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가대표 특수대원을 뽑는 새로운 밀리터리 서바이벌이 등장했다. 19일 첫 방송된 SBS 새 예능프로그램 <더 솔져스>에서는 특전사(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전사 예하 특수임무대), CCT(공군 공정통제사), 정보사(국군 정보사령부), UDT(해군특수전전단), SSU(해난구조전대), 해병대 수색대 등 다양한 특수부대 출신 예비역 20명이 등장하여 밀리터리 국가대표 선발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밀리터리 연합대항전'을 표방한 <더 솔져스>의 목표는 대한민국 최정예 특수부대 연합팀을 선발하여(시즌1), 아시아-태평양 국가대표팀과 경쟁하고(시즌2), 마지막으로 전 세계에서 최강팀을 가리는 프로젝트(시즌 3)를 표방했다. 해병대 출신으로 유명한 배우 김상중이 MC 역할을 맡았고, 특수대원들을 이끌 멘토이자 글로벌 교관으로는 윌 라베로(미국, 그린베레), 제이 모튼(영국, SAS) 요한 레이스패스(스웨덴, SOG), 이창준(한국, 707) 등 역시 세계를 대표하는 특수부대 출신의 팀장 4명이 합류했다.
 
참가대원들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포스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예비역임에도 현역 못지 않은 철저한 자기관리로 준비된 몸상태가 돋보였다. 707 출신의 홍범석은 현재 소방관으로 근무하며 소방관 세계 대회 1등까지 기록한 화려한 경력으로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또한 홍범석은 현재 스파르탄 레이스 프로 선수로 활동중인 특전사 출신 송병석을 유력한 경쟁자로 지목했다.
 
특수부대 중에서도 좀 더 베일에 가려져있던 정보사, CCT 출신들의 등장도 눈길을 끌었다. CCT 김창완은 특전사나 UDT 멤버들이 적진에 강하로 투입되기 전에 먼저 투입되어 항공기와 우군의 안전지대를 확보하는 것이 CCT의 주요 임무라고 설명했다. CCT는 최근 이른바 '미라클 작전'으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구출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더 주목받은 바 있다.
 
정보사 출신의 김영철과 고인호는 모두 군복을 입고 등장한 다른 출연자와 달리 나란히 말끔한 수트를 입고 등장하여 더 돋보였다. 영화 <아저씨>의 원빈을 통하여 알려진 정보사는 각종 군사작전 및 첩보작전을 수행하는 부대로 구체적인 임무나 정보는 모두 국가기밀이기 때문에 자세히 설명할 수 없어서 사복을 입고 출연했다는 것.
 
 SBS <더 솔져스>의 한 장면.

SBS <더 솔져스>의 한 장면. ⓒ SBS

 
참가대원들이 모두 모이자마자 곧바로 오프닝 미션에 돌입했다. 첫 집결지에서 베이스캠프까지 30kg 무게의 더플백을 메고 선착순으로 이동하는 산악구보 미션이었다. 참가대원은 갑작스러운 미션에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고 특히 수트에 구두까지 신고 온 정보사 대원들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도착순서에 따라 1위부터 10위까지는 상위권 막사, 11위부터 20위까지는 하위권 막사로 입장하고 상위 3명에게는 다음 미션에서 어드밴티지가 주어졌다.
 
707 홍범석과 특전사 송병석이 우승후보답게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707 홍국성이 3위로 그 뒤를 이었다. 정보사 고인호는 불편한 의상에 초반에 더플백 끈이 끊어져서 어깨에 들쳐메고 달려야 했던 불리한 조건에도 초인적인 괴력을 발휘하여 상위권인 6위에 진입했다. 최하위인 20위는 특전사 박혁규였다.
 
오프닝 미션을 마친 후 겨우 한숨을 돌린 대원들은 비로소 대화를 나누며 조금씩 서로를 알아갔다. 대원들은 상위팀과 하위팀 두 개의 막사로 나뉘어 첫 날 일정을 마치고 취침했다.
 
