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을 연출한 하마구치 류스케(중앙) 감독의 기자 간담회 현장.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을 연출한 하마구치 류스케(중앙) 감독의 기자 간담회 현장. ⓒ 부산국제영화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행사 초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영화제 역사상 이례적으로 같은 감독의 두 작품이 모두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됐고, 관객의 반응 또한 열광적이다. 7일 오전과 오후에 걸쳐 국내외 언론에 먼저 공개된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와 <우연과 상상> 이후 봉준호 감독과 대담을 소화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작품 이야기를 더욱 자세하게 전했다.

8일 부산 해운대 KNN씨어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어제 봉준호 감독님과 대담은 정말 꿈같은 시간이었다. 사실 피곤한 몸상태였는데 봉 감독님 시선과 질문에 용기를 얻어 열심히 답변했다"고 운을 뗐다. 7일 행사에서 봉준호 감독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미처 답변을 채 끝내기도 전에 다른 질문을 계속 이어가며 열성적인 모습을 보였고, 8일 기자 간담회도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이전 <우연과 상상>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고, <드라이브 마이 카>로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그다. "굉장히 기쁘지만 상이라는 건 그때 당시 심사위원의 취향이나 선호도와 관련이 깊기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제법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알려진대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을 원작으로 했다. 매년 노벨상 후보로 유력 거론되는 일본 대표 작가에 대해 하마구치 류스케는 "기본적으론 영화화하기 굉장히 어려운 작가라고 생각한다.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작품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인물들의 내면에 집중한다"며 "<드라이브 마이 카>는 상대적으로 현실적 묘사가 많아서 영화화하기가 좀 수월할까 싶었다"고 취지를 전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드라이브 마이 카>가 히로시마 촬영이 아닌 부산에서 촬영할 수도 있었다며 구체적인 일화를 공개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도 왔고, 2019년엔 본격적으로 부산 지역을 돌아다니며 주요 공간을 탐색했다고 한다. 감독은 "영화엔 히로시마 평화공원이 나오는데 부산에서 촬영했다면 해운대 영화의 전당을 연극의 전당으로 바꾸고, 자동차 대화 장면도 광안대교에서 하려고 했다. 한국영화의 힘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라 귀띔했다.

이어 그는 유독 대사량이 많고, 대사를 통해 캐릭터와 주제를 드러내는 작품 특징에 대해 "시나리오를 쓸 때 캐릭터가 뭔가 불편한 상황에 놓였다가 편해질 수 있는 지점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편한 상태가 행복이라면 단기적으로 편하기 위해선 여러 방식을 취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말을 많이 하는 것이고, 거짓말을 많이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고 생각한다"며 그는 "뭐가 그 인물의 진짜 속내인지 나도 모른 채 더듬어가며 쓰는데 최종적으로 그걸 표현해내는 건 배우의 몫"이라 설명했다.

"제가 만든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이 도저히 공감이 안 간다는 말을 많이 듣기도 한다. 대개는 그 캐릭터가 나쁘다고들 말씀하는데 나는 그래? 무난한 수준 아닌가 생각하곤 한다. 공감 여부와 무관하게 꽤 특이한 사람으로 생각하긴 한다. 그러니까 그 인물의 행동은 뭐가 됐든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 공감을 하든 안 하든 캐릭터마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여기고 시나리오를 쓴다. 다만 제 영화들이 대화로 꽉 채워지기에 리듬감이 없다면 재미 없을 것이다. 그 리듬감을 실현하는 것은 배우의 역량이다. 얼마나 대사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는지 말이다." (하마구치 류스케)

배우를 캐스팅할 때 연기가 아닌 1시간 이상 대화를 해 본 후 결정하는 건 그만의 작업 방식 중 하나다. <드라이브 마이 카>에선 한일 합작 영화로 니시지마 히데토시, 미우라 토코 등과 함께 박유림, 진대연, 안휘태 등 한국 배우들도 나온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솔직히 한국배우들과 어떤 대화를 했는지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가족이나 친구, 연인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들을 했던 것 같다"며 "그런 대화로 뭘 알 수 있냐 생각하겠지만 전 배우의 대화법, 이야기 하는 방식에서 그 사람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저와 대화에서 매력이 보인다면 영화 촬영에서도 상황만 잘 주어지면 그게 나올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드라이브 마이 카>와 <우연과 상상>은 각각 9일과 10일에 걸쳐 나머지 상영일정을 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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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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