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트레이서> 임시완 인터뷰 이미지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트레이서> 임시완 인터뷰 이미지 ⓒ 플럼에이앤씨

 
"아재 잡는 핏덩이 MZ세대다."

지난 25일 종영한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트레이서> 황동주 캐릭터를 배우 임시완은 이렇게 정의했다. 드라마에서 황동주는 자리에 연연하고 뒷돈을 받아 챙기는 국세청 조사관들을 골탕 먹이고 "후일을 위해 적당히 알아서 덮으라"는 협박도 듣지 않는다. 그 모습이 공정성에 민감하고 부당한 관행을 그냥 넘기지 않는 요즘 젊은 세대들답다는 것. 16일 오후 온라인 화상을 통해 임시완을 만났다. 

"(황동주가) 악을 일삼는 어른들을 대하는 방식은 일상적이지 않다. 재기발랄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기성세대의 언행이나 논리 그대로 황동주가 따라가면 오히려 그 싸움판에 휘말리게 됐을 것이다. 그래서 어른들이 논리적으로 협박할 때도 '못 알아듣겠는데요?'라고 응수한다. 대화가 안 통하는 어린 아이가 징징거리는 것처럼 표현하려고 했다. 열변을 토하는 어른들에게 어린 아이같은 애티튜드를 취하면, 오히려 그 어른들이 유치해보이는 심리가 있지 않나. 그런 걸 활용하려고 노력했다."

<트레이서>는 국세청의 '쓰레기 하치장'이라 불리던 조세 5국에 굴러 들어온 독한 세금 탈루 전문가 황동주(임시완 분)의 물불 안 가리는 통쾌한 활약을 그렸다. 극 중에서 황동주는 수년간 거대 재벌 PQ전자와 맞서서 힘겨운 싸움을 하는 아버지를 원망했다. 이 때문에 그는 회계사가 되어서도 대기업 돈세탁을 도맡으면서 이름을 알린다.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억울한 죽음에 국세청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국세청 공무원이 되어 복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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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트레이서> 임시완 인터뷰 이미지 ⓒ 플럼에이앤씨

 
가진 자들의 세금 탈루 비법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황동주가 체납자들이 빼돌린 세금을 되찾아오고, 국세청 내 부정부패 세력을 척결하는 과정은 사실상 현실에서 실현가능한 방법은 아니다. 그는 체납자의 집에 들어가 망치로 벽을 부수고, 불법 대부업체 여러 곳에 막대한 돈을 빌리고는 연쇄 부도를 빌미로 협박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황동주의 '막가파' 식 해법에 열광했다. 현실성 없는 드라마일지라도, 그 자체로 속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꼈기 때문이리라. 

임시완은 "보시는 분들이 과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외나무 다리를 건너는 듯한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면서도 "정의롭지는 않아도 (시청자가) 대리만족할 수 있는 캐릭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크히어로는 악을 대할 때 내가 꼭 선해야만 한다는 의무감이 없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까, 악을 처단할 때도 똑같이 당해보라고 할 수 있었다. 마냥 정의롭지는 않았지만, 대리만족이 있어서 더 많은 분들이 열광하지 않았나 싶다. 착한 히어로는 아무래도 선택에 제한이 많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 위해를 가하는 게 선한 행동은 아닐 수 있으니까, 그래서 다크 히어로 황동주를 더 통쾌하게 생각해주신 것 같다."

스튜디오 웨이브가 2022년 첫 번째 작품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트레이서>는 웨이브 콘텐츠 시청시간 1위를 차지하고, MBC에서도 동시 방영되어 최고시청률 8.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는 등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그러나 임시완은 "첫 인상은 반드시 기피하고 싶은 드라마였다"고 털어놨다. 

