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팬들에게 이보다 더 고마운 설 선물은 아마도 없을 듯하다. 에이스 지소연이 소름 돋는 결승골을 터뜨리며 2023년 호주와 뉴질랜드가 공동 개최하는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라서는 뜻깊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FIFA 랭킹을 기준으로 호주(11위)는 여자 아시안컵에서 12년 만에 우승을 노리고 참가한 강팀이지만 랭킹 18위인 한국 여자대표팀이 12년만에 호주를 꺾는 파란을 일으킨 셈이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30일 오후 5시 인도 푸네에 있는 시리시브 차트라파티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벌어진 2022 AFC(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아시안컵 호주와의 8강 토너먼트에서 에이스 지소연이 87분에 터뜨린 극장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기고 4강에 진출했다. 동시에 다음 월드컵 진출권까지 따내는 귀중한 선물을 우리 축구팬들에게 보내줬다.

지소연의 오른발 중거리슛 슈퍼 골
 
 30일 인도 푸네의 시리 시브 차트라파티 종합운동장에 열린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호주와의 8강전. 후반전 지소연이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조별리그 2승 1무로 C조 2위에 오른 한국은 이날 3전 전승을 거둔 B조 1위 호주를 넘으면서 2014년 대회(4위) 이후 8년 만에 4강에 진출했다.

30일 인도 푸네의 시리 시브 차트라파티 종합운동장에 열린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호주와의 8강전. 후반전 지소연이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조별리그 2승 1무로 C조 2위에 오른 한국은 이날 3전 전승을 거둔 B조 1위 호주를 넘으면서 2014년 대회(4위) 이후 8년 만에 4강에 진출했다. ⓒ 대한축구협회

 
우리 선수들은 이 게임에 모든 것을 쏟아냈다. C조 일본과의 게임에서 아쉽게 1-1로 비기는 바람에 가장 험난한 8강 토너먼트 대진표를 받아들었고, 이번 대회 참가 팀 중 FIFA 랭킹이 가장 높은 호주를 만났지만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멋진 게임을 펼쳤다.

전반전에 페널티킥을 얻어내 유리한 위치에 올라설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골로 성공시키지 못해 마음 한 구석에 무거운 돌을 안고 뛰는 셈이었다. 37분에 이금민이 호주 페널티 에어리어 라인 위에서 쓰러지는 순간을 VAR(비디오 판독 심판) 카메라가 놓치지 않고 잡아냈다. 이 절호의 기회를 조소현이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처리했는데 안타깝게도 크로스바 위로 날아간 것이다.

조소현에게는 이 게임이 누구보다 특별한 게임이었기에 그 아쉬움은 더 크게 보였다. 한국 축구의 두 레전드(차범근, 홍명보)가 갖고 있던 A매치 136게임 대기록을 뛰어넘어 137번째 게임 기록을 찍어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은 이어진 후반전에 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믿기 힘든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51분에 이금민이 자신감 넘치는 드리블 실력을 뽐내며 골문 바로 앞에서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호주 골키퍼 리디아 윌리엄스 정면으로 뻗어가는 바람에 막혔다. 55분에는 페널티킥 실축을 만회할 수 있는 조소현의 결정적인 헤더 슛이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는 듯 보였지만 순발력 뛰어난 골키퍼 리디아 윌리엄스가 몸을 날려 아슬아슬하게 쳐냈다.

아찔한 실점 위기도 있었다. 75분에 우리 골문이 거의 빈 상황으로 몰렸지만 호주의 간판 골잡이 샘 커의 오른발 돌려차기가 어이없게도 잘못 맞는 바람에 왼쪽 기둥 옆으로 흘러나갔다. 그리고 12분 뒤에 샘 커의 소속 팀(첼시 FC 위민) 동료이자 한국 여자축구의 기둥 지소연의 오른발 끝에서 믿기 힘든 슈퍼 결승골이 터져나왔다.

왼쪽 측면에서 추효주와 공을 주고받다가 옆으로 흐른 공을 잡아낸 지소연은 유연한 드리블 실력을 뽐내며 골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는 드리블 속도 탄력을 그대로 이용하여 오른발 인스텝 슛을 꽂아넣은 것이다. 지소연의 오른발을 떠난 공이 거의 회전 없이 골문 오른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갔기에 골키퍼 리디아 윌리엄스도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이 5분이나 이어졌지만 우리 선수들은 똘똘 뭉쳐 지소연의 슈퍼 골을 끝까지 지켜냈다. 지소연은 골을 터뜨린 직후 햄스트링 통증으로 쓰러져 들것에 실려나가 90분에 박예은이 대신 들어와 뛰었다. 

이 귀중한 결과를 만들어낸 콜린 벨호는 다음 달 3일 오후 5시 대만과 필리핀 게임의 승리 팀과 결승 진출을 놓고 만나게 됐다. 결승전까지 올라올 것으로 예상하는 강팀 일본과 다시 만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2022 AFC 여자 아시안컵 8강 결과
(1월 30일 오후 5시, 시리시브 차트라파티 스포츠 컴플렉스, 푸네-인도)

한국 1-0 호주 [득점 : 지소연(87분)]

FW : 손화연(84분↔여민지), 최유리(77분↔이민아), 이금민
MF : 추효주, 지소연(90분↔박예은), 조소현, 김혜리
DF : 심서연, 임선주, 이영주
GK : 김정미

AFC 여자 아시안컵 4강 일정(2022년 2월 3일)

한국 - (대만 v 필리핀) 승리 팀
☆ 일본 - (중국 v 베트남) 승리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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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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