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V리그 여자부 개막 최다 연승 신기록을 세웠다.

강성형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26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3,18-25,25-18,25-20)로 승리했다. 개막 후 파죽의 11연승을 내달린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흥국생명이 세웠던 개막 후 10연승 기록을 한 시즌 만에 갈아 치우고 역대 개막 후 최다연승 기록을 세웠다. 11연승은 현대건설의 창단 최다연승 기록이기도 하다(11승, 승점 32점).

현대건설은 주포 야스민 베다르트가 블로킹 3개를 포함해 46.51%의 공격성공률로 23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주도했고 양효진이 16득점,황민경이 8득점, 고예림과 이다현이 7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 시즌 11승19패(승점34점)로 6개 구단 중 최하위에 머물렀던 현대건설은 한 시즌 만에 전혀 다른 팀으로 변모했고 패배를 모르는 무적의 팀으로 군림하며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여러 악재 겹치며 13년 만에 최하위 추락
 
 11시즌 연속 블로킹 1위 자리를 지켜 온 양효진의 부진은 현대건설의 추락으로 이어졌다.

11시즌 연속 블로킹 1위 자리를 지켜 온 양효진의 부진은 현대건설의 추락으로 이어졌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시즌 김연경과 이재영,이다영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주전 선수를 3명이나 보유했던 흥국생명은 컵대회에서 준결승까지 전 경기를 3-0으로 승리했지만 결승에서 GS칼텍스 KIXX에게 덜미를 잡혔다. 하지만 이는 흥국생명에게 좋은 '예방주사'가 됐고 흥국생명은 V리그 개막 후 무서운 기세로 승승장구하며 파죽의 10연승을 내달렸다. 10연승은 당연히 V리그 여자부 개막 후 최다연승 기록이었다.

4라운드까지 압도적인 기세로 여유 있게 선두를 달리던 흥국생명은 지난 2월 쌍둥이 자매가 학원폭력 사건에 연루되며 팀에서 이탈하는 대형 악재를 겪었고 결국 GS칼텍스에게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내줬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이 투혼을 발휘하며 챔프전에 진출했지만 챔프전에서 메레타 러츠(KUROBE 아쿠아 페어리즈)와 이소영(KGC인삼공사)이 맹활약한 GS칼텍스에게 3연패를 당하며 아쉬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현대건설 입장에서 보면 흥국생명의 시즌 후반 추락과 준우승은 배 부른 소리로 들릴 뿐이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이다영이 팀을 떠나며 힘들게 시즌을 출발했던 현대건설은 정규리그 30경기에서 11승19패에 그치며 13승17패의 인삼공사에 승점 5점이 뒤진 최하위를 기록했다. 현대건설이 최하위로 추락한 것은 개막 11연패로 시즌을 시작했던 2007-2008 시즌 이후 무려 13년 만이었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정통센터 유망주 이다현과 서브리시브가 가능한 외국인 선수 헬렌 루소를 동시에 활용하면서 팀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센터로 활약했던 정지윤을 날개 공격수로 변신시켰다. 정지윤은 주전으로 활약하기에 충분한 공격력을 보여줬지만 수비에서는 아쉬움을 남기며 날개 공격수 변신이 '절반의 성공'에 머물렀다. 188cm의 신장을 가진 외국인 선수 루소의 활약도 장신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미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됐던 2019-2020 시즌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던 양효진은 지난 시즌 441득점(9위)과 함께 블로킹 부문 5위(세트당 0.54개)를 기록했다. 33세 센터의 기록으로는 나무랄 데가 없었지만 양효진은 2009-2010 시즌부터 2019-2020 시즌까지 무려 11시즌 동안 단 한 번도 블로킹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선수다. 양효진이 주춤한 현대건설은 최하위로 떨어졌고 이도희 감독도 재계약에 실패했다. 

외국인 선수 활약과 신구조화로 11연승 질주
 
 센터 유망주 이다현은 프로 입단 3시즌 만에 현대건설의 붙박이 주전 센터로 자리 잡았다.

센터 유망주 이다현은 프로 입단 3시즌 만에 현대건설의 붙박이 주전 센터로 자리 잡았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시즌이 끝나고 강성형 신임 감독이 부임한 현대건설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크로아티아와 이탈리아, 그리스리그 등에서 활약했던 미국 출신의 야스민을 2순위로 지명했다. 지난 시즌 상대적으로 신장이 작았던 헬렌 루소를 지명했다가 장신의 외국인 선수들 사이에서 고전했던 것과 달리 야스민은 196cm의 좋은 신장에 뛰어난 운동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이번 시즌 현대건설의 공격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됐다.

현대건설의 미래 정지윤과 이다현도 비 시즌을 통해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치를 쌓았다. 정통 센터 유망주로 불리면서도 성인 대표팀 경험이 없었던 이다현은 올림픽 전에 열린 VNL 대회에 출전해 세계적인 선수들과 기량을 겨룬 후 주전 센터로 도약했다. 2020 도쿄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된 정지윤은 올림픽에서 중앙공격수가 아닌 날개 공격수로 활약했고 올림픽이 끝난 후 김연경으로부터 한국 여자배구를 이끌 차세대 주역으로 인정 받았다.

그렇게 여러 부분에서 전력이 한 단계 상승한 현대건설은 지난 여름 컵대회 우승으로 자신감을 끌어 올린 후 V리그에서도 기세를 이어가며 파죽의 11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5일 막내구단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만 풀세트까지 가며 고전했을 뿐 나머지 10경기에서는 모두 승점 3점을 따냈다. 특히 지난 시즌 '트레블'을 달성했던 '디펜딩 챔피언' GS칼텍스를 상대로 1라운드 3-1 승리에 이어 2라운드에서도 3-0으로 승리를 따냈다.

현대건설은 26일 흥국생명전에서도 외국인 선수 캣 벨(28득점)과 루키 정윤주(15득점)를 앞세운 흥국생명의 거센 도전에 다소 고전했다. 특히 2세트에서는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18-25로 무너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3세트부터 야스민과 양효진을 앞세워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가며 어렵지 않게 승점 3점을 챙겼다. 무엇보다 리시브 효율에서 41.77%를 기록하며 20.00%의 흥국생명을 압도한 것이 결정적인 승리의 요인이었다.

V리그 여자부 역대 최다연승 기록은 데스티니 후커와 김민지, 나혜원이 활약하던 2009-2010 시즌의 GS칼텍스가 기록한 14연승이다. 신기록 달성까지 5승을 남겨두고 있는 현대건설은 오는 12월 3일 인삼공사와 7일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라는 고비를 넘기면 신기록 달성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과연 현대건설은 GS칼텍스의 기록을 11년 만에 갈아 치우고 V리그 여자부 역대 최강팀에 등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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