"시놉시스와 대본을 받았을 때 글자가 빼곡하고 여백이 없었다. 폰트도 작고 페이지 수도 엄청난 대본이었다. '제발 이 드라마는 정말 재미없었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갖고 대본을 읽었다. 분량이 많고 대사가 빼곡하면 해야할 것들이 많으니까, 그런 마음을 가졌었다. 그런데 웬걸. 한 글자씩 꾹꾹 눌러담으면서 읽으니까 작가님의 응축된 노고와 그 치열함이 보이더라. 몇년간의 노력과 열정이 녹아있었다. 그런 작품을 만나는 건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놓칠 수가 없어서 바로 하겠다고 말씀 드렸다."

실제로 <트레이서>의 대사에는 조세, 재무 회계 등에 관한 전문용어와 약어, 은어 등이 난무한다. 자막이 등장하지만 극이 워낙 속도감 있게 전개되고 대사의 호흡도 빠르기 때문에 시청자가 다 이해하기에는 벅찬 부분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드라마가 어렵다, 잠깐 한눈을 팔면 내용이 이해가 안 되더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임시완 역시 "처음 대본을 접했을 때는 완전히 이해를 하려고 노력했다. 자문도 받고 국세청도 답사하고 지인들에게도 많이 여쭤봤는데, 점점 생각을 바꾸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 드라마의 존재 이유는 그게(이해가) 아니었다"며 어렵다는 반응에 대해 길게 해명했다. 

"<트레이서>라는 드라마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다. 이 드라마는 국세청이라는 어렵고 무거운 소재를 다뤘을 뿐, 국세청이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해주는 교과서적인 내용은 아니다. 드라마 방영 시간도 퇴근하고 통상적으로 하루를 마무리 하는 시간이다. 저는 맥주 한 캔과 함께 가볍게 볼 수 있는 오락성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어렵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더라도, 재미있게 보셨으면 잘 보신거라고 말하고 싶다. 빗장, 이중계약서 등 어려운 용어들이 많이 나오고 어려운 사건들도 많이 나왔지만 모두 이해시키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

여러 가지 일들 속에서 더 나쁜 사람이 있고, 그걸 (주인공들이)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에 집중하려고 했다. 정서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었다. 보시는 분들이 그런 정서를 잘 따라오실 수 있게 연기했다고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연기다. 저 역시도 이해를 못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었다. 저도 어려웠고 여전히 어렵다. 대본을 여러 번 봤는데도 드라마를 봤을 때 100% 이해했던 것은 아니다. 쉽게 생각해보면 그런 것들에 대해서 모두 이해하려면 관련된 책을 찾아보면 된다. 정서적인 부분만 따라와도 충분히 재미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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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트레이서> 임시완 인터뷰 이미지 ⓒ 플럼에이앤씨

 
그러나 베이징 동계 올림픽과 대통령 선거로 인해 방송 편성이 밀리는 위기도 있었다. 이 때문에 웨이브에서는 이미 한 달여 전에 공개된 회차가 MBC에서는 25일에야 방송되는 촌극이 빚어졌다. 더구나 후반부에 시청률이 다소 낮아지면서 편성이 아쉬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임시완은 "배우로서 아쉬운 점은 없다"라며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ott 동시 방영을 처음 겪어봤고, 색다른 상황이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점점 바뀌어가는 중이고 그 과도기에 있는 것 같다"라고 의연하게 답했다.

한편 임시완은 영화 <비상선언>을 통해 제74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지난 2017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이후 4년 만에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항공기 재난을 소재로 한 <비상선언>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개봉이 계속해서 연기되었으나 올해 상반기 개봉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완은 "칸에 입성한 건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다. 시청률이나 관객 수를 뛰어넘는 만족을 얻었다"며 웃음지었다.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인생에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저를 알 턱이 없는 외국인들과 같이 영화를 보고 연기로서 인정 받고 박수 받는다는 게 얼마나 짜릿한 경험인지 알게 됐다. 새삼 대단한 경험을 했구나, 인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경험이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 번이나 갈 수 있게 됐다. 시청률이나 관객 수를 뛰어넘는 어떤 만족감을 얻었다. 앞으로도 이를 목표로 연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영감이 됐다. 한국 배우로서도 자부심이 크다. 좋은 배우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함께 경쟁을 하다 보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트레이서 임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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