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태권도 68㎏급 경기. 연장 승부 끝에 우즈베키스탄의 라시토프에게 패배한 이대훈이 아쉬워하고 있다.

25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태권도 68㎏급 경기. 연장 승부 끝에 우즈베키스탄의 라시토프에게 패배한 이대훈이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태권도가 잇달아 조기 탈락해 종주국의 체면을 구겼다.

한국은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태권도 경기에서 남자 68kg급 이대훈(29)과  여자 57kg급 이아름(29)이 출전했으나 나란히 16강전에서 탈락하며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전날 남자 58㎏급에 출전한 세계랭킹 1위 장준이 4강전에서 패한 뒤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겨 동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여자 49㎏급 심재영도 8강전에서 탈락하는 등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던 한국은 이틀 연속 '노골드'로 경기를 마쳤다.

태권도가 세계화되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종주국의 이점이 거의 사라졌다고 하지만, 국제대회를 휩쓸던 선수들이 줄줄이 패한 것은 예상 밖 충격이다. 도쿄올림픽에 총 6명의 선수가 출전한 한국은 이제 27일 여자 67kg초과급 이다빈과 남자 89kg초과급 인교돈에게 마지막 기대를 걸게 됐다. 

믿었던 이대훈마저... 너무 어려운 올림픽 금메달 

전날 장준과 심재영이 연거푸 금메달을 놓치면서 한국 태권도의 간판스타이자 세계랭킹 1위 이대훈의 어깨는 더욱 무거웠다.

그러나 중압감 탓인지 이대훈은 16강전부터 고전했다. 울루그벡 라시토프(우즈베키스탄)와 맞붙은 이대훈은 2라운드 막판까지만 해도 크게 앞섰지만, 상대의 돌려차기에 머리를 맞으면서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계속 공격을 허용하며 17-11까지 추격당한 이대훈은 3라운드에서도 몸통을 내준 뒤 경기 종료 20여 초를 남기고 또다시 머리를 맞으면서 3점을 헌납, 급기야 18-19로 역전당했다. 상대의 감점으로 간신히 19-19 동점을 만들어 연장전에 돌입했지만, 17초 만에 상대의 발차기에 몸통을 맞으면서 골든 포인트를 허용해 패하고 말았다.

이대훈은 3회 연속 올림픽 무대에 올랐다. 한국 태권도가 선수가 올림픽에 3회 연속 출전한 것은 황경선(2004·2008·2012년)과 차동민(2008·2012·2016년)에 이어 이대훈까지 단 3명에 밖에 없다. 더구나 이대훈은 2012년 런던올림픽 58㎏급 은메달, 2016년 리우올림픽 68㎏급 동메달을 따내며 체급을 바꿔 2회 연속 메달을 따낸 유일한 선수다.

하지만 금메달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던 이대훈은 이번 올림픽을 남다른 각오로 준비했다. 더구나 젊은 후배 선수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이대훈으로서는 사실상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올림픽 무대였다.

더구나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일찌감치 정상을 올랐던 이대훈은 올림픽 금메달만 따내면 이른바 '그랜드슬램'도 달성할 수 있었지만, 이날 안타까운 패배를 당하며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16강서 대만 선수에 덜미 잡힌 이아름 
 
 25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태권도57㎏급 16강전. 한국 이아름이 대만 치아링에게 패배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5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태권도57㎏급 16강전. 한국 이아름이 대만 치아링에게 패배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 여자부 57㎏급에 출전한 세계랭킹 3위 이아름도 16강에서 탈락했다. 이대훈과 마찬가지로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를 모두 휩쓸었지만 이아름에게 생애 첫 올림픽 무대는 훨씬 낯설고 어려웠다.

앞서 대표팀 동료 선수들의 잇따른 부진 탓인지 더욱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이아름은 로자링(대만)과 맞붙었다. 자신보다 큰 키를 앞세운 상대의 공격에 고전했지만, 착실히 점수를 쌓으며 2라운드까지 14-10으로 리드했다.

그러나 이대훈처럼 뒷심이 부족했다. 3라운드 들어 연거푸 몸통과 머리를 맞고 역전당한 이아름은 결국 18-18로 동점을 만들어 연장전의 기회를 잡았지만, 결국 몸통을 맞고 골든 포인트를 내주면서 18-20으로 패배, 탈락의 쓴맛을 봤다.

물론 이아름만 이변의 희생양이 된 것은 아니다. 이 체급에서 사상 최초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 세계랭킹 1위 제이드 존스(영국)도 8강전에서 이란 출신 난민팀 소속 키미야 알리자데 제누린에게 12-16으로 패했다.

이번 도쿄올림픽 태권도는 이변이 속출하며 새로운 강자들이 대거 등장해 더욱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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