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계절 3월 26일 경남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 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와 서울 SK 나이츠 경기. 마스크를 착용한 팬들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 농구 계절 3월 26일 경남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 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와 서울 SK 나이츠 경기. 마스크를 착용한 팬들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농구 6강 경쟁이 막을 내렸다. 마지막 6강 티켓의 주인공은 대구 한국가스공사였다. 마지막까지 봄농구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창원 LG는 이번에도 고비를 넘지 못했다.
 
창원 LG는 4월 3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전주 KCC와의 올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68-74로 패했다. LG로서는 반드시 잡아야할 경기에서 이미 PO탈락이 확정된 KCC에게 전반에만 29-45로 끌려가며 고전한 끝에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LG는 리바운드 싸움에서 KCC에게 33-40으로 밀렸다. 3점슛을 24개나 시도하여 겨우 4개를 적중시키는 데 그쳤고 자유투도 18개 중 8개를 놓치는 등 스스로 자멸했다. 이승우가 22점을 폭발시키며 깜짝 활약을 펼쳤지만, 이관희(10점 5리바운드)가 야투 14개 중 3개, 이재도(9점)가 야투 13개 중 4개를 성공하는 데 그칠 만큼 슛감각이 극악이었다. 아셈 마레이는 풀타임을 뛰며 리바운드를 17개나 걷어냈지만 득점은 고작 8점에 그쳤고, 라건아를 막는 데 실패하며 영양가가 부족했다.
 
6강 진출을 향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던 LG는 이로써 24승 29패를 기록하며 같은날 승리를 거둔 공동 5위 가스공사-고양 오리온(26승 27패)과의 격차가 2게임으로 벌어져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PO탈락이 확정됐다. 가스공사는 안양 KGC를 잡고 창단 첫해 6강 진출을 확정했다.
 
이로써 LG는 최근 3년 연속 6강 진출 실패를 기록했다. 지난 2015-2016시즌부터 2017-2018시즌에 이어 구단 역사상 2번째다. LG는 현주엽 감독 시절이던 2019-2020시즌(코로나19로 조기종료) 16승 26패로 9위에 그쳤고, 조성원 감독 부임후 2020-2021시즌에는 19승 35패를 기록하며 창단 첫 꼴찌를 기록하는 수모를 당한 바 있다.
 
LG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서는 모처럼 해볼 만하다는 기대가 높았다. 지난 시즌 후반 국가대표 가드 김시래를 내주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관희를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고, 안양 KGC의 우승을 이끌었던 가드 이재도까지 FA로 영입하며 정상급 백코트진을 구축했다. 이재도와 이관희가 전체 샐러리캡의 절반이 넘는다. 여기에 이재도 영입에 따른 보상금까지 감안하면 무려 19억을 투자했다. 몇 년간 기대에 못미쳤던 외국인 선수도 모처럼 견실하고 팀플레이에 능한 빅맨인 마레이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결과는 또다시 봄농구 좌절이었다. 지난 2년 여간 일찌감치 최하위권으로 처졌던 것과 비교하여 종반까지 6강 싸움을 펼칠 만큼 반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LG가 기대했던 투자 효과에는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이다.
 
시너지 효과 없었던 이관희-이재도
 
LG 이재도 맹활약 3월 26일 경남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 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와 서울 SK 나이츠 경기. LG 이재도가 드리블하고 있다.

▲ LG 이재도 맹활약 3월 26일 경남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 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와 서울 SK 나이츠 경기. LG 이재도가 드리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관희(14.2점, 2.9어시스트, 3.3리바운드)와 이재도(13.2점, 4.5어시스트, 3.3리바운드)는 개인성적만 따로 떼어놓으면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정작 두 선수가 코트에 같이 있을 때 시너지 효과는 거의 없었다. 두 선수 모두 자신이 공을 들고 있을 때 위력을 발휘하는 '온볼 플레이어'라는 성향이 뚜렷했고 이런 우려는 시즌 개막 전부터 이미 예상된 것이었다. 조성원 감독은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해봤지만 전술적으로 두 선수의 공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끝내 실패했다.
 
KBL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 출신 지도자인 조 감독은 현역 시절 LG에서 최초의 정규리그 MVP까지 수상했던 정상급 슈터였다. 조 감독의 현역 시절 LG는 경기당 100득점을 상회하는 화끈한 역대급 공격농구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2020년 친정팀 LG의 지휘봉을 잡은 조 감독이 남자프로팀의 사령탑을 맡은 것은 LG가 처음이었다.
 
