더 이명주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왼발 슛을 성공시켰다. 

그로부터 정확하게 3분 1초 뒤 반대편 골문에 멋진 동점골이 들어갔다. 수원 FC의 간판 골잡이 라스가 찔러준 공을 받은 슈퍼 서브 김현이 상대 수비수와의 몸싸움을 이겨내고 묵직한 오른발 슛을 때려 넣은 것이다. 지난 시즌까지 한솥밥을 먹던 친정 팀을 상대로 골을 넣은 김현은 세리머니를 펼치지 않았다.
 
 수원 FC의 이승우(가운데)가 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문 앞을 위협하고 있다.

수원 FC의 이승우(가운데)가 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문 앞을 위협하고 있다. ⓒ 심재철

 
수원 FC는 내친김에 후반전 뒤집기까지 성공했다. 그 주인공은 댄스 세리머니의 1인자 이승우였다. 57분, 라스가 넘겨준 오픈 패스를 받은 이승우는 후반전 교체 선수 김승준과 엇갈려 뛰는 훌륭한 공간 움직임으로 오른발 대각선 슛을 날카롭게 성공시켰다. 3천 명이 넘는 수원 FC 홈팬들을 더 기쁘게 하는 춤 솜씨는 골 감각 이상이었다.

그런데 진짜 축구 드라마는 그 다음에 기다리고 있었다. 80분이 넘어 수원 FC 골문 앞에서 벌어진 몇 가지 상황은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웠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의 응집력은 홈 팀 수원 FC가 감당하기 벅찬 수준이었다. 수비수 델브리지를 올려세우고 세컨드 볼을 따내는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었다.

84분에 인천 유나이티드 FC 어웨이 팬들 앞으로 무고사와 김도혁이 달려와 감격의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아길라르가 오른쪽 측면에서 왼발로 올린 크로스를 반대쪽에서 김도혁이 이마로 받아서 무고사에게 떨어뜨려 주었고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무고사의 오른발 인사이드 발리 슛이 기막히게 빨려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김종혁 주심은 한참이나 무선 수신기에 손을 대고 매호영 VAR 담당 심판과 교신한 뒤 팔을 들어올리며 무고사의 골을 취소하는 오프 사이드 판정을 뒤늦게 내렸다. 정작 오프 사이드 포지션에 있던 선수는 크로스를 올려준 아길라르도, 헤더 어시스트 패스를 한 김도혁도, 깔끔한 발리슛을 성공시킨 무고사도 아니었다. 무려 26초 전에 왼쪽 끝줄 앞에서 볼을 터치한 교체 선수 송시우였다. 이에 인천 유나이티드 FC 쪽에서는 납득하기 힘들었지만 거기서 낙담하고 포기할 수 없는 게임이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 5분이 공지되고 2분 가까이 흘렀을 때 또 한 번 수원 FC 골문이 활짝 열렸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잡이 무고사가 놀라운 볼 트래핑 실력을 자랑하며 왼발 대각선 슛을 날렸고 홈 팀 골키퍼 유현이 이 공을 잡지 못하고 쳐내야 했다. 이 순간 슈퍼 서브 송시우가 몸을 날리며 헤더 골을 넣은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구성원 모두가 기다리던 시우 타임이 드디어 맞아 떨어진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VAR 시스템이 오프 사이드 판정을 내렸다. 무고사의 왼발 슛 순간 송시우의 발끝이 아슬아슬하게 그보다 앞으로 나왔던 것이었다.

수원 FC 선수들과 홈팬들은 두 번이나 낙담했다가 다시 살아났으니 이승우의 역전 결승골이 그대로 굳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축구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이 마지막 안간힘을 짜낸 것이다. 추가 시간 5분 중 4분 26초가 흘렀을 때 믿기 힘든 극장 동점골이 수원 FC 골문 안으로 굴러들어갔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 26초, 인천 유나이티드 FC 무고사(오른쪽 주심 앞)가 극장 동점골을 성공시키는 순간

후반전 추가 시간 4분 26초, 인천 유나이티드 FC 무고사(오른쪽 주심 앞)가 극장 동점골을 성공시키는 순간 ⓒ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 FC 주장 오반석이 뒤에서 높이 올려준 공이 키다리 수비수 델브리지를 겨냥해서 날아들었고 수원 FC 골키퍼 유현이 골문을 비우고 달려나와 이 공을 주먹으로 쳐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공이 무고사 앞에 떨어졌고 무고사는 비어있는 골문을 향해 오른발 인사이드 발리킥을 성공시켰다.

김천 상무 골잡이 조규성과 나란히 8골로 득점왕 경쟁을 펼치게 된 인천 유나이티드 FC 스테판 무고사는 이 순간도 믿기 힘든 듯 S석 수많은 어웨이 팬들을 향해 달려오면서도 시선은 김종혁 주심을 향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VAR 시스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제 수원 FC(7위)는 일요일(8일) 오후 4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찾아가 FC 서울(8위)과 만나게 되며 인천 유나이티드 FC(2위)도 같은 시각에 인천축구전용구장으로 전북 현대(6위)를 불러들인다.
 
 극장 동점골의 주인공 스테판 무고사가 인천 유나이티드 FC 팬들 앞으로 달려오면서도 계속해서 주심 쪽을 돌아보고 있다.

극장 동점골의 주인공 스테판 무고사가 인천 유나이티드 FC 팬들 앞으로 달려오면서도 계속해서 주심 쪽을 돌아보고 있다. ⓒ 심재철

 
2022 K리그 1 결과(5일 오후 7시, 수원 종합)

수원 FC 2-2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김현(43분 8초,도움-라스), 이승우(57분,도움-김승준) / 이명주(40분 7초,도움-김도혁), 스테판 무고사(90+4분 26초)]

수원 FC 선수들
FW : 이영준(15분↔김현), 라스(76분↔곽윤호)
MF : 박민규, 박주호, 이승우, 니실라(46분↔김승준), 정동호(71분↔김주엽)
DF : 잭슨, 김건웅(76분↔정재용), 김동우
GK : 유현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
FW : 김도혁, 스테판 무고사, 아길라르
MF : 민경현, 여름(80분↔송시우), 이명주, 김보섭
DF :  델브리지, 김광석(65분↔이강현), 오반석
GK : 김동헌

2022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23점 7승 2무 1패 15득점 6실점 +9
2 인천 유나이티드 FC 19점 5승 4무 1패 12득점 8실점 +4
3 포항 스틸러스 16점 4승 4무 2패 13득점 9실점 +4
4 제주 유나이티드 16점 4승 4무 2패 10득점 9실점 +1
5 김천 상무 15점 4승 3무 3패 13득점 9실점 +4
6 전북 현대 15점 4승 3무 3패 11득점 8실점 +3
7 수원 FC 11점 3승 2무 5패 15득점 17실점 -2
8 FC 서울 11점 2승 5무 3패 11득점 11실점 0
9 강원 FC 10점 2승 4무 4패 10득점 11실점 -1
10 수원 블루윙즈 10점 2승 4무 4패 8득점 11실점 -3
11 대구 FC 9점 2승 3무 5패 11득점 16실점 -5
12 성남 FC 5점 1승 2무 7패 8득점 22실점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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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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