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2022-2023 시즌부터 팀을 이끌 신임 감독을 선임했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구단은 1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미희 감독의 뒤를 이어 팀을 이끌 새 사령탑으로 전 KB손해보험 스타즈 감독이었던 권순찬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권순찬 감독은 "선수들과 힘을 합쳐 4회 통합우승에 빛나는 흥국생명의 전통을 되살려 보겠다"며 "배구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감독인 저부터 앞장서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모두 한마음 한 뜻이 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또한 흥국생명은 팀 내 유일한 FA인 김다솔 세터와 계약기간 3년에 연봉 1억1000만원, 옵션1000만원의 조건에 FA계약을 체결했다. 2014년 수련선수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김다솔 세터는 작년 2월 이다영 세터(PAOK)가 불미스런 일에 연루돼 팀을 떠난 이후 주전으로 활약한 바 있다. 2021-2022 시즌에도 주전급으로 활약한 김다솔 세터는 다가올 새 시즌에도 박혜진 세터와 흥국생명의 야전사령관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박미희 감독의 후임으로 낙점된 권순찬 감독
 
 권순찬 감독은 현역 은퇴 후 처음으로 여자 선수들을 지도하게 됐다.

권순찬 감독은 현역 은퇴 후 처음으로 여자 선수들을 지도하게 됐다.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지난 2014년 최하위로 떨어진 흥국생명의 8대 감독이자 구단 최초의 여성 감독으로 취임한 박미희 감독은 부임 후 세 시즌 만에 흥국생명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그리고 이재영(PAOK)과 베레니카 톰시아로 이어지는 쌍포를 구축한 2018-2019 시즌에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를 꺾고 '김연경 시대' 이후 무려 10년 만에 통산 4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신인 드래프트나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행운이 따랐고 구단이 적재적소에 원하는 선수를 영입하면서 비교적 수월하게 우승감독이 됐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박미희 감독 이전에 프로 스포츠에서 통합우승을 달성한 여성 감독은 아무도 없었고 그 점만으로도 박미희 감독의 지도력은 충분히 인정 받을 만 했다. 실제로 박미희 감독은 부임 후 8번의 시즌 동안 흥국생명을 1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2020-2021 시즌이 끝난 후 김연경(중국리그 진출)과 쌍둥이 자매(방출 후 그리스리그 진출), 김세영(은퇴),브루나 모라이스(재계약 실패) 등 주전 5명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며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외국인 선수 캐서린 벨이 득점 3위(773점), 이주아가 블로킹 3위(세트당0.72개)에 오르며 선전했지만 시즌 막판 기세가 오른 IBK기업은행 알토스에게 추월을 당하며 7개 구단 중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결국 흥국생명은 분위기 쇄신을 위해 8시즌 동안 팀을 이끌며 구단 역대 최장기간 감독이 됐던 박미희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리고 여러 감독 후보들을 물색하던 중 우리캐피탈 드림식스와 대한항공 점보스,KB손해보험에서 10년 간 코치 생활을 하고 2017년 감독에 선임돼 3년 간 KB손해보험을 이끌었던 권순찬 감독을 낙점했다(공교롭게도 현재 여자부 최고의 지도자로 떠오른 강성형 감독의 후임이었다).

사실 KB손해보험은 권순찬 감독이 이끌었던 세 시즌 동안 한 번도 봄 배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권순찬 감독은 유망주였던 황택의 세터를 붙박이 주전세터로 활용하면서 오늘날 리그 최고연봉을 받는 선수로 성장하도록 크게 기여했다. 186cm의 작은 신장 때문에 프로 데뷔 후 크게 주목 받지 못하던 김정호를 트레이드로 영입해 주전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움을 준 지도자 역시 권순찬 감독이었다.

전력 보강 소극적인 흥국생명, 김연경 기다리나
 
 뛰어난 실력에 리더십까지 겸비한 김연경이 가세하면 흥국생명은 전혀 다른 팀이 될 수 있다.

뛰어난 실력에 리더십까지 겸비한 김연경이 가세하면 흥국생명은 전혀 다른 팀이 될 수 있다. ⓒ 한국배구연맹

 
권순찬 감독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부분은 바로 코치 시절부터 여자팀을 한 번도 지도한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2021-2022 시즌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를 대성공으로 이끈 강성형 감독 역시 여자팀 감독 경험은 없었다. 하지만 강성형 감독은 현대건설에 부임하기 전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밑에서 여자배구 대표팀 수석코치를 역임하면서 여자팀을 이끌기 위한 지도자 수업을 충분히 받았다.

챔프전 준우승에서 6위로 성적이 뚝 떨어진 팀이 감독까지 교체됐으면 성적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과감한 투자는 필수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이적 가능성이 높지 않았던 B급수 FA 김다솔과의 재계약을 제외하면 이번 FA시장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임명옥 리베로(도로공사)를 포함해 이고은(페퍼저축은행),표승주,신연경(이상 기업은행) 등 다수의 선수들이 다음 시즌 진로를 결정했다.

흥국생명에는 젊고 유망한 센터 듀오로 떠오른 이주아와 김채연을 비롯해 2019-2020 시즌 신인왕 박현주, 만만치 않은 공격력을 자랑하는 윙스파이커 정윤주, 177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세터 박혜진 등 좋은 유망주들이 많다. 하지만 이 선수들을 데리고 2022-2023 시즌 우승을 노리거나 플레이오프 진출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흥국생명은 비 시즌 동안 전력보강에 소극적인 편이다.

물론 흥국생명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다. FA자격을 얻기까지 흥국생명에서 한 시즌을 더 보내야 하는 '배구여제' 김연경이다. 김연경이 국내리그에서 자유롭게 팀을 옮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흥국생명으로 복귀해야 하고 김연경이 복귀할 경우 흥국생명의 전력은 단숨에 강해질 수 있다. 물론 김연경 복귀에 관해서는 서로 말을 아끼고 있지만 김연경 입장에서도 점점 나이를 먹어가는 상황에서 FA자격 획득을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장 김미연이 건재하고 이주아,정윤주의 성장이 기대되는 흥국생명이 좋은 외국인 선수를 선발하고 여자배구 최고의 스타인 김연경까지 가세한다면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을 구축할 수 있다. 여기에 KB손해보험 시절 젊은 선수 활용에 남다른 재능을 뽐냈던 권순찬 감독의 노하우가 더해진다면 '몰락한 명가' 흥국생명은 다음 시즌 여자부에서 충분히 다크호스로 급부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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