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5년 만에 4강 PO 진출 4월 13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 고양 오리온-울산 현대모비스 경기. 오리온 선수들이 4강 PO진출을 기뻐하고 있다.

▲ 오리온, 5년 만에 4강 PO 진출 4월 13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 고양 오리온-울산 현대모비스 경기. 오리온 선수들이 4강 PO진출을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이 구단 매각설로 또다시 농구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오리온 구단은 최근 데이원자산운용과 농구단 인수-매각 문제로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원자산운용은 앞서 오리온과 매각설이 먼저 거론됐던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관계사다.
 
오리온과 데이원자산운용 측은 언론보도를 통하여 처음 매각설이 나왔을 때만 해도 사실무근이라며 부정했으나 최근에는 슬그머니 입장을 바꿔 협의중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대우조선은 데이원이 독립적인 금융기관이고 농구단 인수문제는 본사와는 무관하다는게 아직까지의 공식입장이다.
 
프로스포츠는 비즈니스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손익계산을 면밀히 따져 구단을 매각하고 매입하는 것은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꾸준한 인기와 성적을 자랑한 명문구단이자 SK텔레콤이라는 탄탄한 모기업을 갖추고 있었으나, 신세계 이마트에 매각되며 SSG 랜더스로 재창단했다. 프로농구만 해도 불과 1년 전에 인천 전자랜드가 구단 운영을 포기하며 한국가스공사가 선수단을 인수받고 대구로 연고지까지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오리온의 구단 매각이 앞선 사례들에 비하여 유독 농구팬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받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눈 가리고 아웅하려던 거짓말이고, 두 번째는 농구팬들에 대한 존중과 책임감 부족이다. 그리고 이는 오리온 구단이 프로농구 역사에 참여한 이래 반복해서 비판받았던 부분들이기도 하다.
 
사실 오리온 선수단과 팬들 사이에서 매각설이 돌기 시작한 것은 오래됐다. 오리온 구단은 그때마다 사실무근이라고 발뺌했지만 실제로는 모기업 차원에서 협상이 계속 진행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성규 오리온 단장은 모기업 오리온그룹의 사업주체인 오리온홀딩스의 부사장이자, 허인철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농구단 모르게 매각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구단 매각이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쉽게 밝힐 수 없었다는 핑계를 댈 수도 있다. 하지만 전자랜드나 SK의 경우, 일각에서 반대나 우려의 목소리에 볼구하고 최소한 솔직히 매각을 인정하고 투명하게 절차를 진행하면서 대중이 납득할 만한 공감대를 얻는 과정을 거친 것과 대조된다.
 
오리온은 지난 2011년에는 이전 연고지인 대구를 떠나 고양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도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에도 오리온은 연고 이전설에 대하여 강하게 부인했으나 결국은 사실로 드러났고 대구와 농구팬은 '야반도주'라는 표현을 쓰며 오리온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인천 전자랜드를 인수한 한국가스공사가 자리잡으며 무려 10년 만에야 대구에 프로농구단의 역사가 다시 이어질 수 있었다.
 
오리온은 대구 시절인 1997년 프로 원년부터 역사를 이어왔다. 전희철, 김병철, 김승현, 마르커스 힉스, 최진수, 이승현 등 수많은 프로농구 정상급 스타를 배출했으며 챔프전 우승도 2회(2001-2002, 2015-2016) 달성했다.
 
하지만 웃지 못할 흑역사도 많이 남겼다. 1998-1999시즌 단일시즌 32연패와 승률 0할대(3승 42패, .067)를 기록하며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다시 나오기 힘든 불명예 기록을 수립했다. 또한 오리온은 6번이나 (1998-1999, 2000-2001, 2007-2008, 2009-2010~2010-2011, 2019-2020)이나 최하위를 기록하며 프로농구 '역대 최다 꼴찌'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오리온이 구단 역사상 최대 암흑기를 보내던 2000년대 후반-2010년대 후반에는 매년 6강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데 이어 간판스타였던 김승현의 이면계약과 임의탈퇴 논란으로 농구계에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밖에도 성적부진으로 인한 잦은 감독교체, 연고지였던 대구시와의 갈등 등 농구 내외적으로 수없는 논란에 휩싸이며 농구팬들 사이에서는 '악동 구단'이라는 오명을 써야 했다.
 
그나마 2011년 고양으로 연고지를 이전한 이후로는 한동안 큰 잡음없이 팀재건에 성공했다. 리빌딩에 성공한 추일승 감독 시대를 거쳐 현 강을준 감독 체제에서는 2년 연속 봄농구 진출, 올시즌 4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보였던 2021-2022시즌이 끝나자마자 뜻밖의 매각설은 그동안 우여곡절 속에서도 오리온을 응원해왔던 농구팬들의 마음에 또 한번 상처를 냈다. 구단을 인수-매각하는 것은 기업의 권리라고 하지만, 연고 이전 때와 마찬가지로 25년의 시간을 함께해온 팬들과 역사에 대한 최소한의 애착이나 존중이 결여된 모습은 또 한번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오리온에게 농구단 운영이란 그저 사무적인 비즈니스에 불과했던 것일까.

진행 과정이 아쉽다

구단 매각이 현실화된다면 선수단 역시 후폭풍이 적지않을 전망이다. 강을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이달 중순부터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열리는데 오리온의 간판스타 이승현도 시장에 나온다.

그나마 새 기업이 인수한다고 해도 농구단의 연고지 재이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보이지만, 그간의 행보를 감안할 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시기적으로 봤을 때 차라리 매각에 대한 결론이 빨리 정리되어야 농구단도 빨리 정상화되어서 다음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
 
25년간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오리온이지만, 이번 매각설이 실현된다면 이제 오리온의 이름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미우나 고우나 오리온이라는 이름으로 치르게 되는 '마지막 논란'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농구팬들 일각에서는 아쉬워하는 목소리보다, 어차피 오리온이 농구단 운영에 더 이상 의지가 없다면 차라리 빨리 좋은 기업에 매각되는 것이 낫다고 기대하는 반응도 나온다.
 
한편으로 지난해 전자랜드에 이어 오리온의 매각 추진은 농구계에도 경각심을 주고 있다. 가뜩이나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프로농구의 인기와 경쟁력은 과거보다 크게 하락했고 연고지 제도도 유명무실하다.
 
모기업도 더 이상 홍보 목적이나 사회 환원을 명분으로 '돈만 먹는 하마'인 프로스포츠단을 운영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프로농구 산업의 경쟁력과 수익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전자랜드-오리온처럼 농구단 운영을 포기하는 사례는 앞으로 언제든 또 나올수도 있다는 점에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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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오리온 프로농구 매각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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