물 차오르는 돌발 미션에 아찔한 추락까지
 
 SBS <더 솔져스>의 한 장면.

SBS <더 솔져스>의 한 장면. ⓒ SBS

 
새벽 5시가 되어 두 번째 돌발미션이 시작됐다. 물이 차오르는 고립된 막사를 탈출해야하는 이스케이프 미션이었다. 잠에 빠져있던 대원들은 갑작스러운 비상벨 소리에 놀라 전원 기상했다. 이미 봉쇄된 컨테이너 모양의 막사에는 물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고 제한시간 이내에 20분 내에 탈출구를 찾아야 했다.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특수부대원들의 순발력과 팀워크를 확인하기 위한 미션이었다.
 
상위권 팀은 의외로 침착한 대처가 돋보였다. CCT 김창완이 전날 막사에 입성할 때부터 컨테이너의 재질과 구조에 이질감을 느끼고 물에 잠기도록 만들어진 방이라는 사실을 눈치채며 미션을 어느 정도 예측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상위권 팀은 팀워크를 발휘하여 대원들이 힘을 합쳐 탈출구를 찾기 시작했고, 천장을 뜯어내자 의문의 열쇠뭉치가 쏟아졌다. 하지만 열쇠가 너무 많아서 대원들은 제한시간 내 진짜 키를 찾아내는 데 막막함을 느꼈다.
 
사실 열쇠는 대원들의 주의를 흔들기 위한 또다른 트릭이었다. 탈출구를 찾던 707 김영환은 천장을 이리저리 두드리다가 소리의 울림을 통하여 약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발견해냈다. 대원들은 힘을 합쳐 천장을 두드리기 시작했고 구멍이 뜷리면서 마침내 진짜 비상 탈출구를 찾아냈다. 3분 30초 만에 김영환을 시작으로 하나씩 탈출을 시작한 상위권팀은 마지막까지 단합력을 발휘하며 제한시간 내에 대원 전원이 안전하게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반면 하위권 팀은 초반에 우왕좌왕하면서 패닉에 빠진 모습이었다. 상황실에서 지켜보던 교관들은 아무도 리더 역할을 자처하는 사람이 없고 팀워크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대원들이 에어컨 통로 앞에서 속절없이 시간을 허비하던 가운데, UDT 박성민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천장의 작은 균열을 파악해내고 비상탈출구를 찾아냈다. 하위권 팀은 8분 17초 만에 첫 탈출을 시작하여 상위권 팀보다 훨씬 늦기는 했지만 무사히 전원이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평가에 나선 교관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게 그 사람의 위기 극복 능력이자 실력"이라고 설명하며 "군인은 전시 상황에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도 극복할수 있어야 한다"고 미션의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윌 교관은 상위권 팀이 단합력을 발휘하여 위기를 극복했다고 칭찬한 반면, 우왕좌왕했던 하위권 팀에게는 쓴소리를 했다.
 
군복을 입고 다시 집합한 대원들은 탈락 후보를 선정하는 본격적인 1차미션인 장애물 달리기에 돌입했다. 특수부대원이라면 기본중의 기본인 기초 체력을 점검하기 위한 미션이었다. 구름사다리 극복-180kg 타이어 뒤집기-12미터 외줄오르기-40kg 제리켄 운반-30kg 군장구보-포복으로 철조망 극복-군장 적재-60kg 타이어끌기의 8단계로 구성되었으며, 20명의 출연자가 4개조로 나뉘어 각 조 꼴찌가 탈락후보로 선정되는 방식이었다.
 
