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발생한 편파판정 논란을 놓고 국민적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 사회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반중 정서에 더욱 기름을 붓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ｍ 준결승에서 한국 대표팀의 황대헌(강원도청)과 이준서(한국체대)는 조 1위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당했다. 레인 변경 시 반칙을 했다는 이유였지만 TV 중계 화면에 잡힌 장면은 지극히 정상적인 레이스였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한국 선수들이 탈락한 대신 조 3위였던 중국 선수들이 결승에 진출하는 수혜를 누렸다. 심지어 결승에서도 헝가리 선수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또다시 레이스 도중 반칙을 지적받고 실격당하는 사태가 벌어지며, 중국 선수 두 명이 나란히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했다. 중국은 대회 내내 쇼트트랙 남자 1000ｍ 준준결승부터 결승까지 단 한 번도 실력으로 1등을 차지한 적이 없음에도 비디오 판독만으로 메달까지 차지하는 희대의 해프닝을 연출했다.

안타깝게도 많은 전문가와 팬들은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는 반응이다. 중국은 그동안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여러 국제대회를 개최할 때마다 지나친 홈 텃세와 편파판정으로 수차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사실 어느 올림픽이든 개최국을 둘러싼 크고작은 홈 어드밴티지 논란은 늘 존재했다. 하지만 이번 중국의 경우에는, 그야말로 상식을 벗어난 대회 운영과 판정 논란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이미 지난 5일 혼성계주 2000m 준결승에서 중국 선수들끼리 주자간 터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 아무런 페널티를 입지 않았던 장면에서부터 불안한 조짐을 암시한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장면들이 계속 나올 것이라는 사실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전부터 많은 이들이 예측했던 우려이기에 더 씁쓸하다.
 
최근 극단적인 민족주의와 중화사상을 강조하며 국제 사회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은 스포츠 제전인 올림픽마저도 자국의 명예와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개회식에서는 한국의 전통의상인 한복을 중국의 소수 민족 복식으로 입은 공연자가 등장하여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다.

특히 쇼트트랙은 중국이 동계올림픽에서 유력한 메달핵심 종목으로 꼽은 바 있다. 중국은 이미 대회 전부터 유력한 경쟁자인 한국의 인재들을 코칭스태프로 영입하거나 귀화시키는가하면, 본 대회에서는 노골적인 편파판정으로 경쟁팀을 견제하며 오직 금메달을 따내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2000ｍ 혼성계주와 남자 1000ｍ에서 연이어 발생한 판정 논란은 앞으로 남은 6개 메달 레이스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대로라면 한국을 비롯한 참가국들이 중국의 '금메달 공정'의 들러리 역할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번 대회 금메달, 하늘이 아니라 심판이 내려주나"
   
여론은 폭발하고 있다. SNS와 커뮤니티에서 많은 누리꾼들은 "이게 올림픽이냐 중국체전이냐", "대회 보이콧하고 선수단을 그냥 귀국시키자"며 성토하고 있다. 일단 대한민국 선수단은 공식적으로 판정 논란에 대한 문제제기에 나섰다. 선수단은 경기 종료 후 쇼트트랙 심판 위원장에게 강력히 항의하며 국제빙상경기연맹(ISU)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항의 서한문을 발송했다.

또한 대한체육회는 8일 윤홍근 선수단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CAS(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관련 사항을 제소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이번 판정의 부당함을 공식화해 다시는 국제 빙상계와 스포츠계에서 우리 선수들에게 억울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경기를 지켜본 스포츠 전문가들도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라는 지적이다. 이정수 KBS해설위원은 "우리를 포함해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선수들은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서 다음 올림픽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올림픽 같지도 않은 올림픽을 치러야 하나 싶은 생각"이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성토하며 "이번 대회 금메달은 하늘이 아니라 심판이 내려주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비판의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편파판정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실력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단 여러분이 진정한 승자"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쇼트트랙 편파판정으로 우리 선수들의 금메달을 도둑맞았다"며 "누가봐도 이해할 수 없는 잘못된 판정이다. 중국은 더티(dirty)판정을 즉각 취소하고 대한민국의 금메달을 돌려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올림픽 정신이 훼손되고 있다. 코로나 재난 속에서 세계 각국의 많은 시민들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며 희망을 찾고 있는데 그 어느 올림픽보다 공명정대한 올림픽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안타깝지만 항의한다고 판정 결과가 뒤집힌다거나 올림픽 대회 운영이 개선될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2002 솔트레이크 시티 동계올림픽에서 김동성이 안톤 오노(미국)에게,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에게 금메달을 빼앗겼을 때도 여론이 들끓었지만 결과는 그대로 인정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침묵하거나 포기해서는 안된다. 올림픽은 수많은 선수들이 수년간 기다려온 꿈의 무대다. 당장 쇼트트랙만 해도 아직 6개의 종목이 남아있고 선수들은 판정과 텃세가 어찌됐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당장 현실을 바꿀 수 없을 것 같더라도 역사는 진실을 기억한다.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이의를 제기해야만 중국발 편파판정의 불합리함을 세계에 알리고, 뻔뻔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압박이라도 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한국 선수단이나 대한체육회-빙상연맹 차원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언론과 여론, 사회와 정치계가 모두 나서서 다른 참가국 및 국제사회와도 함께 공조하여 해법을 모색해야한다.
 
또한 중국이 설사 이런 식으로 아무리 금메달을 싹쓸이한다고 해도, 결국은 모두 자충수로 돌아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중국은 그동안 스포츠와 코로나 사태를 포함하여 많은 분야와 사안에 걸쳐 자국이기주의적인 행보로 이웃국가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그리고 그 대가는 전세계적인 비호감과 반중정서의 확산 뿐이었다.

지구촌의 화합을 도모하자는 명분으로 열리는 겨울 스포츠 축제에서, 개최국으로서 품격이 무색하게 중국이 보여주고 있는 추태를 전세계 팬들 모두가 똑바로 목격했다. 판정으로 따낸 메달이라는 손바닥으로, 세계의 눈이라는 큰 하늘을 모두 가릴 수는 없다는 진실을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