조 감독은 자신의 현역 시절처럼 LG에 '화끈한 공격농구의 부활'을 선언했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부임 첫해 LG는 경기당 78.4득점으로 10개 구단 중 전체 9위에 그쳤으며, 전력보강에 성공한 올시즌도 77.2점(9위)으로 순위는 한 계단 올랐지만 득점력은 오히려 더 감소했다. 야투율과 3점슛을 비롯한 공격지표도 대부분 최하위권이었다. LG보다 공격을 더 못한 팀은 올시즌 압도적인 리그 꼴찌를 달리며 외국인 선수 없이 치른 경기도 많았던 서울 삼성(9승 43패) 한 팀 뿐이었다.
 
조성원 감독은 부임 2년차를 맞이하여 첫 시즌을 달리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을 단행했는데, 정작 슈터 부재라는 문제점을 내내 극복하지 못했다. 이관희와 이재도는 득점력과 별개로 슛이 안정적인 선수와 거리가 있고, 외국인 선수인 마레이와 압둘 말릭 아부 등도 점퍼가 없고 자유투가 불안정한 약점이 뚜렷한 선수들이었다.
 
본인이 슈터 출신임에도 추구하는 전술적 성향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선수들로 구성된 LG의 전력은 경기마다 야투의 기복이 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시즌 후반기에야 발동이 걸리며 뒤늦게 6강 경쟁에 합류하여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슬로우스타터의 면모 역시 마찬가지였다. 창단 이후 정규리그 우승만 한 차례 차지했을뿐 챔프전 우승과 인연이 없는 LG는 올해도 6강 플레이오프에 탈락하며 25년째 무관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레전드 '이조추' 트리오, 씁쓸한 공통점
 
LG 조성원 감독 3월 26일 경남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 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와 서울 SK 나이츠 경기. LG 조성원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LG 조성원 감독 3월 26일 경남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 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와 서울 SK 나이츠 경기. LG 조성원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조성원 감독은 현역 시절 이상민 전 삼성 감독-추승균 전 KCC 감독 등과 함께 이른바 '이조추' 트리오로 불리우며 대전 현대와 KCC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역이었다. 이들은 현대-KCC시절 합작한 챔프전 우승만 3회에 이른다. 특히 추승균은 조성원-이상민이 떠난 이후에도 두 번의 우승을 더 추가했다. 이들 모두 선수 개인의 위상에서 KBL의 각 포지션을 대표하는 역대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선수 시절의 명성과는 정반대로, 감독으로서는 커리어가 평탄하지 못했다는 것도 이조추 트리오의 씁쓸한 공통점이다. 추승균 전 감독은 세 선수 중 유일하게 KCC에서 원클럽맨으로 은퇴했으나, 감독으로서는 정규리그 우승과 최하위를 모두 경험하는 롤러코스터 행보 끝에 2018년 성적부진으로 사임했다.

하필이면 역대 KCC 사령탑들이 신선우-허재-전창진같은 모두 KBL 역대 최고의 명장들이다보니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선수로서는 최고의 레전드였지만 감독으로서의 추승균에 대한 KCC 팬들의 평가는 매우 박한 편이다.
 
이상민 감독은 삼성의 역대 최장수 감독이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올시즌 팀이 1할대 승률로 꼴찌로 추락했고 천기범의 음주운전 등 악재까지 겹치면서 결국 계약 마지막해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사퇴했다. 이상민 감독은 올시즌을 포함하여 삼성 역대 최저 승률 시즌 1-3위(2014-15, 2018-19시즌 11승 43패) 기록을 모두 보유한 감독이라는 불명예 기록까지 달성했다.
 
조성원 감독의 지도자 커리어 역시 순탄하지 않다. 첫 사령탑을 맡았던 여자농구 KB 시절은 2008년 6승 14패라는 저조한 성적에 그치며 8개월 만에 자진 사퇴했었고, 삼성 코치 시절이던 2011-2012시즌에는 팀이 최하위로 추락하며 당시 김상준 감독이 경질되자 1년 만에 함께 물러나야 했다. 대학팀이었던 수원대 여자팀이나 명지대 남자팀은 전력상 강팀이나 농구계 주류와는 거리가 있는 팀들이었다.
 
첫 남자성인농구에 도전했던 LG에서도 첫 해는 꼴찌 전력을 물려받아 리빌딩을 해야했다는 변명거리가 있었지만, 올시즌에는 전폭적인 지원과 선수영입에도 불구하고 6강 진출조차 실패했다는 것은 냉정한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고의 선수라도 반드시 최고의 감독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 한국농구의 레전드라는 이조추 트리오가 남긴 씁쓸한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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