오프닝 미션 선착순 달리기 1~3등을 차지한 홍범석-송병석-홍국성에게 대결상대 지목권의 어드밴티지가 주어졌다. 아무에게도 선발되지 않는 남은 5명의 대원들이 4번째 조로 편성됐다. 첫 대결에 나선 1조에서는 정보사 고인호가 구름사다리 코스를 1등으로 통과했으나 2단계에서 타이어의 엄청난 무게에 당황하며 시간이 지체했다. 설상가상 비까지 쏟아지며 젖은 타이어의 무게가 가중됐다. 707 김영환이 타이어 코스에서 1등을 차지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타이어 뒤집기에서 너무 많은 체력을 소모한 1조 대원들은 이어진 외줄오르기 코스에서 벌써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외줄훈련 경험이 많은 특전사 박장호가 가장 먼저 외줄오르기에 성공했고 해병대수색대 박한결이 그 뒤를 이었다. 거의 정상까지 오른 707 김영환이 손을 뻗어 종을 울리기 바로 직전에 힘이 빠지며 12미터 높이에서 추락하는 아찔한 돌발상황이 나왔다. 교관과 대원들이 모두 깜짝 놀란 가운데, 이어진 예고편에서는 치열한 참호격투와 첫 탈락자 발생을 예고하며 더욱 궁금증을 높였다.
 
불안해보이는 '일반인'들의 미션 수행
 
 SBS <더 솔져스>의 한 장면.

SBS <더 솔져스>의 한 장면. ⓒ SBS

 
올해 상반기에 방송되었던 채널A <강철부대>가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면서 밀리터리 서바이벌 장르와 대한민국 특수부대에 대한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더 솔져스>는 자연히 <강철부대>와 비교되는 것을 피할수 없으며, 실제로 <강철부대>를 은근히 의식한 듯한 구성과 연출은 곳곳에서 두드러진다. 밀리터리라는 소재의 특성상 각개전투나 구보, 참호격투 등 자연히 겹치는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다.
 
<강철부대>가 대한민국 최고의 특수부대를 가리는 팀전을 내세웠다면, <더 솔져스>는 각 특수부대를 대표하는 최정예 멤버들로 연합팀을 구성하여 전세계의 특수부대와 경쟁한다는 포맷으로 차별화를 내세웠다. <강철부대>가 프로야구나 K리그 우승팀을 가리는 것이었다면, <더 솔져스>는 국가대표 선발전부터 올림픽-월드컵같은 A매치를 아우르는 구성이라고 구분할 수 있다. 밀리터리 서바이벌 특유의 '강한 남자' 판타지에, 내셔널리즘이라는 '국뽕' 코드를 덧입혀 몰입감을 높이려는 포석이다.
 
<더 솔져스>는 첫 회 시작부터 프로그램의 세부적인 진행방식이나 출연자에 대한 소개를 최대한 생략하고 곧바로 미션에 돌입한다. 산악구보-막사 탈출-장애물 달리기로 이어지는 각 미션들은 <강철부대>와 비교해도 스케일과 난이도가 모두 업그레이드됐다. <강철부대>에서 거론되었으나 참가하지는 못했던 정보사-CCT 같은 새로운 특수부대의 등장과, 예상을 뛰어넘는 참가자들의 뛰어난 신체적-정신적 역량은 흥미진진한 서바이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하지만 <강철부대>와의 차별화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은 오히려 양날의 검이 될수도 있다. <강철부대>는 높은 인기를 끌기는 했지만 미션의 완성도를 둘러싼 가학성과 공정성, 출연자들에 대한 안전불감증, 작위적인 연출과 억지 분량 짜내기 등으로 뒤로 갈수록 많은 비판도 받았다.
 
출연자들은 아무리 특수부대 출신이라고 해도 현역이 아닌 예비역, 즉 일반인들이다. 방송의 미션들은 아무리 안전장치가 되어있다고 하지만, 실제 특수부대 훈련과 비교해도 난이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 첫 회 외줄오르기에서 힘이 빠진 대원이 추락하는 아찔한 장면은 <강철부대>에서도 똑같이 나왔던 장면들이기도 하다.

참가자들이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스케일만 키우고 어려운 미션을 혹독하게 몰아붙이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높아진다. 오로지 방송의 재미만을 위한 가학성이나 안전불감증까지 특수부대원들의 정신력-투혼같은 '억지 감동' 코드로 미화하려는 것은 <더 솔져스>가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더솔져스 강철부대 밀리터리서바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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