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 대한민국 손흥민이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2.3.24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 대한민국 손흥민이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2.3.24 ⓒ 연합뉴스

 
두 개의 심장을 가졌다고 극찬받은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이 그랬던 것처럼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차고 바로 그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전반전 추가 시간이 그대로 끝날 것 같았지만 손흥민이 선택한 기습 중거리슛은 놀라운 궤적을 그리며 이란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테헤란과 서울에서 나란히 한 골씩 터뜨린 손흥민의 이 기록은 12년 전 남아공 월드컵 예선 과정에서 당시 주장 박지성이 넣은 홈&어웨이 2골을 그대로 재현한 셈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24일(목)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A조 이란과의 홈 게임에서 2-0의 완승을 거두고 당당히 1위로 올라서며 240일 앞으로 다가온 카타르 월드컵 본선 기대감을 한층 높여주었다.

"보고 싶었습니다"

이 멋진 게임을 더욱 빛내기 위해 6만4375명의 대관중들은 대한축구협회가 미리 준비한 카드 섹션을 완성시켰다. 여기서 힘을 얻은 우리 선수들은 11년만에 이란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장관의 카드 섹션 문구는 "보고 싶었습니다"였다.

2011년 카타르에서 열린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8강 토너먼트에서 1-0으로 어렵게 이긴 뒤, 일곱 번 만나서 3무 4패로 이란에게 끌려다니기만 했는데, 벤투호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주장 완장을 찬 에이스 손흥민을 중심으로 모든 구성원이 똘똘 뭉친 결과가 아름답게 완성된 것이다.

전반전에 수비쪽에서 공을 돌리면서 약간 불안한 장면을 연출했던 우리 선수들은 하프 타임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기 직전에 묵직한 결승골을 뽑아냈다. 미드필더 이재성이 밀어준 공을 잡고 이란 골문을 향해 원을 그리는 드리블을 시도한 손흥민이 전반전 추가 시간 2분만에 빨랫줄처럼 뻗어나가는 오른발 무회전 중거리슛을 꽂아넣은 것이다. 골 라인으로부터 약 30미터 가량 떨어진 지점이어서 이란 골키퍼 아미르 아베드자데에게 막히는 줄 알았지만 무회전으로 날아오던 공이 뚝 떨어지며 골키퍼 몸을 스쳐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손흥민의 시원한 골에 기세가 오른 우리 선수들은 후반전에 더 경쾌한 공격 흐름을 휘어잡았다.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황희찬의 드리블에 이은 스루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추가골을 터뜨리는 줄 알았지만 각도를 줄이며 몸을 날린 아베드자데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추가골 아쉬움을 넘겨버리고 정확하고 빠른 연결을 시도한 우리 선수들은 63분에 완벽한 팀 플레이를 완성시키며 멋진 쐐기골을 넣었다. 황희찬이 왼쪽 끝줄 앞까지 완벽하게 파고 들어 오른발로 밀어준 공을 이재성이 원 터치로 방향을 바꿔주었고 이를 기다렸다는 듯 김영권이 왼발 터닝슛을 정확하게 차 넣었다. 손흥민의 첫 골을 개인 능력으로 만들어낸 것이라면 김영권의 추가골은 상대 팀이 더 꼼짝 못하도록 팀 플레이로 만들어낸 것이어서 보기에도 흐뭇했다.

한국을 상대하면서 뛰어난 득점 능력을 자랑했던 사르다르 아즈문이 이끄는 이란은 80분이 지나면서 반격에 나섰지만 아즈문의 다이빙 헤더(80분)가 한국 골키퍼 김승규의 정면으로 날아가 잡혔고, 교체 선수 사야드마네시의 노마크 오른발 찍어차기는 골문 왼쪽으로 벗어나는 바람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2위로 밀려났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29일 밤 10시 45분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아랍에미리트와의 최종 예선 마지막 게임을 위해 두바이로 날아간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손흥민 파울루 벤투 월드컵 이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